Dear,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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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7th fanmade scenario

 

 

KPC 김청운　PC 렌

 

Written by 구구

 

20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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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게 해줘.내가 미련을 가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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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01 ───────도입부

 

청운과 당신은 새해 기념으로 오사카에 여행을 왔습니다.

 

오늘은 즐거운 여행의 둘째날,

 

입국 비행기 시간은 내일 11시 30분입니다.

 

전날 일정 탓에 다소 피곤했던 당신은 알람도 듣지 못한 채 아직 잠들어 있습니다.

 

그런 당신을 청운이 흔들어 깨웁니다.

 

눈을 떠보면, 앞엔 청운이 보입니다.

 

김청운:렌, 안 일어나고 뭐해?

 

렌:(이불 속에서 꾸물꾸물...) 청운, 조금만 더... (우음...) 5분, 5분만......

 

김청운:기껏 오사카까지 놀러왔는데 이러기야? (당신을 흔들다 말고) 씻고 나올 테니까 얼른 일어나. 잠 깰 겸 다이어리라도 보고 있던가. (한 손에 들고있던 여행용 다이어리를 당신 손에 쥐어줍니다)

 

청운은 당신을 보며 한번 더 한숨을 쉬었다가 욕실에 들어갑니다.

 

아침부터 뭐가 저렇게 바쁜 건지...

 

이불 안에서 조금 더 밍기적대다가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켜 세웁니다.

 

아직 꿈에서 덜 빠져나온 채 주변을 둘러보면 각종 물품이 어지러진 작은 탁자가 보이고,

 

또 당신 손에는 청운이 맡긴 여행용 다이어리가 하나 들려있습니다.

 

창 밖에는 새하얀 눈이 쉴 새도 없이 펑펑 내리고 있습니다.

 

잠도 깰 겸 탁자 위를 정리하거나,

 

청운의 말대로 여행용 다이어리를 펼쳐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렌:(하품하고 눈 몇 번 비비고는 기지개 쭈욱... 청운이 들려준 여행용 다이어리 팔락팔락 펼쳐봐요. 뭐 재미있는 건 없나...)

 

◇ 여행용 다이어리

 

2박 3일간의 일정과 간단한 메모가 적혀 있습니다.

 

 

페이지 구석에 두 사람이 묵고 있는 숙소의 주소와 호스트의 전화번호가 적혀있습니다.

 

숙소는 도톤보리 근처입니다.

 

　✷　관찰력 판정　✷　

 

렌: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다이어리를 몇장 대충 넘기다 보면, 한 장의 아래 귀퉁이가 찢겨져 나가 있는 게 보입니다.

 

칠칠맞지 못합니다.

 

렌:(다이어리 탁자에 내려놓고 잠깐 멀뚱멀뚱... 방금 대충 위에 던져둔 다이어리로 더 복잡해진 탁자를 정리합니다.)

 

◇ 탁자

 

탁자 위에는 지난 밤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사온 빵과 음료수, 당신의 여권과 청운의 여권이 있습니다.

 

청운이 방금 꺼내놓은 건지 캔 음료 겉에는 물방울이 맺혀있고, 아직 차갑습니다.

 

렌:(제일 중요한 거... 여권 집어서 주위 두리번거리다 청운의 여권 확인해봐요.)

 

청운의 여권을 살피던 당신은 문득 여권 사진을 봅니다.

 

이런… 안타까울 정도로 실물보다 못생겼습니다.

 

약 4, 5년 전에 찍은 사진인가 봅니다.

 

그 시절 청운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　관찰력 판정　✷　

 

렌: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운의 여권을 구경하던 당신은 그 사이에 찢어진 종이가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때, 샤워를 마친 청운이 욕실에서 나옵니다.

 

당신 손에 들려있는 자신의 여권을 물끄럼히 쳐다보던 청운은 건조한 투로 묻습니다.

 

김청운:갑자기 남의 여권은 왜 보고 있는 거야?

 

렌:청운 여권 사진이 궁금해서요. (헤헤... 웃고) 청운은 사진빨을 잘 받는 편이 아닌가봐요.

 

김청운:...그게 유독 못 나온 거야. 동네 작은 사진관 가서 한거라서. 너도 거기 가서 사진 찍으면 이렇게 나올 걸? (척척 당신 앞 까지 걸어가선 손에 든 여권을 뺏습니다) 여권 구경은 그만 하고 나갈 준비나 하지?

 

렌:(여권 뺏기고 허전해진 손 꼼지락... 까칠해......) 좀 다정하게 대해주면 어디 덧나요? 그렇게 급하고 까질할 건 없잖아요. 청운도 한국인이다 그건가요? 빨리빨리의 민족, 그런 거? 여긴 일본이라고요. 로마에 왔으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죠. 흥! (구구절절...)

 

김청운:(뭐라는 거야) 너랑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고 싶어서 그런다 왜. 네가 나랑 여기저기 많이 가보고 싶다며. 그리고 연말이라 광광지에는 사람도 많을 텐데 얼른 움직여야지, 인파에 밀려서 제대로 구경도 못하기 싫으면. 안 그래? (다정하게 달래주는 어투... 이거 먹히려나?)

 

렌:......그런 거였어요? (솔깃...) 으음, 음. (시선 돌리고 잠깐 침묵했다가) 뭐어, 좋아요. 청운의 말도 일리가 있네요. (누가 봐도 첫 문장부터 넘어간 사람...) 그럼 빨리 준비할게요.

 

김청운:그래, 그래.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네.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얼른 준비하고 나와. (여권으로 이마 툭 치고)

 

얼마 안가 준비를 마친 당신과 청운은 숙소에서 출발합니다.

 

오늘의 첫번째 일정은 신사 방문하기,

 

숙소가 있는 도톤보리에서 스미요시 타이샤 신사까지는 신칸센을 타고 가야합니다.

 

─────── CHAPTER 02 ───────스미요시 타이샤

 

역에서 나와 조금 걸어가다 보면 신사가 보입니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연말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조금 있습니다.

 

그래도 조용하게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해를 준비하는 야타이가 하나씩 자리를 잡고 장사 준비가 한창입니다.

 

이미 문을 연 곳도 있고, 아직 개점하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조금 걸어 입구인 토리이를 지나치면 소복하게 쌓인 하얀 눈 사이로 다리가 보입니다.

 

아치형의 계단에 쌓인 눈과 대조되는 붉은 다리의 난간이 퍽 보기 좋습니다.

 

스미요시 타이샤는 바다의 신을 모시는 곳입니다.

 

다리 아래로는 연못이 있고, 근처에는 마치 스모 선수를 연상케하는 동상이 있습니다.

 

조금 더 안을 둘러보면 신사에 들어가기 전 손을 씻는 장소인 테즈미야, 운세 쪽지를 판매하는 오미쿠지, 동전을 넣고 소원을 빌 수 있는 참배소가 보입니다.

 

렌:앗. 청운, 청운. 저거 봐요 저거! (오미쿠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우리 저거부터 하러 가요! (눈 초롱초롱...)

 

김청운:그래, 그래. 알았으니까 진정해. (작게 웃습니다. 어깨를 으쓱이면서 당신이 가리키는 방향을 봅니다) 그러니까, 운세 쪽지 뽑는 데인가?

 

렌:(고개 끄덕끄덕하면서 빨리 가자는 것마냥 제자리 뛰기...) 대길大吉이 나오면 좋겠어요...!

 

김청운:열심히 빌면 정말 나올 지도 모르지. (당신 손 잡고는 오미쿠지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 오미쿠지

 

운세 쪽지, 운세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옆에는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오면 해당 운세쪽지를 묶어 행운을 빌 수 있는 나무가 있습니다.

 

가격은 200엔입니다.

 

김청운:(지갑 꺼내더니 당신 손에 200엔 쥐어주고) 자.

 

렌:(동전 두 개 들고 종종걸음으로 오미쿠지를 뽑으러 가요... 대길... 대길!)

 

200엔을 낸 후 원기둥의 대나무통을 위 아래로 흔들자 숫자가 적힌 막대기가 하나 나옵니다.

 

나온 번호는 6번입니다.

 

당신은 6번이 적힌 나무 박스에서 운세 쪽지를 꺼냅니다.

 

　✷　행운 판정　✷　

 

렌:

운

기준치:	70/35/14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렌:...... (흉 들고 우웃......) ...이거 빨리 저기에 묶어 버릴래요! 청운도 하나 뽑아봐요. 혹시 모르죠, 청운이 대길이 나올지도! (운세 결과를 웃으며 넘기기엔 너무나도 일본인인... 붉은 색 여권 소유자의 절박한 표정)

 

김청운:(작게 웃고는) 너무 맹신하지 마. 정 걱정되면 나무에 묶어버리면 되는 거니까. (별로 뽑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절박한 표정 보고는 마지못해 지갑에서 200엔을 더 꺼냅니다)

 

청운도 200엔을 내고 대나무통을 흔듭니다.

 

막대기에 적힌 숫자는 4번, 청운은 번호가 적힌 나무 박스에서 운세 쪽지를 꺼냅니다.

 

김청운:(운세 쪽지 펼쳐서 내용 읽더니...) 이런 건 믿을 게 못 된다니까.

 

렌:왜요? 뭐가 나왔는데요? (멀리서 나무에 쪽지 꽉꽉... 절대 자기를 따라 오지 말라는 수준으로 꽉 묶다가 후다닥 달려와 옆에서 뽑은 거 구경해요.)

 

김청운:(당신이 곁에 오자 운세 쪽지를 들고 있는 손을 높이 들어 당신이 보지 못하게 합니다) 남의 운세를 막 보면 안 되지, 렌.

 

렌:...그거 하나 못 보여줘요? 궁금하단 말이에요. 보여줘요, 보여줘! (너한테 딱 붙더니 팔 쭉 뻗어서 네 쪽지 잡으려 팔 휘적휘적...)

 

김청운:너 이러다가 넘어진다! (팔 더 뻗어서 쪽지 못 잡게 하고는) 그, 좋은 거야, 좋은 거. 원래 좋은 건 남한테 보여주면 복 날아간다잖아. (아) 이러지 말고 쪽지에 서로 하고 싶은 말이나 적어주는 건 어때? (관심 돌리기...)

 

렌:(심기불편한 표정...) 이미 제 쪽지는 저기에 묶었어요. 더 들고 있었다간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았다고요. 그러고 싶어도 남은 건 청운의 쪽지 뿐인데. 좋은 거면 나한테도 좀 나눠주면 되잖아요. 그렇게 복이 탐나요? 욕심쟁이, 청운은 욕심쟁이에요!

 

김청운:(끄응) 그래도 쪽지에 적어주면 어느 정도 나눠지지 않을까? 그리고 어차피 하루 종일 붙어있을 거잖아. 네 불운도 내 운이 전부 막아주겠지. (눈 돌리다가) 응? 이러다가 진짜 다치겠다, 렌. 그만 하고 하고 싶은 말이나 적어줘.

 

렌:(볼 빵빵... 입 삐쭉 튀어나와선 꿍얼대다가...) 하고 싶은 말... (음......) 생각해볼게요. 이따 휴식 시간에 적어요. (곰곰히 고민하며 주위 둘러보다가...) 저기나 갈까요? 소원 비는 곳! (참배소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아, 아니다. 잠깐...... (주위 두리번 두리번...) 으음, 맞아요. 저길 먼저 가는 게 맞아요. (네 손 잡고 테즈미야로 끌어요.)

 

◈ 테즈미야

 

신사를 둘러보기 전 손을 씻는 곳입니다.

 

약수터와 흡사하게 생겼습니다.

 

앞에는 손을 씻는 법이 간단하게 적혀있습니다.

 

·· HANDOUT ··이용 방법━━━━━━━━━━━━━━━━━─①흐르는 물을 한껏 뜬 다음 왼손→오른손 순으로 조금씩 부어 씻는다. ②왼손에 물을 받아 입 안을 헹군다. ③다시 왼손을 씻는다. ④손잡이를 세로로 세워 손잡이까지 씻어준다. 모두 물 한 그릇으로 끝내야 한다.　

 

렌:(이용 방법 읽고 하나하나 따라합니다.) 음... 흐르는 물을 잔뜩 떠서... 왼손부터... (이용 방법 중얼거리고... 청운 힐끔!) 청운도 잘 하고 있죠?

 

김청운:으응, 어느 정도는. (어설프게 따라하고 있습니다. 눈 돌려 당신 흘깃 보더니) 엄청 능숙하게 잘할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일본인이니까...)

 

렌:(머쓱...; 할 말 없으니 물 받아 입 헹구고...) 아무래도 많이 하진 않으니까 어쩔 수 없죠. 신사를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괜히 꿍얼꿍얼...) 뭐, 청운도 설이나 추석에 절 올바른 방식대로 하라면 가끔 헷갈릴 거 아녜요? 그런 거죠. (...아님 말구. 작게 중얼거립니다.)

 

김청운:아, 그건 뭐... (단박에 이해돼서 할 말 없음) ...말 되네. 나도 어렸을 땐 어른들한테 절을 두 번 할 뻔 하기도 했으니까. (손잡이까지 씻고는 손에 묻은 물기를 탁탁 털어냅니다) 끝났으면 참배소나 가볼까? 가서 소원 빌어야지.

 

렌:(네가 바로 납득하자 한껏 어깨와 콧대 올라가서 후훗. 웃고 손잡이까지 씻으려던 찰나... 물이 없다! ...슬그머니 물에 손잡이 휘휘...) 뭐, 이제 가죠! 소원 빌러~ 청운은 소원 생각해둔 거 있어요? (참배소로 앞장서며 묻고...) 전 당연히 이미 다 생각해뒀죠~

 

김청운:(참배소로 앞장 서서 걸어가는 당신을 뒤따라가며) 글쎄... 딱히 생각해둔 건 없는데? 이제 곧 새해니까 내년에도 건강하게 해주세요, 이런 거나 빌어야지 뭐.

 

◈ 참배소

 

얼마 가지 않아 참배소 앞에 도착합니다.

 

당신과 청운은 참배소에 동전을 넣고 소원을 빕니다.

 

종이 달린 줄을 잡고 흔들면 잡귀를 쫓을 수 있고, 신을 불러서 행운을 기원할 수 있다고 하던가요.

 

문득 옆을 돌아서 청운을 보면 청운은 곁눈질 하면서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김청운:무슨 소원 빌었어?

 

렌:당연히~ (...... 운세도 안 보여줬으면서, 이건 궁금해한다고? 괘씸해! 잠깐 침묵했다가) 안 알려줄래요! 청운도 내가 궁금해하는 거 안 알려줬으니까. (복수하는 거라고요, 복수! 장난스럽게 킥킥 웃으며 말합니다.)

 

김청운:...그거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어? (참... 멀뚱멀뚱 당신 바라보다가 한숨 푹 내쉬고는) 그래, 안 알려줘도 괜찮아. 복수 한 번 했으니까 이제 운세 말 안해준 건 마음에 안 담아둘거지? (어깨 으쓱입니다) 운세 쪽지에 메세지나 적어줘, 기념이나 하게.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접힌 쪽지 보여주면서 말합니다)

 

렌:...왜 안 매달려요? 왜? 청운은 진짜 하나도 재미없어요! (발로 바닥 한 번 찍고) 왜 더 안 물어보는 건데요? 흥. 흥!!! 물어봐도 대답은 안 해줄 거지만. 그래도... 우웃...... (혼자 성내다가... 팔짱까지 끼고 고개 돌리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너 힐끔... 슬쩍 팔 빼 쪽지 받아가고 무어라 적기 시작합니다. '바보!! 멍청이!! 재미없는 욕심쟁이!!!!! 남은 일정에서도 재미없게 굴면 용서 안 해!!')

 

김청운:(익숙... 곤란하다는 듯이 남은 손으로 제 머리를 긁적입니다. 익숙하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곤란하기는 매한가지... 어떻게 해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당신이 적은 메세지를 보고는 피식 웃습니다) 뭐야, 이게. 저주야? (메세지를 한 번 더 들여다보다가 고이 접어서 다시 제 주머니에 넣습니다) 다음 일정부터는 재미있도록 노력해볼게.

 

참배소에서 소원까지 빌고 신사를 나오면 시간은 어느덧 이른 오후입니다.

 

다음 목적지는 해유관, 신칸센을 타면 금방 도착할 겁니다.

 

─────── CHAPTER 03 ───────해유관

 

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걷습니다.

 

눈은 잠시 그쳤으나 아마 곧 다시 내리겠지요.

 

훅 숨을 내쉬면 뿌연 입김이 공기 중에 생기는 추운 날씨입니다.

 

거기서 조금 더 걸어가면 거대한 대관람차가 보이기 시작하고,

 

대관람차의 바로 옆에 위치한 해유관도 당신의 눈에 들어옵니다.

 

해유관에 입장하면, 푸른 조명과 함께 돔 형식의 수조가 마치 터널처럼 당신 위로 존재합니다.

 

내리막길처럼 원형을 그리는 길이 아래로 이어지고,

 

벽쪽에는 소형부터 중형 사이즈의 수조가, 중앙에는 원기둥 형식의 거대한 수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최고층부터 최하층까지 하나로 이어진 듯 합니다.

 

길을 따라 내려가며 구경하면 차례대로 심해 생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침 점심을 먹을 시간대라서 그런 건지 관광객이 많지 않습니다.

 

천천히 조용하게 구경하고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맨 처음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열대어입니다.

 

아직 깊이 들어가지 않아 밝은 푸른색으로 보이는 수조 속에 다채로운 색상을 한 열대어가 무리를 지어 헤엄치고 있습니다.

 

열대어 위로 밝은 조명이 비치고, 다채롭고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는 산호에,

 

마치 바닷속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당신이 열대어를 보고 있으면, 어느 샌가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면 청운이 보라는 열대어는 보지 않고 당신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렌:(눈 마주치고 고개 갸웃...) 왜 날 봐요? 이런 곳까지 와서. (다시 수조로 고개 돌리고) 꼭 바다 안에 온 것 같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바다에 들어가고 싶었어요. 신비하잖아요. 잠수하면 좀 우주에 떠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여긴 그닥 떠있는 것 같진 않지만 충분히 신비로워서 좋네요. 청운도 저거 좀 봐요. 빨간 색도 있어요. 사나워보이는 게 청운이라고 해도 믿겠는데요?

 

김청운:...그냥, 보다보니까 네 쪽으로 눈길이 가길래. (당신을 따라 수조로 고개를 돌립니다. 헤엄치는 열대어를 보다가) 빨간 색이라고 전부 나인 건 아니야. 내가 사나웠던 적이 언제 있었다고. (잠시 고민하다가) 다음에 가봐, 바다. 일본의 바다는 잘 모르겠지만 멀리 해외에 있는 바다는 정말 이렇게 생겼을 지도 모르지. 열대어도 있고, 산호도 살고, 잠수하고 있으면 우주 같고. (...) 그러다가 빠져서 허우적대지는 말았으면 좋겠네. (농담조)

 

렌:흠, 솔직히 청운이... 그렇다고 해서 부드럽게 생긴 건 아니잖아요? 그러면 사납게 생긴 애들을 찾아야 닮았다고 우기죠. 야 저거 니 닮았다, 하고. (흐음...~) 같이 가줄래요? 일본 바다는 질렸어요. 이번 여름은 어때요? 섬으로 갈까요? 괌? 코타키나발루? 아니면 지중해... 어디더라, 그리스라던가 이탈리아, 몰타는? (그리고 일본은 생존 수영이 의무 교육인 거 몰라요? 그럴 일은 없다고요. 작게 덧붙입니다.)

 

김청운:내가 그 정도는 아닌데. (사납게 생겼다기 보다는 그냥 무표정한 거에 가깝지 않나, 하며 한 손으로 제 얼굴을 만집니다. 당신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이번 여름...... (수조 속에 헤엄치는 열대어를 가만 바라보다가 말고 고개를 돌려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모르겠는데, 그때 바쁠 수도 있어. 괜찮으면 같이 가고, 아니면 그냥 네 친구들이랑 같이 가. 리우 있잖아, 리우. 걔 말고도 많고. (...그걸 일본인도 아닌 내가 어떻게 알아. 작게 궁시렁댑니다)

 

렌:...바빠요? 벌써? 왜요? 그럼 내년에는 아직 약속 없죠? 내년 여름은 내가 찜했어요! 물론 이번 여름에 시간 나면 그것도 다 내가 찜했으니까. (리우, 리우... 음...... 잠시 고민하다가...) 리우랑 같이 갔다가 같이 국제 미아 되면 어떻게 해요. 리우랑 갔다가는 거기서 미아가 되고 노숙자가 될 미래가 그려진다고요. 분명 미아가 되고 노숙으로 전전하다가 나중에 청운이 우연찮게 여행왔다가 우리를 주워가겠죠...... 분명해요.

 

김청운:...그래, 그래. 네가 다 가져가. 어차피 가져갈 사람도 없으니까. (흐음...) 상상력 한번 풍부하네. (당신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조금 쓰다듬어 줍니다) 근데 뭐, 정말 너희 둘이서만 같이 여행을 간다면 그렇게 될 것 같긴 해서 할 말이 없다. 미아가 되고, 노숙하고. (리우는 그 상황에서도 잘 웃으려나? 아닐 듯...) 아무튼 열대어는 이 정도면 충분히 구경한 것 같은데 이만 아래로 내려갈까?

 

렌:음... 약속해요, 손가락까지 걸고. (네 손 잡아 새끼손가락 자기 손가락에 걸고 동요 흥얼거립니다. 指きりげんまん 嘘ついたら針千本飲ます~... 指きった!) 이제 내려가요! 밑엔 뭐가 있을까 두근두근~ 해요. (앞장서서 나아갑니다.)

 

김청운:(뭐라고 한 거야) 천천히 가, 그러다가 넘어진다. (양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당신 따라 걸어갑니다)

 

길을 따라서 아래로 내려갑니다.

 

처음 보는 물고기가 수족관 안에서 헤엄치고 있고, 개중에는 익숙한 것도 보입니다.

 

조금의 스트레스라도 받는 순간 죽어버린다는 개복치,

 

해유관에 들어올 때 보았던 가오리,

 

당신의 몸통만해 보이는 문어와 어디서 본 것 같긴 하지만 이름 모를 바다 생물들.

 

수족관 안에서 헤엄치는 것을 멍하니 보면서 조금 더 내려가다 보면, 펭귄이 있는 곳도 보입니다.

 

여러 마리의 펭귄이 한 수족관 안에서 헤엄을 치고 눈 위에 서 있습니다.

 

렌:(귀여워! 펭귄 앞으로 딱 붙어서 펭귄들 구경해요... 나... 나 봐주면 좋겠다! 펭귄에게 구애의 눈빛 보내기... 청운은 잠시 뒷전......)

 

김청운:(당신 옆에 서서 펭귄을 구경합니다) 귀엽네... 펭귄 처음 봐. (애초에 아쿠아리움에 잘 안 가니까...)

 

렌:엥, 진짜요? (눈 동그랗게 뜨고 너 보고...) 펭귄 귀엽죠! 온 김에 잔뜩 봐요. (잠깐 침묵했다가) 펭귄 다리 진짜 긴 거 알아요? 저렇게 뒤뚱뒤뚱 걸어서 짧아 보이는데... 사실은 엄청 길다고 하더라고요. (펭귄 빤히 보다가...) 우리 다음엔 남극도 가볼래요?

 

김청운:(펭귄 다리가 길구나, 처음 알았네. 작게 중얼거리면서 유리창 너머 펭귄을 바라보다가 남극에 가자는 말에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봅니다) ...남극에? (...) 엄청 추울 걸. 애초에 우리 같은 일반인이 갈 수는 있으려나? 뭐, 가면 펭귄도 보고 좋겠지만. 춥고, 인터넷도 잘 안되고, 맛있는 것도 못 먹을 텐데. 그래도 가고 싶어?

 

렌:그렇게 들으니까 고민되지만...... 그래도, 남극... 완전 차별화된 경험이잖아요? 남극 여행 패키지도 이것저것 있는 모양이던데...~ (흠) 앗, 설마 청운이 가기 싫어서 지금 날 회유하는 거 아녜요? 내가 청운의 여름을 다 가져가고 약속까지 했는데 어기면 손가락 자르고. 만 대 맞고. 바늘 천 개 삼켜야 하니까 무서워서! (멋대로 손가락 걸고 부른 동요 이야기인 듯......)

 

김청운:그건 갑자기 또 무슨... (아까 당신이 부른 동요 떠올리고는) ...설마 아까 그 동요 그런 내용이야? 아이들이 약속하면서 가볍게 부르기에는 너무 무서운 이야기 아닌가? (역시 일본은 뭐가 다르긴 하네, 작게 덧붙입니다. 조금 고민하는가 싶더니) 뭐, 정 가고 싶다면 따라가기는 해줄게. 남극이라니... 너 덕분에 별별 경험을 다 해보게 생겼네. 괜히 갔다가 얼어죽는 건 아닐까 몰라.

 

렌:(따라간다고 했어요? 바로 한 번 더 손가락 걸고...) 이제 어기면 벌 두 배로 받으니까 조심해요! (잠깐 고민했다가) 얼어 죽으면 큰일이니까... 여럿을 모아야죠. 펭귄들이 추위를 이기는 것처럼 여럿이 모여서 옹기종기~ 그러고 있으면 얼어 죽진 않을 걸요? 누구누구 부를까요? 리우는 부르면 올테니까... 음......

 

김청운:너 되게 본격적이구나. (여럿이서 옹기종기... 펭귄도 아니고... 차라리 옷을 더 껴입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까지 생각했지만 뒷말은 삼킵니다. 당신 말 가만 듣다가) 부르면 오는 강아지 같네. (음...) 영환이 형은 남극 간다고 하면 재밌겠다고 올 것 같고, 다니엘은 형 부르면 자연스럽게 딸려올 거고, 현우랑 유호 형은 모르겠네. 부른다고 오려나. (유호 형은 얼어죽으면 불쌍하니까 얼어죽지 말라고 와줄 수도?)

 

렌:후후, 분명 둘도 오겠죠. 현우는 다들 간다고 하면 왜 자기는 안 껴주냐고 뭐라고 하다가 남극인 거 들으면 빠꾸치려고 했다가~ 직전에 다시 껴달라고 할걸요? 확실해요! 그러니까 우린 미리 7인 에약을 하면 된다~ 이런 거죠. (엣헴~ 어깨 으쓱 한 번 해주고) 요즘엔 지구 온난화인가. 그거로 빙하가 녹고 있다고 해서 1년이라도 먼저 가는 쪽이 좋으니까... 한국에 돌아가면 전부랑 미리 손가락을 걸어야 겠어요. 청운도 동참해요. 한국인답게... 뭐였죠? 손가락...... 도장? 그것도 찍으면 다들 절~대 못 빠질걸요?

 

김청운:(당신의 말을 가만 듣고 있다가 작게 헛웃음을 칩니다. 그래, 뭐, 걔네라면 굳이 손가락 도장같은 거 안 해도 정말 와줄 것 같긴 하다. 작게 덧붙입니다) 그럼 펭귄 구경은 나중에 남극 가서 더 하고, 이만 내려갈까? 아직 볼 게 한참 남아있을 걸.

 

렌:좋아요. 남극 가면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겠죠? 벌써 기대돼요. 밑엔 뭐가 있을까요? 여기서 펭귄 나왔으니까... 음... 이젠 상어라도 나오는 걸까요? (앞장서 나가다가 뒤 돌아 너 보면서 걸어가며 말합니다.)

 

김청운:(그러다가 다칠 텐데) 으음, 글쎄. 어지간한 아쿠아리움에는 전부 있으니까 여기에도 있지 않을까? (어깨를 으쓱이며 당신을 따라 걸어갑니다)

 

조금 더 내려가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크기의 거북이가 당신의 눈 앞을 지나칩니다.

 

빛을 내는 물고기 떼가 시선 속에 파고듭니다.

 

경이로운 장관입니다.

 

고개를 들어 조근 더 위를 바라보면 신비로운 해양 생물들이 수조 안을 헤엄치고 있습니다.

 

수조 너머로는 자신들이 아까 전까지 있었을 공간에서 수조를 쳐다보는 관광객이 조금 보입니다.

 

청운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풍경입니다.

 

청운은 다른 쪽의 수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렌:(와아... 넋 놓고 멍하니 보다가 주위 둘러보고... 다른 쪽 수조를 보고 있던 청운 팔 껴안고 냅다 자기가 있던 곳으로 끌고오더니) 청운. 청운. 이것 좀 봐봐요. 방금 엄청 큰 거북이도 지나갔고... 저기 물고기들 반짝반짝 빛나요. 저기 위엔 더 이쁘고 신기하고...... (수조 보고 주절주절 말하다가 고개 돌려서 너 보고) 이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청운을 붙잡은 채 당신이 보고 있던 수조로 이끕니다.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떠들다가,

 

문득 뒤돌아 청운을 보면…

 

어둠 속에서 수조의 은은하고 푸른 조명을 받고 있는 청운.

 

이걸 뭐라 형용할 수 있을까요.

 

애처로움, 처연함, 이 사람의 표정을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주변 사람들이 걷는 것이 슬로우모션처럼 느껴지고,

 

청운의 시간만이 멈춰버린 느낌입니다.

 

지금 붙잡은 손을 놓으면 왠지 다시는 잡히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이 모든 푸른 빛은 마치 청운을 비추기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만을 위한 빛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청운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청운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웃습니다.

 

김청운:네가 안 그래도 잘 보고 있어. 예쁘네. 저기 위에 지나가는 건 아까 봤던 열대어랑 같은 종인 것 같은데? (한 손을 들어 수조에서 헤엄치고 있는 열대어 무리를 가리킵니다)

 

렌:음, 그런가요? (열대어 다시 빤히 보다가) 모여있으니까 더 예쁜 것 같아요. 더 신비롭고... 마치 우주에 있는 성운같아요. (네 팔 껴안은 채로 어깨에 기대고) ...우주 하니까 생각난건데. 방금 청운 혼자 서서 다른 수조를 보고 있을 때, 우주에 떠있는 사람 같았어요. 연결된 거 하나 없이 둥실둥실 떠서... 그 넓은 우주에 홀로... (네 팔 더 꽉 껴안고) 같이 왔는데 그러고 있으면 안 되죠! 같이 봐야 할 거 아녜요.

 

김청운:넓은 우주에 혼자 둥실둥실 떠있는 건 네 상상 속에서도 사양이야, 렌. (열대어 무리를 보면서 중얼거리듯 말합니다. 이어진 당신의 말에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고) ...고작 그거 한 번 혼자 봤다고 이러는 거야?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도 당신을 보면서 작게 웃습니다) 그래, 그래. 이젠 계속 붙어있을게. (여전히 웃는 낯으로 쿡쿡 대면서 말을 이어갑니다.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수조 속 열대어를 바라보며) 렌, 지금 행복해? (대뜸 묻습니다. 여전히 시선은 수조 속 물고기에 고정된 채입니다)

 

렌:청운. 쪽지 펼져봐요. (눈 가늘게 뜨고...) 내가 거기에 적었잖아요. 재미없으면 용서 안 한다고. 청운이 혼자 다른 곳 보고 있다가 공감도 못하고 바로바로 대화도 못하면, 난 청운을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 (계속 붙어있겠단 말에 뿌듯한 미소... 그러다 네가 그런 걸 묻자 눈 동그랗게 뜨고 너 보며 입 엽니다)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요? 방금 청운이 혼자 딴짓해서 조금 안 행복했는데, 행복한 게 당연하잖아요.

 

김청운:(...갑자기 쪽지? 의아하다는 듯 수조 안에 고정되어있던 시선을 돌려 당신을 바라보았다가) 아, 그래, 그랬지. 재미없으면 용서 안 한다고. (앞으로는 조금 더 주의해야겠네, 작게 덧붙입니다. 동그랗게 뜬 눈을 조금 더 쳐다보고 있다가...) 네가 행복하다면 됐어. 역시, 운세같은 거 사실 하나도 안 중요한 거겠지. 이게 대길이 아니면 뭐가 대길이겠어. 너도 행복하고. 앞으로도 쭉, 그럴 거고.

 

렌: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해요? 수조를 보다가 갑자기 감성에 젖기라도 했어요? (수조 보고) ...뭐, 그래도 이상한 광경은 아니긴 해요. (잠깐 침묵했다가) 청운이 그런 말을 해서 말하는 건데...... 내년에도 여기에 와서 소원을 빌테니까, 올해도 청운이랑 계속 함께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청운 말대로... 청운이랑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고 싶어서...

 

김청운:...뭐, 그런가 보지. 네 말대로 아름다운 광경이잖아. (...) 별걸 다 소원으로 빌었네. (어딘가 어색해보이지만, 작게 웃습니다) 이제 그만 나갈까? 나가는 길에 기념품관도 있다던데.

 

렌:별거라뇨! 나한텐 엄청 큰 일이었다고요. 그리고 애초에... 보통, 대부분 이런 소원을 빌잖아요? 청운은 그런 걸 별거라고 생각해요? 삐졌어요. (눈 감고 고개 획 돌려버리고) 흥! 가요. (큰 보폭으로 나갑니다.) ...기념품점은 들리고요.

 

김청운:삐졌어?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큰 보폭으로 가는 당신을 뒤따라 걷다가 어느새 옆에 와서는) ...가면 원하는 거 하나 사줄게. (한 손으로 제 볼을 긁적이다가 말합니다)

 

렌:(눈 슬그머니 떠 슬쩍 너 봤다가 다시 고개 획...) 난 청운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좋고, 더 그랬으면 해서 그런 소원을 빌었는데 청운 반응이 그랬잖아요. 별걸 다 소원으로 빌었다느니... 내가 그거로 풀릴 것 같아요? (...)가서 생각해볼게요. (더 빠른 걸음으로 앞서 나갑니다)

 

해유관 구경이 끝나고 출구로 향합니다.

 

관광지답게 출구는 기념품관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열쇠 고리, 동물 인형, 다양한 물건이 있습니다.

 

기념품관을 잠시 둘러보던 청운은 한 손을 들어서 기념품을 하나 가리킵니다.

 

청운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끝에는 바다 거북 모형의 열쇠 고리가 보입니다.

 

계란보다 조금 작은 구형의 투명한 볼 안에 바다거북 모형이 헤엄치고 있습니다.

 

김청운:저거 각자 하나씩 사는 건 어때? 기념으로.

 

렌:(삐쭉 나온 오리입 하고 네가 가리킨 거 보더니...) 인형도 살래요.

 

김청운:(오리입 슬 봤다가) 그래, 그래. 인형도 사. 무슨 인형 사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면서 바다 거북 모형 열쇠고리를 2개 챙깁니다.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보다가 인형이 전시되어있는 구역을 한 손으로 가리키고는) 가까이서 볼래?

 

렌:(단단히 삐졌는지 제대로 말도 안 하고 고개만 끄덕끄덕... 역시나 이번에도 앞장서서 인형이 전시된 구역으로 향합니다.)

 

인형이 전시되어있는 구역으로 향하면 멀리서는 보이지 않았던 다양한 인형이 눈에 들어옵니다.

 

펭귄부터 물개, 북극곰, 가오리, 돌고래, 심지어는 문어까지.

 

그 외에도 다양합니다.

 

크기와 종류별로 선반에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으며 맨 윗칸에는 당신 몸통만한 크기의 인형이,

 

맨 아랫칸에는 팔뚝만한 크기의 인형이 있습니다.

 

렌:(큰 인형... 탐난다...... 빨간색 인형은 뭐 없을까... 둘러봐요.)

 

안타깝게도 빨간색 인형은 거의 없습니다.

 

문어, 돌고래, 펭귄 정도입니다.

 

렌:(잉...... 까치발해서 몸통만한 빨간 돌고래 인형 꺼내 품에 안아요. 그러고는 슬쩍 청운 봤다가...) 이거로 할래요.

 

김청운:그거 숙소까지 들고갈 수 있겠어? (고개를 슬 기울이면서 묻습니다) ...아니다, 넌 어차피 된다고 할 것 같으니까. 계산하고 나가자.

 

열쇠 고리와 인형을 구매하고 기념품관을 나옵니다.

 

청운은 당신 몫의 열쇠 고리를 당신 주머니 속에 넣어줍니다.

 

열쇠 고리에는 작은 방울이 달려 있어, 흔들면 딸랑이는 방울 소리가 들립니다.

 

─────── CHAPTER 04 ───────대관람차

 

해유관의 바깥으로 나오면 안에서 꽤 시간을 보낸 탓인지 금새 어둑해져있습니다.

 

잠시 그쳤던 눈도 펑펑 내리고 있고요.

 

이제 또 어디를 가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청운이 당신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합니다.

 

김청운:대관람차는 어때? (한 손으로 대관람차를 가리키며 말합니다)

 

렌:(여전히 뚱한 얼굴 하고는) 그래요. (품 안의 돌고래 인형에 하관 파묻고... 눈 가늘게 뜬 상태로 너 쳐다봅니다.)

 

입장권을 계산한 후 대관람차에 오르는 줄을 섭니다.

 

잠시 기다리면 직원이 입장권에 구멍을 뚫어주고,

 

곧바로 내려온 칸에 두 사람이 오릅니다.

 

천천히 느린 속도로 하늘로 올라갑니다.

 

창밖으로는 조금씩 내리는 눈,

 

하얗게 덮인 해유관의 건물,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풍경이 아래로 보입니다.

 

마치 도화지 위를 걷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아름답다,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청운을 바라보면 청운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의 시선을 눈치챈 건지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봅니다.

 

김청운:...오늘 재미있었어?

 

렌:(품 안의 돌고래 인형 꽉 껴안고 가만히 너 보기만 하다가) ...지금이 그런 말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요? 바보 청운. (입 삐쭉...)

 

김청운:(끄응...) 그래라, 그래. 마음껏 바보라고 불러. (...) 그냥, 우리가 같이 있는 건 너무 당연하잖아. 당연하게 이뤄질 걸 소원으로 비는 건 아깝지 않나, 싶어서 그랬던 거야. (...) 그래도 난 오늘 재미있었어. 다시 오고 싶을 만큼.

 

렌:그러니까 그 소원이 더 의미가 있는 거라고요. 전혀 아깝지 않아요. 당연하고, 정말로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소원으로 또 빌 정도로 소중하니까...... (인형에 기대서 창밖 보다가) 나도 재밌었어요. 이렇게 시간이 멈춰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단 둘인 낭만적인 공간에 밖은 이쁘고... 눈 내려서 분위기까지 좋고. (고개 돌려서 너 보고는) 내년에도 소원 빌러 올래요? 신사에서 그렇게 빌어서 어차피 와야해요. 내년에도 빌러 오겠다고.

 

김청운:(작게 웃습니다) ...내년 이맘 때 즈음에 시간이 날지 모르겠네. (잠시 고민하다가) 되면 오자. 내년 이맘때면 다시 눈도 내리고, 네 말대로 분위기도 좋을 테니까... (말 끝을 흐립니다)

 

그 말을 끝으로 대수롭지 않은 듯 내일 일정을 설명합니다.

 

김청운:내일 비행기 11시 30분인 거 기억하지? 늦지 말고 제대로 타야 해.

 

렌:알죠. 하지만 늦어도 괜찮아요. (돈은 좀 날리겠지만...) 이 기회에 신칸센 하나 끊어서 내 집 가면 되니까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뭔가 어디서 많이 본 시츄 아닌가요? (후후!)

 

김청운:(황당...) 하긴 너도 부모님 안 만나뵌지 오래 됐을 테니까 온 김에 만나뵈러 가는 것도 괜찮긴 하겠네. (...) 그나저나 이제 거의 지상인 것 같은데? 내릴 준비해, 렌.

 

이윽고 청운의 말대로 대관람차는 지상에 도착합니다.

 

대관람차에서 내리면 눈은 펑펑 내리고 있습니다.

 

아까 대관람차에 탈 때보다 눈이 더 쌓여있는 것 같네요.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도톤보리의 숙소로 향합니다.

 

그러다 문득, 청운을 보면….

 

어딘가 넋이 나가있는 사람같습니다.

 

대관람차 안에서도 멍하니 바깥 구경을 하더니, 바쁜 일정에 지치기라도 한걸까요?

 

어서 숙소로 가서 쉬어야할 것 같습니다.

 

─────── CHAPTER 05 ───────숙소

 

숙소로 돌아온 후 두 사람은 곧바로 씻습니다.

 

내일의 일정을 위해 일찍 자도록 합시다.

 

잠들기 전 다시 내일 일정과 오늘의 추억을 회상하며,

 

두 사람은 불을 끈 채 이야기를 나눕니다.

 

기모노를 빌려 입고, 눈 내리는 오사카성을 구경하고, 그리고….

 

　✷　듣기 판정　✷　

 

렌: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방울이 딸랑이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 순간 눈을 뜹니다.

 

아, 어제 이야기를 나누다가 까무룩 잠들었나봅니다.

 

그나저나 벌써 아침인가요?

 

하루 온종일 돌아다녔더니 어지간히 피곤한게 아닌가 봅니다.

 

당신은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익숙하게 고개를 돌려 옆에 누워있을 청운을 바라보면…

 

그가 자리에 없습니다.

 

어디에도요.

 

침대는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고 청운이 내일 입으려 자기 전 챙겨두었던 옷도, 신발도 없습니다.

 

여권도, 스마트폰도, 청운에게 관련된 그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렌:청운? 청운, 어디있어요? 벌써 짐 다 챙겼어요? (호텔 침대서 불러봐요...) ...장난치지 말고 나와요. 재미없으면 용서 안 한다고 했는데 이건 하나도 재미 없다고요.

 

아무리 불러보아도 청운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방 밖에 나가서 찾아봐야 할까요?

 

렌:(어제 산 빨간색 돌고래 인형 껴안고... ) 청운 Mk-2... 설마 청운이 이 안에 들어간 걸까요? (인형 흔들흔들...) ......재미없다.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합니다... 날 국제 미아로 만들려고 작정했군요 청운...... 특) 여권 빨간색)

 

당신이 침대에서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는 그때,

 

갑자기 땅이 꺼지며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합니다.

 

주변이 새까맣고 빠른 속도로 아래로 떨어집니다.

 

누군가가 속닥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는 것 같습니다.

 

알아듣기 힘든 말들이, 각국의 언어가 뒤섞인 것만 같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 곤두박질 치는 당신의 시선 끝에는,

 

방금 당신이 떨어졌던 장소가 어떤 건물의 옥상처럼 바뀐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누군가가 서 있습니다.

 

마치 자신도 떨어질 것처럼요.

 

청각을 괴롭히는 말들 속,

 

당신은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것 같은 목소리를 듣습니다.

 

　✷　듣기 판정　✷　

 

렌: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한다면, 동등한 대가를 치루어야지.

 

그와 동시에 아득한 소음이 들립니다.

 

띠리링, 띠리링, 하는.

 

어딘가 익숙한……….

 

─────── CHAPTER 06 ───────셋째날 아침

 

띠리링, 띠리링!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퍼뜩 눈을 뜹니다.

 

방금 전까지 꿈에서 보았던 것이 당신의 뇌리에 생생하게 각인되어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고,

 

몸도 어딘가 뻐근합니다.

 

그 모든 게 꿈이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핸드폰 알람을 끄기 위해 주변을 둘러봅니다.

 

그나저나 핸드폰 알람은 당신이 듣기 전에 청운이 꺼버릴 텐데……

 

아, 기이함을 인지하는 순간,

 

당신은 청운이 이 방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요란한 알람음만이 방 안을 가득 채울 뿐입니다.

 

아니, 그래요, 아침밥을 사러 편의점에 갔을 수도 있는 노릇입니다.

 

진정하고 주변을 둘러봅시다.

 

시야에는 침대, 탁자, 캐리어와 TV가 보입니다.

 

어느 한 곳에는 청운이 당신을 떠난 게 아니라는 흔적이 남아있을 겁니다.

 

렌:(...삐져야지. 오면 따질거야... 생각하며 침대 살핍니다.)

 

청운과 당신이 잠들었던 침대입니다.

 

청운이 누워있던 자리에 손을 올려보면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새벽에 들은 방울 소리는….

 

어쩌면?

 

렌:(입 삐죽 튀어나와선 탁자도 살펴요.)

 

청운의 다이어리와 여권, 스마트폰이 있습니다.

 

당신은 문득 꿈과 다르다는 사실에 안심합니다.

 

렌:(후후! 역시 청운은 날 국제 미아로 만들지 않았어요! 원래 이런 건 잘 안 보지만...... 날 삐지게 만들었으니까! 다이어리 펼쳐봅니다.)

 

다이어리 위에 쪽지가 올려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도 여권도 두고 대체 어딜 간다는 거죠?

 

이건 마치, 청운이 도망이라도 간 것 같습니다.

 

렌:...짜증나! (이게 뭐야? 오사카성은? 기모노도 빌려 입고 눈 내리는 성 구경하자며? 궁시렁궁시렁...... 그러며 여권도 펼쳐봅니다. 이거 진짜 여권 맞아? 짭 두고 튄 거 아냐?)

 

청운의 여권입니다.

 

안의 내용은 어제와 같습니다만…

 

여전히 안에는 ‘11시 33분’이라 적힌 찢어진 종이가 있습니다.

 

렌:(11시 33분은 뭔데? 비행기 시간은 11시 30분이면서. 짜증나~ 짜증나!! 괜히 여권한테 화풀이라도 하는 것마냥 탁자에 탁 내려놓고 스마트폰 들어 화면 켜봅니다. 스마트폰도 두고 어딜 간다고. 흥! 다 털어볼거야. 연락처도 보고 갤러리도 보고... 인터넷 검색 기록까지 싹 털어주마!)

 

청운의 휴대폰입니다.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당신은 갤러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렌:(갤러리 싹싹 뒤져봐요.)

 

특별한 점 없는 갤러리를 살펴보던 당신은 휴지통을 확인합니다.

 

1,320장이 넘는 사진이 휴지통에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저장 만료 기간이 아직 남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진들은 그리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주변을 찍은 사진입니다.

 

날짜를 역순으로 정리해 살펴보면 초반에는 대부분 흔들린 사진이 많습니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 번잡한 도로, 한적한 거리, 혹은 지나가는 개, 고양이, 자동차….

 

두서도 주제도 통일되지 않은 사진들입니다.

 

점점 초점이 뚜렷해지고, 사진 자체에 무언가 카테고리를 지정할 수 있을 정도로 주제가 명확해집니다.

 

마치 주변을 관찰하고 기록하기 위한 것 같으며, 무언가를 배워나간 것 같습니다.

 

촬영 날짜는 여행 오기 딱 한달 전입니다.

 

마지막 세 장은 처음 보는 언어로,

 

A4 용지 한 장을 빼곡히 채워둔 종이 한 장이 연속으로 찍혀 있습니다.

 

렌:(이게 뭐야? 눈 벅벅 비비고... 사진 확대하고 뭐하면서 확인해봐요.)

 

그래보았자 딱히 특별하게 눈에 띄는 건 없습니다.

 

렌:...진짜 뭐야? (육성으로 내뱉고... 손에 스마트폰 들고 냅다 침대에 누워버립니다... 허공에 발 팍... 팍팍... 짜증나~ 짜증나아~ 애마냥 버둥버둥...... 괜히 스마트폰이나 꾹꾹 눌러봐요... 연락처에 나 뭐라고 저장했더라. 이상한 거 검색하진 않았겠지? 다른 놈들이랑 연락이라도 했었을까? 헉, 설마 여기까지 와서 바람이라도 난 거 아냐? 그럼... 진짜로 죽여야지......)

 

연락처를 확인해보면, 당신은 렌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마지막 통화 기록은 3일 전, 친한 지인과의 통화 뿐입니다.

 

렌:(렌? 레엔????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삐쭉 튀어나온 입으로 버튼 몇 번 꾹꾹 눌러 이름 수정합니다. ♡렌♡/(･ × ･)\...... 스마트폰 내려놓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다가...) 오사카성도, 돌아가는 비행기도. 혼자는 싫은데......

(침대 대굴대굴... 이불 몸에 감고 몸 반 정도 침대 밖으로 내밀어 캐리어 끌고 옵니다. 심심해... 체크아웃을 미리 해야할까? 이랬다가 돌아오면? 스마트폰도 안 들고 갔던데......)

 

캐리어를 끌고 오다가 문득, 청운의 캐리어가 있어야할 곳을 봅니다.

 

어제 숙소로 돌아와 청운과 당신의 캐리어를 나란히 두고 잠들었는데…

 

청운의 캐리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렌:(얼씨구? 캐리어는 또 챙겨가셨어? 괜히 캐리어 열어 뒤적거리다가... 이불 풀고 침대에서 일어나 짐 대충 쑤셔 넣습니다. 이렇게 나오겠다 그거지? 그래요 나도 이젠 필요 없네요, 흥! 그냥 집에 갈거야. 한국엔 혼자 가라지! 오늘 날씨나 볼까... 일기예보나 확인할 심산으로 tv 켜요)

 

TV를 키면 뉴스에서 아나운서가 일기 예보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 눈이 그친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청운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요?

 

　✷　지능 판정　✷　

 

렌: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문득 어제 뽑은 운세 쪽지의 내용과 대관람차에서 청운이 했던 말을 떠올립니다.

 

다시 오고 싶을 만큼,

 

이라고 말하던 청운은 어딘가 넋이 나간 사람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운세 쪽지에서, 왔던 곳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렌:(갔던 곳들... 다시 가볼까... 어디든 가봐야지... 주섬주섬 옷 입고 나갈 준비 합니다.)

 

─────── CHAPTER 07 ───────술래잡기

 

준비를 마친 당신은 숙소를 떠나 신사로 향합니다.

 

신칸센에서 내리면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눈길을 밟고 신사를 향해 걸어갑니다.

 

어제는 분명 청운과 함께 걸었던 길입니다.

 

신사에 도착하면 오미쿠지 옆의 나무가 다시 눈에 들어옵니다.

 

낯익은 필체가 적힌 종이가 묶여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건 분명히 당신이 청운의 운세 쪽지에 적었던 것입니다.

 

렌:(이걸 이렇게 묶어버려? 내가 얼마나 정성을 들여서 써줬는데... 꿍얼꿍얼...... 그런데 언제 묶었지? 나랑 있을 땐... 아닌데. ......운세나 볼까? 청운이 먼저 잘못했으니까... 한 번 쪽지 풀어보려고 시도해요...)

 

쪽지를 풀어보려고 하면, 쉽게 풀립니다.

 

펼쳐본다면 운세는 대흉.

 

유독 눈에 띄는 문구가 있습니다.

 

병환: 죽음이 가까워진다.

 

어제는 분명 청운은 쪽지를 묶지 않았는데….

 

그렇다는 것은, 청운이 오늘 여기에 다녀간 것일까요?

 

　✷　듣기 판정　✷　

 

렌: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방울이 딸랑이는 소리를 듣습니다.

 

소리가 느껴진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막 신사를 빠져나가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발견합니다.

 

짧은 기장의 붉은 머리카락…

 

설마, 청운인 걸까요?

 

렌:(쪽지 다시 묶지도 못하고 손에 꽉 쥔 채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로 뛰어가봅니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캐리어 바퀴가 새하얀 눈에 파묻힙니다.

 

쓸모 없다 느껴질 정도로 야단스럽게 짐이 많습니다.

 

게다가 여전히 눈치없이 내리는 눈 탓에 도저히 저 남자와의 거리가 좁혀지질 않습니다.

 

그 남자는 어느새, 역 안으로 들어가버립니다.

 

그를 따라서 역 안으로 들어가면 새해 아침이라 그런지 역에 사람이 미어터집니다.

 

당신이 쫓고 있는 남자는 저 멀리 보입니다.

 

이윽고 전차가 도착합니다.

 

　✷　민첩 판정　✷　

 

렌: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달려가 그 남자의 어깨를 잡아 얼굴을 확인하면,

 

이 곳에 있을 리 없는 당신과 마주한 청운이 놀란 얼굴로 쳐다봅니다.

 

김청운:네가 왜 여기 있어? (당황한 기색으로 묻습니다)

 

렌:청운이 날 버리고 갔으니까 당연히 찾아왔죠! (어깨 잡은 손 내려서 팔 꽉 껴안고) 절대 안 놓을 거니까, 각오해요!

 

김청운:렌, 내가 말했잖아! 혼자서 할 일이 있다고. 버리고 간 게 아니야. (인상을 찌푸린 채 말합니다)

 

곧이어 전차가 역을 떠난다는 방송이 나오자, 청운은 당신의 손을 뿌리칩니다.

 

김청운:언제까지 애처럼 굴거야? 원래 일정대로 하거나, 비행기 시간을 바꿔서 지금 돌아가거나. 얼른 가.

 

그 말을 끝으로 청운은 문이 닫히기 시작하는 전차에 오릅니다.

 

당신이 타려해도, 이미 문은 청운이 탄 직후 닫혀버립니다.

 

떠나는 전차의 투명한 문을 사이로 청운과 눈이 마주치지만, 매정하게 눈을 돌려버립니다.

 

　✷　이성 판정, 0/1D2　✷　

 

렌: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청운이 타고 간 전차는 해유관으로 향합니다.

 

당신은 바로 다음 전차를 타고 해유관으로 갈 수 있습니다.

 

렌:(허망... 서럽...... 억울......... 주먹 꼭 쥐고 바닥만 쳐다보고 있다 다음 전차가 오자 터벅터벅 걸어 탑승합니다.)

 

역에 도착하여 해유관에 내리면 시간은 어느 새 점심 시간을 넘어가 버립니다.

 

도착한 아쿠아리움은 여전히 푸른 빛으로 가득합니다.

 

표를 급하게 끊고 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살핍니다.

 

어제 청운과 함께 본 풍경들.

 

구경할 겨를 없이, 가오리가 지나가는 돔 형식의 입구를 지나칩니다.

 

　✷　행운 또는 민첩 판정　✷　

 

렌:

운

기준치:	70/35/14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해유관 내부를 둘러보던 그때, 당신은 저 멀리서 청운과 닮은 사람의 뒷태를 발견합니다.

 

렌:(그 뒷모습 보고 뛰어 쫓아갑니다.)

 

청운은 인기척에 뒤돌아 보며 당신과 눈이 마주치고 그대로 뛰어 내려갑니다.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청운을 쫓아갑니다.

 

어둡고 푸른 빛이 일렁거립니다.

 

딸랑, 딸랑하고 두 사람 분의 방울 소리가 세차게 울립니다.

 

　✷　민첩 판정　✷　

 

렌: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람들에게 막혀 청운의 속도가 느려집니다.

 

당신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청운의 손을 잡습니다.

 

뒤돌아 당신을 바라본 청운은...

 

당신을 원망하는 것 같은 표정을 한 채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번이라도 당신 앞에서 이런 표정을 보인 적이 있었나요?

 

서러운 감정이 물밀려옵니다.

 

김청운:...렌, 이거 놔. 응? (잡힌 손목을 비틀며 빠져나가려고 합니다) 너 대체 왜 이러는 건데?

 

렌:(손 더 힘 줘서 잡고) ......청운이 그러는데 어떻게 안 이래요! (입 꾹 닫았다가)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고, 같이 와서는 혼자 나가버리고. 청운이라면 안 서러울 것 같아요?

 

김청운:내가 남겨둔 메모 못 봤어, 렌? (작게 숨을 내쉬고는) 내가 말했잖아. 해야할 일이 있다고. 그러니까 넌 오늘 일정대로 구경하고 혼자 비행기 타고 돌아가라고. (...) ...돌아가. 넌 나랑 있으면 안돼.

 

렌:그거로 오케이라고 생각하는 쪽이 이상해요! 그리고, 그리고 애초에 혼자 돌아다니고 싶을 것 같아요? 청운이랑 온건데. 밤에 같이 돌아다니자고 이야기까지 했는데. (북받치는 감정에 울컥해서) 싫어요! 같이 있어도 돼요! 차라리 이대로 유리창이나 깨져서 수장 당하고 말지, 혼자는 안 가요!

 

김청운:...넌 정말 고집도 세구나. (...) 지금 그런 이야기 하는 게 아니잖아, 렌.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이다가, 차마 말을 내지는 못한 채 입을 닫습니다. 잠시 아무 말도 없이 당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면, 눈에서는 어렴풋이 슬픔이 묻어나옵니다. 그 상태로 가만 있는가 싶더니... 얼마 가지 않아 팍 하고 손을 빼냅니다)

 

끝내 당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데에 성공한 청운은 반대편으로 도망갑니다.

 

당신도 곧바로 청운을 따라가려고 하였으나,

 

수많은 인파에 밀려서 그 자리에 넘어지고 맙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저들끼리 하하호호 떠들고 있습니다.

 

마치 이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렌, 계속 청운을 따라가나요?

 

렌:(넘어지니까 괜히 더 억울하고, 슬프고... 일어나서 무릎과 손을 털고 멍하니 서있습니다. 너무해... 진짜 너무해...... 죽어도 이유라도 듣고 죽을거야! 반대편으로 도망간 청운을 따라갑니다.)

 

　✷　민첩 판정　✷　

 

렌: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청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달립니다.

 

달려갑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이대로 놓쳐서는 안 됩니다.

 

분명 이유가 있을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도망치는 청운의 손을 잡습니다.

 

순간적으로 당신의 머릿속에서 어떤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여행을 오기 전의 청운과 당신,

 

추락하는 비행기,

 

무너지는 대관람차,

 

건물 옥상에서 떨어지는 누군가.

 

기억이라기보다는 미래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강제적으로 주입되는 것만 같은 기억,

 

이 장면은, 누군가의 마지막 모습의 수많은 경우의 수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수많은 장면 속 죽음의 대상은 당신이 꿈에서 본 이와 같았습니다.

 

당신이 너무나도 잘 아는 이의 얼굴.

 

당신이 정신을 차리면 여전히 청운의 손을 잡고 있는 채였고, 청운은 고개를 숙인 채 주저앉아 애원합니다.

 

제발 보내 달라고, 잡지 말아 달라고. 자신을 힘들게 하지 말아달라고.

 

　✷　이성 판정, 1/1D2　✷　

 

렌: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제발 내가 떠나게 해줘, 미련을 갖기 전에.

 

라고, 말한 것 같습니다.

 

렌:...싫어요. (제법 긴 침묵...) 내가 왜... 아무것도 모르고 청운을 떠나게 해줘야 해요? (또 긴 침묵이 이어졌다가... 무어라 말 하려는 듯 입 달싹... 이내 꾹 닫아버립니다.)

 

김청운:렌, 이건 네가 알고 말고 할 게 아니야. 응? 네가...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닫습니다. 찌푸린 얼굴을 한 채 당신을 가만 바라보다가) ...렌, 내가 만약 말해준다면 넌 날 보내줄 수 있겠어?

 

렌:...생각해볼게요. (그리 말하며 시선 피했고...) 나 몰래 내 부모님 집 다녀오기 이런 거 아니면... 좀 고민을 많이 해야겠지만.

 

김청운:(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당신의 손을 마주 잡고 자신 쪽으로 이끌고) ...그럼 일단 장소를 옮길까. (해유관 밖으로 향합니다)

 

해유관을 빠져 나오면 어느새 해는 저물어 지평선을 넘어가려 합니다.

 

밤하늘과 노을의 경계, 어느새 눈은 그쳤습니다.

 

도착한 곳은 대관람차 앞, 청운은 대관람차 표 두장을 꺼내듭니다.

 

청운은 당신에게 표 한장을 내밉니다.

 

김청운:아직 비행기 시간까지 많이 남았으니까.

 

두 사람은 대관람차에 오릅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 어둑해지는 하늘, 두 사람이 탄 칸은 천천히 하늘로 올라갑니다.

 

잠시 창 밖을 바라보던 청운은 당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채 입을 엽니다.

 

김청운:...렌, 너 예지몽 알지?

 

렌:...알죠. 하지만 그런 건 다 흔한 오컬트 소재일 뿐이잖아요.

 

김청운:뭐, 그렇게 볼 수도 있지. (...) 예전에 엄청 긴 예지몽을 꾼 적이 있어. 우리가 이렇게 여행을 왔는데, 첫번째 꿈에서는 비행기를 타고 오다가 죽었고, 두번째 꿈에서는 집에 닥친 강도에게 죽었고, 세번째 꿈에서는 교통사고로 죽었지. 그 외에도 열 번은 넘게 죽었던 것 같은데, 공통점은 내가 죽는 시간이 전부 오후 11시 33분이었다는 거야. (잠시 침묵하다가) 솔직히 그 정도 되면 이상하잖아. 한번도 아니고 열번을 그런 꿈을 꿨으니까. 그리고, 우리가 여기 오기 직전에 말이야. 꿈에서 어떤 남자가 말해주더라. 넌 그때 죽는다고. 오늘 11시 33분에. (그 말을 끝으로 창 밖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돌려 당신을 바라봅니다) 안 믿길 거 아는데, 진짜야. 그러니까... 넌 나랑 최대한 멀리 있어야 돼. 내가 죽을 때 너도 개죽음 당하기 싫으면. (가벼운 어투로 뒷말을 덧붙입니다)

 

아, 그래.

 

유난히 푸른 조명이 당신만의 빛이라 느껴졌던 것.

 

청운은, 당신을 위해 당신을 두고 떠난 것이었습니다.

 

　✷　이성 판정, 1/1D3　✷　

 

렌: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느새 관람차는 꼭대기까지 올라갔습니다.

 

바깥 풍경 따위 바라보며 감상에 젖을 시간이 없습니다.

 

청운은 휴대폰이나 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뒤, 무심하게 “이게 마지막 일정이겠네.”하고 말합니다.

 

다시 당신을 바라보며 덧붙입니다.

 

김청운:이게 마지막 일정이야, 알지?

비행기 시간 11시 30분인 것도 잊지 말고.

 

어느덧 관람차가 지면에 닿습니다.

 

깊고도 묵직한 침묵이 잠시 둘 사이의 공기를 짓누릅니다.

 

청운이 천천히 입을 엽니다.

 

김청운:...그러고 보니 내가 너한테 이 말을 안 했더라. 벌써 며칠 지나긴 했는데. (...) 해피 뉴 이어, 렌. 내년에도 잘 지내야 돼.

 

렌, 당신은 이렇게 김청운을 떠나보낼 건가요?

 

렌:...고작 꿈이잖아요. 지금도 잘 살아있잖아요. (한참의 침묵,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내가 믿을 것 같아요? (버럭 소리쳤다가, 다시 찾아온 침묵...고개 돌리고) 청운 때문에 여행을 다 망쳤어요. 오사카성도 못 가고, 아침 일찍 오사카성에 다녀오고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가려고 했는데 그것도 못 가고. 다 청운 때문에. 청운은 바보예요. 내가 얼마나 기대했는데. 얼마나 특별했는데......

 

김청운:...네가 믿지 못할 거라는 거 알아. 솔직히 말하자면 당사자인 나조차도 반신반의하는 수준이고. (...) 그런데 그 꿈이 사실이고, 내가 정말 죽으면? 만약 그 옆에 있던 네가 휘말리면, 그러면 어떻게 할건데? 렌, 만약 내가 오늘 11시 33분에 죽지 않는다면 그냥 넘기면 될 일이야. 우리한테는 남은 시간도 많고 해야할 것도 많을 테니까. 그런데 같이 있다가... 둘 다 죽으면 그땐 정말 끝이잖아. (...) 이건 일종의 보험 같은 거지. 내가 만약 오늘 죽지 않는다면 네가 어디에 있든 바로 널 보러 갈게. 바로 널 만나러 갈테니까, (잠시 침묵했다가) ...그러니까, 이제 그만 날 보내줘, 렌.

 

렌:...보험? 보험이 아니라 도박이겠죠. 청운, 둘 다 죽으면 끝이라고요? 만약 그 꿈이 진짜라면... 진짜 죽는다면, 청운이 죽든 내가 죽든... 난 어디든 끝이라고요. 난 혼자가 싫은데, 청운은 그거 하나 몰라요? 같이 있을래요. 청운도 반신반의하면, 옆에 있게 해달라고요. (...) 하나 약속해줘요. 내 말대로 다 개꿈이고, 안 죽으면...... 하루... 아니, 귀국하는 표 끊고, 내일 오사카성 갔다가 유니버셜 스튜디오 가고 내 집으로 가요. 그리고 며칠 같이 있어줘요. 청운이 여행을 망쳤으니까 난 이정도는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요. (막무가내...)

 

김청운:(당신의 말을 가만 듣다가 두 손을 올려 마른 세수를 합니다. 한숨을 푹 내쉬다가) 렌, 도박은 네가 나와 같이 있는 게 도박이야. (...) 그래, 네가 말하는 건 뭐든 들어줄게. 만약 내가 안 죽으면 며칠이고 너와 같이 있어줄 수 있어. 당연한 거잖아. 그런데... (아랫입술을 질끈 씹더니) 만약 내가 정말 죽으면, 그거에 휘말려서 너도 죽어버리면... 그땐 혼자고 뭐고 진짜 끝나는 거야. 살아있으면 얼마든지 혼자가 아닐 수 있어, 렌. 한국으로 돌아가면 너를 위로해줄 사람도 잔뜩일 테고, 여차하면 가족도 있겠지. (...) 같이 죽는다고 해서 혼자가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니잖아, 응?

 

렌:싫다고 했잖아요! (소리치더니) 내가 싫다면 싫은 거예요! 청운의 헛소리도 더 들어주고 싶지 않다고요. 왜 청운은... 하루종일 나한테 상처만 줘요? 이렇게 좋은 날에... 이쁜 곳에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면서 날 버리고 갔다가, 뭐라고 하면서 또 버리고. 그래요 나 애 맞아요. 애면, 좀... 해달라는 대로 다 해달라고요. 청운 두고 혼자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 그러기 싫은데......

 

김청운:아무리 너라도 해줄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는 거 알잖아. 네가 싫다고 해서 전부 다 네 뜻대로 해줄 수 만은 없다는 것도...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닫고 침묵합니다. 한참이나 멍한 눈으로 당신을 내려다보다가, 조금 더 다가가서 당신을 한 손을 약하게 잡습니다) ...나랑 같이 가면 네가 죽을 수도 있어. 물론, 그런 일은 안 일어나길 바라고 있지만... (...) 넌 정말 그래도 나랑 같이 가고 싶어? (잡은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갑니다) 죽을 지도 모르는데?

 

렌:몰라요. (네 말 딱 잘라 말하고 이어서) 내가 싫다는데. 다른 게 더 중요해요? (네가 침묵하자 자신도 침묵했다가... 손 약하게 잡자 손 꼼지락... 네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자 자신도 꽉 맞잡고) 안 죽어요. 그야, 내년에도 와서 소원 빌테니까 같이 있을 수 있게 해달라고 내가 빌었거든요. 무려 조건이 붙은 소원이라고요. (네 손 잡아 끌더니) 이제 우리 좀 걸을래요? 해유관 근처는 바다라 이뻐요. 여행 왔는데 이런 것도 안 하면 아쉽잖아요.

 

김청운:(...) 그러자, 해유관 근처는 바다니까 네 말대로 예쁠 거야. (당신이 제 손을 잡아 끌자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당신과 청운은 그대로 관람차에서 벗어나 조용히 시내를 걷습니다.

 

점점 시간은 다가옵니다.

 

분명 청운이 꾼 건 그건 흔하디 흔한 개꿈일 겁니다.

 

그런데 어째, 째깍거리는 시계 초침 소리가 싫어집니다.

 

이대로 멈추기를, 모든 것이 꿈이기를.

 

그렇게 함께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찬 공기 사이로 바다 내음이 스며들고,

 

문득 고개를 들면 넓은 겨울 바다가 눈에 들어옵니다.

 

차고 강한 바다 바람, 들리는 것은 파도소리와 청운의 목소리.

 

어느덧 그쳤던 눈도 다시 내리기 시작합니다.

 

모래사장이었어야할 해변가는 새하얀 눈이 덮어버렸고, 눈은 쉬지 않고 내립니다.

 

만약 그게 흔하디 흔한 개꿈이 아니라면,

 

정말 여기서 청운이 죽는다면,

 

차라리 이 차디찬 겨울 바다에 함께 몸을 던지고 죽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다가도…

 

그럼에도, 너와 잡고 있는 이 손만은 따뜻해서.

 

무서운 일도 두려운 일도 모두 잊어 버리고,

 

지금 이 상황이 모두 따뜻하게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당신과 청운은 바다가 잘 보이는 모래사장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푸른 바다와, 달을 봅니다.

 

바다를 보는 내내 의미없는 대화만을 주고 받았지만 이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시간들이 지나갑니다.

 

어느덧 시간은 11시 30분,

 

저도 모르게 긴장하고야 맙니다.

 

그래요, 설마 여기서 이렇게 갑자기 죽을 리가 없습니다.

 

청운의 곁엔 당신도 있고, 여긴 평화롭고, 또….

 

문득 옆을 보면 청운은 크게 하품을 하더니 조금 조는 듯 합니다.

 

맞잡은 손에서 힘이 떨어져갑니다.

 

어느새 말수가 줄어들더니, 넓은 해변가에서 들리는 소리는 파도 소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현재 시각은 11시 33분, 오사카의 바다, 겨울, 그리고…….

 

조용히 기도해줍시다.

 

길고도 편안한 잠을, 깨우고 싶어도 깨어나지 않을 당신에게.

 

김청운 사망　렌 생환

 

2023.01.18

 

─────── ENDING 04 ───────“Good Night, 청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