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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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7th fanmade scenario

 

 

KPC 김청운　PC 렌

 

Written by 청서

 

2022.07.24

 

─────── ✷ ───────

 

평화로운 삶을 살던 당신의 앞으로, 죽음의 향기가 묻은 초대장이 날아옵니다.사랑하는 그대여, 축일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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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00 ───────???

 

… 계승식은 어느덧 끝을 바라보는 상태, 한껏 만개한 황금빛 꽃들은 파먹을 삶과 생명력을 기다리며 한껏 아가리를 벌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김청운을 돌아봅니다.

 

김청운은 라인홀트의 관에 의지해 주저앉아 있다가, 마찬가지로 당신을 올려다 봅니다.

 

두 사람을 제외한 전원이 잠든 미사실은 한없이 고요합니다.

 

김청운:...작은 사제님, 제가 할게요. 작은 사제님은 하실 필요 없습니다. 여기서 도망치세요. 네?

 

렌:(너 바라보던 시선 이내 바닥으로 떨구고는 잠시 침묵하고... 이내 다시 고개를 들며 입을 엽니다) ...만약 청운이 교주가 되고, 내가 도망친다면. (...) 그럼, 그 다음엔요? (시선 옆으로 돌리고) ...난 혼자 남게 되잖아요. 혼자서 뭘 하라고.

 

김청운:(잠시 침묵하다가) 누가 교주가 되든 혼자 남게 되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둘 다 외롭다면, 차라리 자유라도 있는 길을 선택하세요. 네? 그래도 도망쳐서 살다보면 언젠가는 저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작은 사제님 곁에 생길 수도 있잖아요. (당신의 한 손을 약하게 붙잡습니다.) ...제발요, 작은 사제님...

 

렌:(다른 사람? 미간 약하게 구겨지고... 네가 손 붙잡자 제 손 빼더니 네 뺨 강하게 칩니다.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너 보다가 이내 말하기 시작합니다) 청운은, 내 사랑이 그렇게 가벼워 보여요? 정말로 그 사람이 객관적으로 청운보다 낫다고 해요. 그게 나한테 청운보다 나을 것 같아요? (잠시 숨을 고르고 잔잔한 투로 쭉 말을 이어가며) ...나한테는, 정말 청운 뿐인데. (...) 왜 말을 그렇게 해요? 청운은 날 사랑해요? 사랑하는게 맞아요? 사랑하면 차라리 저주를 해줘요. 차라리 저주를 퍼부으라고요. 차라리...... (한참 침묵하다가) 이럴거면, 그냥 같이 떠나요. 그딴 마음으로 날 보낼거면, 그냥 사랑하는 이대로 같이 죽어버려요. 변하지 않게.

 

김청운:(당신이 제 뺨을 치자 어지간히도 당황했는지 한 손으로 제 뺨을 감싸고는 놀란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 봅니다. 무언가를 말하려다 포기한 듯 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개를 푹 숙입니다. 잠시 아무 말도 없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조금 울컥한 표정입니다.) 작은 사제님이야말로 죽는다는 소리 쉽게 하지 마세요! 변하지 않는 게 아니라 거기서 끝나버리는 거겠죠. 더 이상 생각도, 말도, 사랑도 못하게 되니까... 전 누구보다 작은 사제님을 사랑해요. 사랑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저주를 하겠어요. 그러니까, 한번만 제 말대로 해주세요... 여기서 떠나주세요. 전 죽을 때까지 작은 사제님을 기억하면서 살아가리라는 거 알고 계시잖아요. 평생, 사랑할게요.

 

렌:(작은 사제님, 작은 사제님... 아, 불편하다.) 그런 말을 할거면 이름으로 불러줘요. 이제 여기서 떠나면 작은 사제도 아닌데. 날 사랑한다면 날 이름으로 불러요. (조금 목소리를 높여 그리 말하고는 다시 평소의 잔잔한 톤으로 돌아와서) 어차피, 청운이 없으면 아무 의미도 없는데. 여기서 떠나면 죽지 않아도 전부 끝나요. 살아갈 의미가 없다고요. 죽지 못해 사는 삶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다고. 보이지 않잖아요. 교주가 된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도 전부 봤어요. 청운도 결국 다른 청운처럼 된다는 거잖아요. 청운이 그 청운처럼 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없어요. 청운이 언젠가 올거라고 생각하며 혼자 살아갈 희망도 없다고요.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희망이 필요하다면 내 희망은, 청운이었는데. 혼자는 싫어요......

 

김청운:(당신의 말을 듣고는) ...렌, 살아가는 데에 꼭 의미가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산책하고, 좋아하는 걸 하고, 맛있는 걸 먹고, 그냥 그렇게만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조금 시시할지라도 생각한 것보다는 괜찮을 거예요. 렌은 저 하나 없다고 살아갈 의미가 사라질 만큼 시시한 사람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살아만 있어주세요. (당신을 올려다본 채로 말을 이어가다가, 제 입술을 꽉 깨물고 고통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한참 침묵하다가) 확실히, 그 사람처럼 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없겠죠. 하지만 죽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결국 몸이 망가져서 얼마 안가 죽을 거라고 해도... (...) 때로는 세상 어딘가에 그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도 위안을 얻기도 하잖아요. 이기적인 건 알지만, 그래도... 여기서 떠나주세요 렌.

 

렌:...안아줘요.

 

김청운:(아무 말 없이 당신을 올려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당신에게 조금 더 다가가는가 싶더니,) ...사랑해요. (당신을 꽉 끌어안고, 어깨와 목 사이 부근에 얼굴을 파묻습니다.)

 

렌:나도 청운을 사랑하니까, 그러니까... (먹먹한 목소리로) 이게 마지막이에요. 청운의 말을 들어주는 건.

 

김청운:...네, 들어줘서 고마워요. 나의 공주님. (당신을 끌어안은 팔에 더 힘이 들어갔다가, 스르륵 힘을 풀고는 당신에게서 멀어집니다.) 어서 가세요.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행복해지세요. 속으로만 작게 읊조립니다.)

 

당신은 청운을 뒤로 하고 성 밖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발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번 생에 청운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만약 가능하다면, 다시 만날 수 있다면….

 

… 모든 게 사라지면, 어떤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이제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성의 터에서 누군가를 찾아 다니지만, 그 사람이 찾는 자는 이 세계선에 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도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수습할 길이 남지 않았습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한참을 서 있습니다.

 

나에게도 기회가 있다면,

 

너를 구할 수 있었다면,

 

마땅히 내 것이었어야 하는 희생을 내가 감내할 수 있었더라면,

 

시간과 공간을 넘어 그날의 너에게 돌아갈 수 있다면.

 

─────── CHAPTER 01 ───────도입

 

꿈에서 깨어나면, 두꺼운 커튼을 뚫고 화창한 빛이 듭니다.

 

이번에도 같은 꿈입니다.

 

꿈 속에서 당신의 머리에 검은 미사보를 둘러주고,

 

손에는 단도를 쥐어주던 청운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성의 터를 돌아다니는 그 사람은 도무지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애초에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겠죠.

 

대체 누구길래 당신의 꿈에 끈질기게 나타나는 걸까요?

 

그렇게도 애타게 누군가를 찾아다니면서….

 

…잠시 사색에 잠겨있던 당신은 잠이 덜 달아난 눈가를 문지르며 커튼을 걷습니다.

 

새파란 하늘, 누덕누덕 기운 것처럼 다양한 색상과 모양의 지붕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새로운 지역에 정착한 이후, 조금쯤 익숙해진 풍경입니다.

 

아니,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던 그때,

 

당신은 창백하게 질린 채 거꾸로 된 얼굴과 눈이 마주칩니다.

 

정확히는 스치듯 마주쳤다고 해야 할까요?

 

이내, 쿵! 소리와 함께 바닥과 연약한 무언가가 충돌해 박살 나는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깜짝 놀라 창밖을 내려다보면 이쪽을 올려다보며 부릅뜬 눈,

 

끈이 끊어진 인형처럼 힘이 하나도 없는 몸,

 

그리고 기이한 각도로 꺾인 팔과 다리가 보입니다.

 

기상하자마자 생면부지 타인의 추락사를 목격한 렌,

 

　✷　이성 판정, (0/1d2)　✷　

 

렌:

SAN Roll

기준치:	85/42/17
굴림:	7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당황한 당신이 침대에서 일어나던 그때, 당신의 집 안쪽으로 어둑하게 그림자가 집니다.

 

10명 안팎의 사람들이 일제히 뛰어내립니다.

 

기이하게 히죽거리는 얼굴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습니다.

 

쿵, 퍽, 쿵, 쿵, 으직!!!

 

요란한 소리가 한바탕 지나간 뒤, 그 모든 것을 목격한 사람들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　이성 판정, (0/1d3)　✷　

 

렌:

SAN Roll

기준치:	85/42/17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상황 파악을 위해 옷을 꿰어 입고 나가보면, 이미 수북한 구경꾼들이 시체 주변에 둥글게 원을 그리고 구경 중입니다.

 

뒤늦게 치안관이 와서 수습하지만, 입을 타고 소문이 퍼지는 것만은 막기 힘든 듯 합니다.

 

구경꾼 1:무슨 종교라는데?

 

구경꾼 2:아니, 세상에, 신을 믿어도 그렇지,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즉사하지 못한 사람 하나가 소리 내어 웃으면서 사람들 무리를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끔찍한 몰골을 차마 보기 힘든 듯, 몇 사람은 고개를 그대로 돌려버립니다.

 

시체가 되기 직전, 그 사람의 피가 잔뜩 고인 입에서는 뜻밖의 말이 튀어나옵니다.

 

광신도: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괜찮아요.

아, 이것으로 C̸̡̡̩̼͓̯̣̪̙̯͇̗͐̿̀̑͒ã̴͔̬͉̙̓̇͗͌̔̓̓̾̉̓̈̈́̐̿͜ŗ̵̗̌̊͌̀̆̓̏́̾̒̓͋̕͝͝ͅč̷̣̯̣̘͒͛̀o̴̺͉̖͍̹̟̯͝s̸̨̧̰̜͎̈́̀́ͅä̷̧̝̺̥̫̲̳̯͓̗̱͉̦̫͎̔̓̅̀͒͊͌͒̆͘͝에 갈 수 있다면!

 

깨진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안구를 타고 뺨으로 내려갑니다.

 

그는 그 말을 남기곤 절명합니다.

 

기이할 정도로 행복한 표정입니다.

 

　✷　교육 판정　✷　

 

렌:

교육

기준치:	65/32/13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이와 비슷한 의식이 어렴풋이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분명 책에서 읽은 것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무엇을 위한 의식인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저 소름 끼치는 모습은 어떻게 해석해도 종교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게, 모든 걸 비관한 집단 자살이었다면 저렇게 행복해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그의 마지막 대사가 마음에 걸립니다.

 

입에 잔뜩 피가 고인 까닭에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 발음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지명이었습니다.

 

─────── EVENT ───────그리운 나의 고향

 

한바탕 난리가 지나가고, 당신이 자리를 뜨려고 하면 당신의 팔을 붙잡는 손길이 있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면 굉장히 낯익은 얼굴과 마주합니다.

 

헬렌:세상에, 이게 누구인지. 저를 알아보시겠습니까?

 

김청운과 헤어진 그날, 청운의 검에 베여 정신을 잃었던 성의 하녀장입니다.

 

·· HANDOUT ··NPC. 헬렌━━━━━━━━━━━━━━━━━─헬렌은 당신이 살던 성의 하녀장이었습니다. 그날 청운이 휘두른 칼에 베여 정신을 잃었으나, 그 이후 거짓말처럼 모든 신앙을 잃고 성을 빠져나와 도시로 향했습니다. 지금의 헬렌은 종교와 떨어진 세상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지만, 양지에 종종 드리우는 옛 종교의 그림자에 몸서리치곤 합니다.　

 

렌:(익숙한 얼굴... 잠시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기만 합니다. 그닥 만나고 싶지는 않았는데.)

 

헬렌:(당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활짝 웃으며 말을 이어갑니다.) 분명 어딘가에 살아계실 줄 알았습니다, 렌님. 이게 대체 얼마만인지... (...) 그런데 혹시, 렌님은 최근에 있었던 일을 아시나요?

 

렌:(빨리 떠나고 싶어 몸 돌리다 그 말을 듣고는 휙 헬렌 쪽을 돌아봅니다) ...최근에 있었던 일?

 

헬렌:네에, 최근에 있었던 일이요.

 

이윽고 헬렌은 품에 끼고 있던 신문을 건넵니다.

 

·· HANDOUT ··종교 집단의 연쇄 단체 투신 사건━━━━━━━━━━━━━━━━━─어젯밤 수사 기관은 단체 투신한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나무 위에 떨어져 경상을 입은 40대 남성을 긴급 체포하였다. 기관에서는 연쇄 단체 투신 자살의 정확한 연관성을 알아내지 못하던 차였다. 총장은 체포된 남성을 긴 시간 조사한 끝에 몇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고 공표했다. 남성은 스스로를 하스투르 교단이라고 칭했다는 것, 투신 자살은 그들의 '교주'가 종용했다는 것, 남성은 '이번 사망자들은 순교자로서 완전한 사후 세계에 갈 수 있다'고 믿었다는 것, 남성의 출신 지역은….　

 

신문을 천천히 읽던 당신은 문득 어떤 지점에서 시선이 멈춥니다.

 

이 사람의 출신지는 아주 익숙합니다.

 

당신이 도망쳐 나온, 그리고 청운이 남아 지키고 있는 성.

 

몇 겹이고 두터운 산이 둘러싸 외부와 접촉이 어려우며,

 

때가 되면 종이 울리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도를 올리는 그들만의 작은 나라.

 

멈췄던 시선을 도로 움직여 마지막 문단까지 읽어 내립니다.

 

남성은 그들의 '축일'에 관해 언급한 뒤 혀를 끊어 자결했다고 합니다.

 

그 마지막 표정은 더없이 환희에 차 있었다는 문장은 아주 오래도록 당신의 기억에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축일이 다가온다.

 

그들이 말하는 축일이 무엇인지, 모를 수야 없습니다.

 

렌 역시 그곳에 몸 담고 있었으니까요.

 

성에서는 매년 이 무렵에 신과 선대 교주가 결합된 날을 기념해 3일간 축제를 벌입니다.

 

전야제, 축일 당일의 번제, 후야제로 구성된 축제는 종교의 일원들 간 인연을 더 끈끈하게 맺어주었습니다.

 

　✷　지능 판정　✷　

 

렌: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 축일이 그들에게는 조금 더 각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혀있던 기록이 맞다면, 올해로 100번째 축일이니까요.

 

강렬한 예감이 찾아옵니다.

 

이 '축일'을 기점으로 어떤 거대한 사건이 발생할 것 같다는 예감이요.

 

헬렌:(헬렌은 당신의 양 손을 붙잡고 젖은 눈으로 응시합니다.) 정말, 끔찍하죠. 저야 그 검에 베인 후로 정신을 차려서 밤에 몰래 그곳에서 빠져나왔다지만 아직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잠시 침묵합니다.) 렌님, 몸은 괜찮으신가요? 별 일은 없으셨죠? 렌님만 괜찮으시다면... 저와 함께 살 생각은 없으신가요? (...) 오래도록 타지에서 홀로 살았더니 저도 모르게 흥분했네요. 하지만 같이 살자는 말은 진심이예요. 어떠세요?

 

렌:(같이 살자는 제안에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젓습니다.) 호의는 고맙지만, 혼자가 편해서...

 

당신의 말에 조금 서운한 눈치입니다.

 

헬렌은 자신의 목걸이를 벗어서 당신의 목에 걸어줍니다.

 

줄이 조금 낡은 펜던트는 안에 루비가 박혀 있고, 주변으로 헤일로 모양의 섬세한 세공이 되어 있습니다.

 

헬렌: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다만 렌님은 제 은인이나 마찬가지예요. 당신과 청운이 없었으면, 저는 아직도 그 곳에 갇혀 있었겠죠. 언제든, 어려운 일이나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전령에게 이것을 달아서 저에게 보내세요. 펜던트 안에는 저희 집 주소가 적힌 쪽지가 담겨 있답니다.

 

헬렌은 이것저것 먹을 것까지 챙겨준 뒤에야 당신을 보내줍니다.

 

당신이 집으로 돌아오면, 우체통 안에 낯익은 질감의 편지지가 꽂혀 있습니다.

 

확인해볼까요?

 

렌:(편지지를 꺼내 확인해봅니다)

 

확인해보면 그것은… 발신인 불명, 당신을 부르는 축일의 초대장입니다.

 

·· HANDOUT ··초대장━━━━━━━━━━━━━━━━━─신과 인간이 맺어진 성스러운 축일, 우리의 일원인 당신을 초대합니다.　

 

여태껏 과거를 지우고 살아가던 시간들이 전부 무의미할 정도로, 그들은 손쉽게 당신을 찾아냈습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혹은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을지도 모르죠.

 

렌, 당신은 어떻게 할건가요?

 

렌:(......가야겠지. 만약 거기서... 만날 수 있다면......... 근데 무턱대고 가도 되는 건가? 불안한데...)

 

축일 동안은 늘 일손이 부족해, 신분을 복잡하게 따지지 않고 성의 사용인을 고용했었죠.

 

어쩌면 당신도 사용인으로 위장해 잠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축일에는 신과 인간의 결합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교주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미사보를 착용하니, 몰래 잠입하는 건 쉬울 지도 모릅니다.

 

렌:(...가보자. 안 들키면 되겠지 뭐......)

 

그럼 어서 짐을 챙깁시다.

 

·· HANDOUT ··검은 미사보━━━━━━━━━━━━━━━━━─그날 김청운이 당신에게 둘러주었던 검은 미사보. 원래 간부의 것으로, 인식 저해 주문이 걸려있다. 다만 오래 전에 걸어둔 주문이므로 재착용 1회에만 유효하다.　

 

·· HANDOUT ··단검━━━━━━━━━━━━━━━━━─그날 김청운이 당신의 손에 쥐어주었던 단검.　

 

·· HANDOUT ··목걸이━━━━━━━━━━━━━━━━━─헬렌이 당신에게 준 목걸이. 팬던트 안에 헬렌의 집 주소가 적인 쪽지가 들어있다.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가져가자.　

 

렌:(미사보... 잘못 벗으면 큰일나겠네...... 미사보, 단검, 목걸이 등등... 필요할 것 같은 것들을 오래된 가방에 대충 쑤셔넣고 일어납니다.)

 

짐을 전부 챙기고 말을 타기 위해 집 밖으로 향합니다.

 

말의 고삐를 쥔다면, 기묘한 기시감이 듭니다.

 

아무도 반기지 않을 귀향입니다.

 

─────── DAY 01 ───────귀향

 

노란 옷의 왕은 나에게서 앗아가 버렸네.

 

꿈의 행방을 결정할 힘도, 꿈에서 도망칠 힘도.

 

성터에 걸터 앉은 이는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어쩐지 익숙한 사람입니다.

 

아니, 모를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아직 당신이 보지 못한, 하지만 만날 수 있을 리가 없는.

 

"그리움과 후회는 과거에서 오지."

 

"그럼 미래로는 아무것도 보낼 수 없는 걸까?"

 

문득, 그 사람이 이쪽을 바라봅니다.

 

마치, 당신에게 바라는 게 있는 것처럼.

 

……이동 중에 깜빡 잠들었나 봅니다.

 

말을 타고 한나절을 달린 끝에, 당신은 날이 밝을 무렵 마을 입구에 도착합니다.

 

성벽 밖까지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는 게, 오늘 밤에 있을 전야제 준비가 한창인 듯 합니다.

 

들어가기 전, 미사보 착용을 잊지 맙시다.

 

렌:(한숨 푹 쉬고 미사보를 머리에 씁니다.)

 

머리 위에 장미 자수가 놓인 검은 베일이 올라오자, 얇은 천은 생명이라도 있는 것처럼 부드럽게 당신의 두상을 감쌉니다.

 

크게 움직여도 벗겨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곳곳에 늘어진 가랜드가 한산한 아침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이어집니다.

 

노란 옷의 왕을 섬긴 끝에 찾아올 영광스러운 천국을 예찬하는 내용입니다.

 

말을 입구에 묶어두고, 인력 고용을 담당하는 관리자가 있을 곳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스쳐 지나가는 모든 풍경이 변했음에도,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변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이러한 부분이 당신의 기묘한 향수를 자극합니다.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목소리의 주인은 사람들 한가운데서 전야제 설계를 감독하느라 바쁜 사람입니다.

 

자세히 보니 저 사람은… 과거 성의 어린 사용인 중 하나였던 이즈렐입니다.

 

이즈렐과 마주한 순간, 머리에 덮은 미사보에 인식 저해 주문이 걸려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조마조마해집니다.

 

다행히 그는 조금의 이상함도 느끼지 못한 듯, 당신을 보며 손을 휘젓습니다.

 

미사보가 흔들립니다.

 

이즈렐:왜 놀고 있습니까? 준비가 절반도 안 돼서 얼마나 불안하다고요! 빨리빨리 좀 움직입시다!

 

렌:(...진짜 못알아보는 모양이네. 괜히 불안해서 미사보를 잡고 뛰어갑니다. 사용인인 척...)

 

이즈렐:왜 여태 옷도 안 갈아입었습니까? 성 2층 빈 사용인 실에 가서 옷 갈아입고 나오세요. 지금 당장 하는 일이 없으면 일감을 드리죠. (팔짱을 끼고 말합니다.)

 

렌:(목소리는 어떨지 모르니 고개만 끄덕이고는 2층으로 뛰어 올라갑니다)

 

이즈렐의 지시에 따라, 당신은 성의 2층으로 향합니다.

 

당신이라는 하나의 이물질이 들어왔다 해서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낡은 돌의 틈새 사이사이로 희미하게 낀 이끼만이 당신의 귀환을 반기는 듯 합니다.

 

당신은 오래된 돌계단을 타고 올라가 허전하리 만큼 빈 사용인 숙소 안으로 들어갑니다.

 

길게 감상에 젖을 틈은 없습니다.

 

◆ ◇옷장, ◇탁자, ◇침대를 볼 수 있습니다.

 

렌:(옷부터 갈아입어야지... 옷장 열어봅니다.)

 

손잡이를 움켜쥐면 수북하게 쌓인 먼지가 손가락 모양대로 눌려 흩어집니다.

 

퀴퀴한 냄새와 함께 열린 옷장 안에는 소매나 밑단의 가장자리가 반질반질하게 닳은 사용인 옷이 걸려 있습니다.

 

기존에 입던 옷은 갈아입고 걸어둡시다.

 

혹시 모를 위기 상황에 대비해서 헬렌이 준 목걸이를 목에 걸고, 단도도 품 속에 숨겨서 챙기는 게 좋겠습니다.

 

렌:(먼지가 남아있는 것 같은 기분에 옷 입고도 몇 번 손으로 털어보고... 단도와 목걸이를 다 챙긴 후 탁자로 향합니다.)

 

모서리가 닳아빠진 탁자 위에는 텅 빈 화병 하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화병 밑에는 이전에 방을 사용한 사람이 쓴 듯한 ◇노트 한 권이 깔려 있습니다.

 

렌:(노트...? 노트 주워서 펼쳐봐요)

 

빽빽하게 교리를 필사한 노트입니다.

 

무심하게 넘기다 보면 후반의 내용은 카르코사에 관한 극심한 갈망으로 변질됩니다.

 

카르코사, 그곳은 노란 옷의 왕이 지배하는 사후 세계, 끔찍하고 아름다운 신봉자의 천국입니다.

 

이곳, 하스투르 교단에서는 신을 모시고 교주의 뜻과 교리를 따른 끝에 대가로서 죽은 뒤에 노란 옷의 왕이 지배하는 카르코사에 간다고 믿습니다.

 

카르코사에 도착한 영혼은 영생과 완전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렌:(불쾌해...... 전의 그 사람도 이런 느낌이었나... 노트는 다시 접어서 올려두고 침대도 봅니다.

 

룸메이트와 함께 사용하는 2층 침대입니다.

 

다만, 방이 이렇게 많이 빈 것을 보아하니 누군가와 같이 쓸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이상한 일입니다.

 

그토록 많았던 사용인은 어디로 간 걸까요.

 

…달그락, 달각.

 

당신이 방을 나서려던 그때, 방음이 잘 되지 않는 듯 옆 방에서 식기가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소곤대는 말 소리가 들려옵니다.

 

사용인들의 식사 시간인가 보네요.

 

　✷　듣기 판정　✷　

 

렌: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사용인 1:그러고 보니, 교주님께서 건강이 많이 악화되신 것 같더라고.

 

사용인 2:내가 지난 번에 옷 시중 들다가 봤는데, 신체 곳곳에 무슨 자국이 생기셨더라?

 

사용인 1:아, 그거? 궁금해서 교주님께 여쭤봤는데, 그건 '성흔'이라고 하셨어.

 

사용인 2:그런 게 나타날 정도면 카르코사에 입성할 준비가 된 거겠지. 우리들은 아직 멀었어.

 

사용인 1:(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모양대로 살결을 불에 그을려봤는데, 어때?

 

사용인 2:관둬, 이런 흉내로는 턱도 없는 거 알잖아? 진짜가 아니니까.

 

사용인 1:머리카락을 좀 주워오긴 했어. 이걸 먹으면 나도 진짜 성흔이 생길까? (웃음 소리)

 

어딘가 정신이 나간 듯한 대화입니다.

 

그 대화를 끝으로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 가지 않아서 방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성 밖으로 향한 것 같습니다.

 

아마, 전야제를 준비하는 무리에 섞여 알아볼 수 없게 되겠죠.

 

그렇다 해도 크게 상관 없습니다.

 

이 마을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똑같으니까요.

 

그들은 진심으로 신을 믿고, 찬양하고, 교리와 교주의 뜻에 따라 움직이면 천륜에 어긋나는 짓이라 해도 사후에 보상 받으리라 믿습니다.

 

수많은 산과 거친 길이 방벽처럼 둘러싸여 국왕의 입김이 닿지 않는 이 마을은 그렇게 하나의 작은 나라를 구성합니다.

 

먼지 쌓인 거울에 사용인 옷이 꼭 맞게 떨어지는 렌 자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당신은 어째서 이곳에 초대 받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지 못하고 돌아와 옛 기억의 그림자에 휩싸입니다.

 

이를 테면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

 

그 위로 쭉 뻗어 창가에 근접한 나무,

 

문을 열면 한눈에 보이는 오래된 복도,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까지,

 

모든 것들이 오랜 시간 묻어둔 당신의 마음을 건드립니다.

 

─────── EVENT ───────재회

 

문 밖으로 나오면 산더미 같은 소포를 든 이즈렐이 다른 사용인에게 끊임없이 지시를 내리며 걸어가고 있습니다.

 

정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해 보이는군요.

 

이즈렐은 닥치는 대로 사용인에게 심부름을 시키더니, 이내 렌 앞으로도 일감을 내밉니다.

 

이즈렐:자, 너는 이걸 교주님께 드리고 와라. 전야제의 의복이라고 말씀 드리면 돼.

 

가장 묵직한 소포는 청운의 몫이었나 봅니다.

 

복잡한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아주 긴 시간이 흘렀지만, 교주의 방은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습니다.

 

다만 걱정인 것은,

 

이즈렐:의복이 많이 복잡하니 시중을 들도록.

 

그렇게 헤어진 청운과 재회일까요.

 

미사보로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 얼굴을 알아보진 못한다고 하더라도, 기분이 미묘하겠습니다.

 

하지만 명심하세요.

 

한 번 미사보를 벗으면 인식 저해 주문은 풀려버리고 맙니다.

 

이즈렐:그럼 잘 부탁한다, 잔.

 

심지어 당신을 다른 사용인과 헷갈렸나 봅니다.

 

하긴, 아무에게 교주와 접촉할 기회를 주진 않겠죠.

 

어찌 됐든, 당신은 왁자지껄한 전야제 준비 현장을 뒤로 하고 교주의 방이 있는 층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도착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방 앞을 지키고 선 문지기가 당신을 보고 가볍게 눈 인사를 합니다.

 

간단한 노크 후 문을 엽니다.

 

죽은 듯이 고요합니다.

 

문이 닫히는 소리만이 적막을 깹니다.

 

익숙한 방 구조와 차분한 분위기,

 

그리운 모양의 커튼,

 

그리고 어스름한 채광이 당신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이 성에서 살던 그 시절과 무엇 하나 달라진 것 없습니다.

 

침대에 달린 캐노피는 주인의 낮잠을 비호하듯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교주를 깨우기 위해선 캐노피를 젖혀야겠습니다.

 

한 걸음,

 

바닥에 깔린 양탄자가 푹신하게 눌립니다.

 

두 걸음,

 

침대가 가까워집니다.

 

세 걸음,

 

얇은 캐노피 천 아래 흐릿하게 누운 인영이 비칩니다.

 

네 걸음,

 

손을 뻗을까요?

 

렌:(머뭇거리다가 크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뱉으면서 천을 조심히 젖혀봅니다.)

 

손바닥에 잡히는 기분 좋은 촉감과 함께 캐노피 천을 젖히면, 이불을 턱까지 덮은 채 잠든 사람과 마주합니다.

 

아주 익숙한 얼굴입니다.

 

하지만 이 나이가 된 이 사람은 처음 보는군요.

 

어떻게 달라졌고, 또 어떤 부분은 변함 없나요.

 

늘 그렇듯, 결국 변하지 않은 부분을 눈으로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청운과 재회합니다.

 

물론 감동의 재회는 잠깐 뿐, 지금은 '렌'이 아닌 '사용인'으로서 청운을 깨울 시간입니다.

 

렌:(...가만히 보다가 입을 열어 깨우기 위해 청운을 부릅니다.) ...청, ......교주님.

 

청운은 잠깐의 뒤척임 끝에 몸을 일으킵니다.

 

　✷　관찰력 판정　✷　

 

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아직 완전히 졸음을 쫓아내지 못한 자 특유의 무방비한 움직임으로 인해,

 

내내 잠옷 안에 숨겨져 있던 청운의 흉측한 흉터를 얼핏 목격합니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청운의 몸을 갉아먹고 있던걸까요?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던 청운은 이내 당신을 바라보며 눈쌀을 찌푸립니다.

 

김청운:...잔은 아니고, 누굽니까? 새 시종?

 

방금 막 잠에서 깬 목소리는 반쯤 잠겨 있습니다.

 

아무래도 미사보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모양입니다.

 

렌:(다행인지 아닌지... 미사보 안으로 묘하게 침울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엽니다) 네. 이번에 새로 온... (...) 렌...... 이라고 합니다. (잔이라는 시종인 척을 해야하나, 얼버무릴까? 다른 이름을 써야할까, 아니면 차라리...... 침묵 사이사이 그런 고민이 섞였고, 만약 조금이라도 티를 내본다면 혹시나하는 마음에 제 이름 입 밖으로 꺼냈습니다.)

 

김청운:...렌? (순간 표정이 험악해집니다. 그러나 금방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표정을 바꾸고는) 뭐, 알겠습니다. (냉담한 투로 말합니다. 아직 잠기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간신히 침대에서 일어나 걸터 앉고는, 슬리퍼를 구겨 신은 채 당신을 지나쳐 욕실로 향합니다.)

 

당신은 청운을 따라서 욕실로 향합니다.

 

이 성에 그렇게 오래도 살아왔는데, 교주의 방 욕실에 들어오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네요.

 

당신이 오기 전에 누가 들렀던 건지 욕조엔 이미 물이 받아져 있습니다.

 

김청운:잠시 뒤 돌아보고 있어요. (...) 아니면 나 혼자 해도 되니까 나가 있던가. (잠옷을 묶고 있는 끈 부분을 만지작 거리며 말합니다.)

 

렌:...혹시 모르니 여기 있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뒤 돕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말해주세요.

 

찰박, 하고 물에 들어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윽고 다시 뒤를 돌아보면 청운은 욕조 안에 들어가있습니다.

 

팔, 어깨, 목 언저리까지 그 '성흔'이라는 게 몸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더불어 그날 잘린 청운의 손은 의수가 대체하고 있는 게 보입니다.

 

울긋불긋 곳곳에 드러난 썩은 흔적은 의수의 바로 윗부분까지 침범하고 있습니다.

 

김청운:...당신 뒤 선반에 있는 통 좀 줄래요? (당신을 곁눈질로 바라보며 말합니다.)

 

렌:아. 네. (네가 입을 열자 작게 놀라고... 뒤 돌아서 네가 말한 통 찾아 들고는 가까이 다가가 건네줍니다.)

 

김청운:(의수로 대체된 손으로 당신이 준 통을 건네 받아들려다가 조금 멈칫합니다. 조금 고민하는가 싶더니 통을 받아들고) 고마워요. (...) 그냥 나가 있어요. 금방 씻고 나갈테니까. 옷이라도 준비하고 있는 게 어때요?

 

렌:(내쫓기는 느낌... 네. 하고 작게 대답하고는 밖으로 나갑니다. 생각하니 묘하게 불쾌한데...... 내쫓긴게 아니라 좀 다른 부분에서...... 한숨 쉬며 옷을 준비합니다.)

 

가지고 온 소포를 풀어보자 안에는 화려한 의상이 들어가있습니다.

 

긴 수단, 허리띠, 코트형 로브, 머리 장식과 목걸이 등….

 

한쪽 손이 불편한 청운은 혼자 입기 영 불편한 옷 뿐이네요.

 

당신이 옷을 정리하고 있던 찰나, 얇은 내의를 입은 청운이 욕실에서 나옵니다.

 

김청운:(소포 안의 옷을 대강 훑어보고는 익숙하다는 듯 코트형 로브를 한 손으로 잡습니다.) 그쪽이 입혀줘야 하는데, 할 수 있겠어요?

 

렌:(고개 끄덕이고는 단추를 풀어둔 수단을 들고는 다가갑니다. 입기 편하게 펼쳐주며...) 걸쳐주시면 단추를 채워드리겠습니다.

 

김청운:(대강 몸에 걸치고는 한 손으로 접힌 부분을 어설프게 핍니다. 그러고는 당신을 바라보며 까딱하고 턱짓을 합니다.)

 

렌:(네가 턱짓하자 가장 윗부분부터 하나하나 단추를 채워줍니다. 남의 단추를 채워주는 건 또 처음이라 묘하게 서툰 손길... 실수는 없었지만 서툰 손길은 티가 났고, 단추를 다 채워주고는 허리띠를 들고 옵니다) 팔을 올려주세요.

 

김청운:(멍하니 미사보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당신 얼굴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팔을 올려달라는 말에 별다른 대꾸 없이 고분고분 따라줍니다.) ...오늘 화가가 오기로 해서 그런지, 옷이 유독 화려하네요.

 

렌:(허리띠 묶어주며 입을 엽니다)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인가요? 그림 실력이 빼어난 사람이면 좋겠네요. (...어렵다! 허리띠... 어, 어떻게 묶는거지. 따라 묶는다고 따라 묶었지만 묘하게 엉성한 모양새... 엉성한 모양새로 묶인 허리띠를 가리기 위해 로브를 급하게 들고 옵니다.)

 

김청운:(잠시 침묵하다가) 예, 뭐... 초상화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니 말입니다. (그러고는 고개를 내려 당신이 묶은 허리띠를 보다가 피식 웃습니다. 당신이 로브를 들고 오자 금방 표정을 바꾸고는 미사보 너머를 빤히 바라봅니다.) 당신은 그림 같은 거 그려본 적 있나요?

 

렌:(급하게 로브 들고 우왕자왕하며 펼치다 네 질문에 하던 일 잠시 멈추고는 너 바라봅니다) 그런 손재주가 필요한 작업들엔 재능이 없어서요... 그림을 다른 사람한테 받아본 적은 있어요. 그걸 받았다고 해도 괜찮나. ...사족은 딱히 궁금하지도 않으셨을텐데. 죄송합니다. (대꾸하고는 로브 제대로 펼쳐 입으라는 듯 들어보입니다.)

 

김청운:(...) 그렇습니까. (당신이 펼쳐준 대로 로브 입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초상화를 그리기로 했던 화가는 그림을 너무 엄숙하게 그려서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당신한테 그려보라고 하려 했는데 아쉽게 됐습니다. (로브 입은 채 옷매무새 조금 가다듬더니) 머리카락 좀 묶어줄래요? 머리끈은 아마, 저기 탁자 위에 있을겁니다. (한 손을 들어 탁자를 가리킵니다.)

 

렌:그려드릴 순 있지만, 남들 앞에 내보일 수준의 그림은 아닐게 분명해서요. (그리 말하며 머리끈을 찾아옵니다. 소포에 있던 머리 장식도 들고 오더니 엉성했던 전과는 달리 능숙하게 묶기 시작합니다. 앞머리는 남긴 채 하나로 올려 묶고, 길이가 부족해 흘러내린 머리는 핀과 비슷한 장식으로 올려 고정하고 머리카락이 묶인 부분을 흘러내리는 파츠가 있는 머리 장식으로 가립니다. 손으로 가볍게 머리카락을 한 번 풀어주고는 다 했다며 거울 앞으로 인도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김청운:(당신 따라서 거울 앞으로 가고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봅니다.) ...괜찮네요. 머리카락은 많이 묶어봤나 봅니다? 꽤 능숙하게 묶는 것 같던데. 머리카락이 긴 편이라거나... (거기까지 말했다가, 이내 말꼬리를 흐립니다. 잠시 침묵하다가 거울에서 시선을 떼고는 고개를 돌려서 당신을 바라보고는 말을 이어갑니다.) 아닙니다. 이제 됐어요. 어서 나가죠. 당신도 내 시중 말고도 할 일이 있을 테고, 저도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얼른 나가야 하니까.

 

청운은 탁자 곁에 있던 지팡이를 쥐고 문을 열며 말합니다.

 

김청운:...당신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덜컹, 끼익.

 

오래된 경첩이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방을 나서면 바야흐로 전야제의 시작입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옆에 있는 사람은 하스투르 교단의 교주입니다.

 

호위를 비롯한 간부들, 최측근과 시종들이 그의 뒤로 따라 붙습니다.

 

미사보를 뒤집어 쓴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청운은 마침내 당신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됩니다.

 

─────── EVENT ───────전야제

 

전야제는 해가 질 무렵 야외 미사로 시작되며, 미사가 끝나면 모든 사람들이 밤새 기름진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며 흥겹게 시간을 보냅니다.

 

어느덧 붉은 기가 감돌기 시작한 하늘을 보니, 슬슬 당신도 미사에 가지 않고 복도를 어슬렁거리면 의심을 사겠어요.

 

자, 어서 갑시다.

 

렌:(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서두릅니다.)

 

성의 입구부터 마을의 중심까지 이어지는 길은 붉은 카펫과 흩어진 꽃잎들로 화사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습니다.

 

당신은 그 길을 걷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줄줄이 세워진 간이 의자에 앉아 성의 발코니에서 교주가 모습을 드러내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북과 악기 소리, 그리고 찬송가의 잔잔한 멜로디가 교주의 등장을 알리며 흥을 돋웁니다.

 

미사보를 쓴 머리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고 발코니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교주의 관을 쓰고 로브를 두른 청운이 홀을 짚고 한참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얼굴을 가린 이들 사이에서 홀로 그 존재를 드러낸 채로.

 

「아주 먼 예전, 인간이 감히 신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인간은 오로지 신만을 영원히 사랑하고 숭배하다 죽었습니다.

 

그 후손은 신의 대리인이 되어 지금도 신과 우리를 이어주고 있습니다…….」

 

이는 미사를 여는 아주 익숙한 대사입니다.

 

그 다음으로 찬송가가 이어집니다.

 

「노란 옷의 왕은 나에게서 앗아가 버렸네. 꿈의 행방을 결정할 힘도, 꿈에서 도망칠 힘도.」

 

「노란 옷의 왕은 나를 꿈의 나라로 데려갔네. 영생과 영원한 꿈이 약속된 그 땅의 이름은 카르코사.」

 

찬송가가 끝나면, 청운은 천천히 입을 엽니다.

 

전야제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연설입니다.

 

김청운:...어제, 열 한 명의 신자들이 카르코사로 떠났습니다. 삶이라는 고된 굴레를 벗어 던지고 마침내 축복의 땅으로 입성한 것에 관해, 축하해 마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주 특별한 축일 주간에 카르코사에 도착했다니, 문지기이자 중재자인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입니다.

분명 우리의 신과 선조도 100번째 가약일을 기뻐하며 성대한 축제를 누리고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카르코사에서 그 광경을 볼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자, 기도를 멈추지 맙시다.

저는 신의 대행자입니다. 신께서는 삶 동안 우리에게 굶주리지 않을 평화를 선사하시고, 사후에는 카르코사로 향하는 길을 안내하실 것입니다.

 

청운의 말이 끝나자, 미사보를 쓴 사람들이 일제히 방언을 시작합니다.

 

그리스어, 이집트어, 아람어, 히브리어, 아랍어, 혹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떤 발성과 발음이 모독적으로 연속됩니다.

 

누군가에게는 충격적인 광경이겠지만…

 

아마 당신에게는 아니겠죠.

 

이미 익숙하다 못해 질린 풍경 아닌가요?

 

오래 지나지 않아 야외 미사는 끝납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신자들이 의자를 접어 한데 모아 치우고, 푸짐하게 일렬로 늘어선 음식들을 접시에 담아 가져옵니다.

 

그들은 날이 밝을 때까지 소리 높여 웃고 떠들 예정입니다.

 

그 중에는 문지기도, 깐깐한 서고의 관리자도, 사용인도, 간부도 있습니다.

 

자리를 빠져나가 이곳을 조사할 생각이라면 지금이 제일 적기겠어요.

 

렌:(주위 둘러보다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현장을 빠져나갑니다.)

 

─────── EVENT ───────야간 조사

 

조심스럽게 이동합니다.

 

성의 내부로 들어오면, 성 밖에서 사람들이 흥겹게 떠드는 소리와 북소리, 그리고 찬송가가 희미하게 섞여 들려옵니다.

 

조사할만한 곳은 ◈교주의 방, ◈고해성사실, ◈미사실 정도네요.

 

자칫 길을 잃지 않도록 순서대로 둘러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렌:(교주의 방으로 향합니다.)

 

무방비하게도 교주의 방을 지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감히 들어올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불침번을 서던 문지기가 술이라도 마시러 떠난 걸까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까 본 교주의 방과 동일합니다.

 

다만, 청운이 보이지 않네요.

 

◆ ◇책상, ◇창문, ◇침대를 볼 수 있습니다.

 

렌:(방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책상으로 향합니다.)

 

책상 위에는 여러 종류의 문헌이 흩어져 있습니다.

 

쌓아둔 문서들을 하나하나 읽고 있었는지, 얼핏 보기에는 문헌의 공통점을 찾기 힘듭니다.

 

　✷　자료 조사 판정　✷　

 

렌:

자료조사

기준치:	75/37/15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흩어진 문헌을 눈대중으로 훌어보던 찰나, 당신은 유독 유심히 보고 조사한 듯한 카테고리를 찾아냅니다.

 

바로 ◇아사셀의 염소입니다.

 

마침 당신의 손이 닿는 거리에 정리가 잘 된 것 같은 문서가 있네요.

 

한 번 읽어볼까요?

 

렌:(문서를 읽어봅니다.)

 

·· HANDOUT ··아사셀의 염소━━━━━━━━━━━━━━━━━─아사셀의 염소란 속죄를 위한 제물을 뜻한다. (중략) ……우선, 제물로 삼고자 하는 염소를 준비한다. 그 염소는 사람들이 저지른 모든 죄와 업보를 짊어진다. 준비된 염소는 문 밖으로 내쫓겨, 머나먼 타지로 떠난다. 아사셀의 염소는 일반적으로 불에 태워 신에게 바치는 선물이 아닌, 인간을 위해 사라지는 희생 제물이다. 완전하고도 전적인 용서를 위해, 염소를 떠나보내며 우리는 모든 죄를 지울 수 있다.　

 

당신은 문득 며칠 전의 집단 자살 사건을 떠올립니다.

 

제물, 혹은 공양이라는 점에서 비슷하죠.

 

하지만… 완전히 다릅니다.

 

　✷　관찰력 판정　✷　

 

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59
판정결과:	실패

 

그러고 보니 이 문서, 어딘가 헐빈한 느낌이 듭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요.

 

렌:(최대한 처음과 비슷하게 문서를 정리해두고 창문가로 향해봅니다.)

 

당신은 창문을 열고 발코니를 통해 바깥을 바라봅니다.

 

어둠이 컴컴하게 내려앉은 밖을 보고 있으면, 문득 아침부터 건물 위에서 뛰어내리던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떨어진 사람은 없는지 무심결에 몸을 숙여 아래를 확인하면, 정원 한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을 발견합니다.

 

천천히 미사보를 벗고 하늘을 올려다 보는 사람은 이즈렐입니다.

 

그런데, 저 사람은 원래 저런 분위기였던가요?

 

도로 미사보를 쓴 그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걸어갑니다.

 

분명히 눈이 마주치지 않았는데, 그가 줄곧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렌:(찝찝해... 이내 침대로 다가갑니다.)

 

주인이 없는 침대는 사용인의 손길이 지나갔는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어렴풋한 과거를 떠올립니다.

 

비수가 꽂힌 채 죽어버린 전대 교주, 그리고 이 방에서 일어난 사건까지.

 

품속으로 손을 넣으면 딱딱한 칼의 손잡이가 만져집니다.

 

잘 지니고 다니면 어딘가에 쓰이겠죠.

 

　✷　관찰력 판정　✷　

 

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라?

 

그러고 보니 베개 아래에 은색으로 빛나는 무언가가 삐져나와있습니다.

 

손을 뻗어 베개 밑에 있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빼내보면, 잘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열쇠 꾸러미가 손에 들립니다.

 

잠겨 있는 대다수의 문은 여기 있는 열쇠로 열 수 있겠어요.

 

렌:(열쇠 챙기고... 떠나기 전에 머뭇거리다 침대에 조심히 올라가봅니다. 베개에 얼굴 파묻곤 부비적거리고... 괜히 이불도 몸에 한 번 둘러보고... 다시 정리된 모습으로 만들어두고는 방을 떠나 고해성사실로 향합니다.)

 

신자들이 무릎을 꿇고 자신의 죄를 고하는 비좁은 방입니다.

 

무릎이 닿는 바닥이 반질반질하게 닳아 있습니다.

 

렌 역시 들어온 기억이 있습니다.

 

잊지 못할 사건도 겪었고요.

 

당연하지만, 고해성사실 내부의 ◇비밀문은 잠겨 있습니다.

 

렌:(방에서 챙겨온 열쇠 꾸러미 중 맞는 걸 찾아 비밀문을 열어봅니다.)

 

당신이 열쇠를 꽂고 돌리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의 잠금이 풀립니다.

 

비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보면, 그곳은 여전히 기도실처럼 꾸며져있습니다.

 

초상화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으며, 한 자리가 들어갈 공간만이 남겨져 있습니다.

 

제단 위에는 읽던 ◇서적과 ◇작은 보물 상자가 있습니다.

 

렌:(제단 위의 서적을 살핍니다.)

 

두꺼운 서적을 여러 권 쌓아두었네요.

 

서적 몇 권을 치우고, 서적 사이를 조금 뒤져보던 와중 당신은 가름끈이 사이에 끼워진 독특한 표지의 서적을 한 권 발견합니다.

 

렌:(눈에 띄는 서적을 꺼내 펼쳐봅니다.)

 

서적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HANDOUT ··다윗과 사울━━━━━━━━━━━━━━━━━─인간의 왕이었던 사울은 자신의 종인 다윗을 불편하게 여겼다. 신은 다윗을 왕으로 삼고자 했고, 백성들 역시 다윗을 존경하고 따르며 그가 왕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윗은 그러한 추종을 외면하며 오로지 사울을 그의 주인이자 왕으로서 받들었다. (중략) 다윗의 심복은 사울을 죽인 뒤 다윗에게 칭찬 받고자 했으나, 다윗은 크게 분개하고 슬퍼하며 제 손으로 충실한 심복을 베었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충성이란 존재하는가? 해답은 알 수 없으나, 한 가지는 확언할 수 있다. 다윗은 사울이 죽은 후에도 그의 종이었다.　

 

렌:(흠... 책은 다시 넣어두고 작은 보물 상자로 시선을 옮깁니다.)

 

은색 톱니바퀴로 정교하게 구성된 정육면체의 박스입니다.

 

오르골이나 시계를 연상 시키는 물건이지만, 그것보다 한층 더 고차원적입니다.

 

당신의 지능으로서는 사용 방법을 전혀 가늠할 수 없습니다.

 

굉장히 기시감이 드는 오브젝트입니다.

 

어딘가 익숙합니다.

 

이 기시감, 분명 어디에서 봤던 것 같은…

 

　✷　지능 판정　✷　

 

렌: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 그래요.

 

이건 분명 과거 성에서의 사건 때 조우한, 미래에서 온 청운이 들고 있었던 관문 상자입니다.

 

그런데 이게 왜 여기 있는 걸까요?

 

한 번 건드려 볼까요?

 

렌:(좀 더 살펴보기 위해 관문 상자를 들어봅니다.)

 

당신의 손길이 닿자, 상자의 주변이 묘한 빛으로 일렁이더니, 톱니바퀴 하나하나가 맞물리며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처음 듣는 기묘한 소음과 간단한 멜로디가 울려 퍼집니다.

 

◆ 당신은 상자에게 강제로 2의 마력을 흡수 당합니다.

 

……대답하라.

 

그리움과 후회는 어디에서 오는가?

 

기대는 어디로 가는가?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상자 안에서 흘러나옵니다.

 

렌:(기묘한 상황에 머뭇거리다가 대답합니다) 그리움과 후회는 과거에서, 기대는...... 미래로...?

 

당신이 대답하자 한참 반응이 없던 상자에서 질문이 흘러나옵니다.

 

좌표가 필요해. 오늘은 몇 번째 축일이지?

 

렌:100번째 축일.

 

상자는 당신의 손바닥 위에서 빙글 돌더니 홀로 접히며 사라져 버립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　이성 판정, (0/1d2)　✷　

 

렌:

SAN Roll

기준치:	85/42/17
굴림:	7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상한 경험... 미사실로 향합니다.)

 

미사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당신은 저항할 수 없이 그날의 의식을 떠올립니다.

 

죽은 듯이 잠든 채 모든 의식을 참관한 사람들,

 

무아지경으로 흐르던 피,

 

제 주인을 찾은 관과 망토,

 

종의 서약,

 

교주가 된 청운과 이곳을 떠나 평화로운 삶을 얻은 렌.

 

미사실에 놓인 물건들은 대부분 변함 없지만, 단 하나 뚜렷하게 바뀐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들어서자마자 정면에 보이는 거대한 그림입니다.

 

캔버스 위에는 풍경화처럼 널찍한 황금빛 밀밭과 푸른 하늘, 그리고 작은 오두막만 그려져 있을 뿐,

 

이 거대한 미사실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서 그림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뒤늦게 인기척을 느낀 듯,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돌아봅니다.

 

바로 청운입니다.

 

김청운:(당신을 빤히 바라보다가) 다들 밖에서 전야제를 즐기는 줄 알았는데요.

 

렌:(잠시 대답을 고민하다 입을 엽니다) ......사실은, 그런 분위기가 어색해서요.

 

김청운:그렇습니까. (다시 고개를 돌려 그림을 바라보며 얘기합니다.) 신기하네요. 여기 사람들은 전부 전야제에 열광하는데.

 

렌:가끔은 이런 이레귤러도 있어야 재밌죠. (그리 대꾸하곤 너 따라 그림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이 그림은 뭐길래 그렇게 보고 계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김청운:(그림을 계속 바라보며 말을 이어갑니다.) 카르코사를 묘사한 성화입니다. 물론, 진짜 카르코사는 이 너머에 펼쳐져 있고, 이 그림이 묘사하는 건 어디까지나 입구일 뿐이죠. (...) 전설 속에서는, 원래 이 성화 안에 우리가 섬기는 신이 있었다고 합니다. 신은 그림을 빠져나와 교주의 선조와 맺어진 후, 그 후손을 어여삐 보살피다 선조가 죽음을 맞이하자 함께 카르코사로 돌아갔다고 전해지죠. 흔한 옛날 이야기의 아류작일 뿐이지만.

 

렌:...카르코사. (...)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많은 사람들이 카르코사에 간다며 죽은 적이 있는데. 교주님은 그 일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당연히 알겠지만... 직접 듣는 건 또 다를테니 물어봅니다.)

 

김청운:아아, 그 사람들 말입니까? (그림에 손을 가져다댄 채 쓸어내리며 말합니다.) 그들은 하루라도 빨리 영혼을 카르코사에 보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교리를 잘 지키고,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면 때가 온다고 일러주었죠. 교리에 '무지한 자에게 신을 섬기는 기쁨을 나누어라.'라는 계명이 있잖습니까. 그들은 자신들의 죽음으로 세간의 시선을 끈다면 우리의 신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리라 믿었던 것 같아요. 부디 그들이 카르코사에서 안식을 취하길 바랄 뿐입니다. (냉랭한 투로 말합니다.)

 

렌:(들어보면 영 부추긴 것 같지는 않은데. 고개 돌려 청운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듣다 네 말이 끝나자 입을 엽니다) 그러고 보니 초상화는 잘 됐나요? 화가가 온다길래 최선을 다해 꾸며드렸는데.

 

김청운:(그림에서 손을 떼고는 잠시 침묵했다가) ...아니요. 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고 해서, 축일 기간 내에는 아마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애초에 그 화가의 그림을 싫어하는 편이었으니 잘된 편이려나. (작게 웃습니다.)

 

렌:그렇게 생각한다면 잘된 편이겠죠. (잠시 침묵했다가) 뭐, 떳떳하게 내놓지 못할 그림이어도 괜찮다면 제가 한 장 그려드릴까요? 적어도 그림을 엄숙하게 그리는 편은 아닌데.

 

김청운:...어차피 필요 없어질 지도 모르는데요. 그래도 그려주시렵니까? (그림에 꽂혀 있던 시선을 당신에게로 옮겨 바라봅니다.)

 

렌:교주님을 그리는 걸 허락해 주신다면야. 임시 초상화 같은 느낌으로 종이에 한 장 그려서 드리죠. (여전히 널 바라본 채로 작게 어깨 으쓱이며 대답합니다.)

 

김청운:(...) 그럼, 제 방으로 가죠. 오늘 화가가 오기로 해서 준비해둔 도구가 아직 남아있을 겁니다. 다들 놀고 마시느라 바빠서. (가자는 듯 고개를 까닥입니다.)

 

렌:그렇게 본격적으로 그리라고 하면 좀 떨리는데. 노력해볼게요. (가자는 듯 신호하면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가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립니다.)

 

당신이 고개를 끄덕이자, 청운은 앞서서 자신의 방으로 향합니다.

 

얼마 가지 않아 도착한 교주의 방에 들어가면 청운의 말대로 미술 도구가 여러 개 쌓여있습니다.

 

캔버스, 연필, 지우개, 물감부터 꽤 본격적인 것까지 준비되어 있네요.

 

청운이 자리에 앉고, 당신도 그를 따라서 맞은 편 의자에 앉습니다.

 

당신 앞에는 캔버스가 놓여있고 그 위에는 스캐치용 도구가 널부러져 있네요.

 

김청운:...가만히 있을 테니까, 마음대로 그려봐요.

 

렌:(흠... 어디서 본 건 있는지 연필 잡고는 한쪽 눈 감고... 왜 하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해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사각사각... 그래요 이건 아마도 후대의 사람들이 보면 입체파의 선조라고 할법한 그림입니다...) ...교주님은 그림 그리시는 걸 좋아하시나요?

 

김청운:(당신이 하는 걸 가만 바라보고 있다가, 당신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천천히 입을 엽니다.) 글쎼요. 예전에는 좋아했던 것도 같은데, 솔직히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를 그려준 것도 벌써 몇 년 전이고, 그게 지금 저한테 있지도 않죠.

 

렌:(넓은 캔버스에 옹졸한 사이즈로 그려지는 그림...) 타인을 그려줄 정도의 실력이라면 교주님이 거울보고 혼자 그리는게 더 나을 수도 있겠는데요. 그건 너무 멋 없나. (말하며 그림에 집중하는 듯 하지만... 그림 실력이 없는 언럭키 피카소...) 그 그림은 그 사람이 잘 받았나요? 교주님한테 그림을 받은 사람은 좋겠어요. 분명 기뻐했을 것 같은데.

 

김청운:...하하, 글쎄요. 아마 원래 쓰던 손이 잘려나가서 지금은 영 못 그릴 겁니다. (헛웃음을 치고는 말을 이어갑니다.) 모르겠네요. 잘 받았는지. 애초에 준 적이 없거든요. 완성된 그림도 아니었고, 그걸 받고 기뻐했을 지는 더더욱. (그리 말하고는 잠시 침묵합니다.)

 

렌:...혹시 아픈 곳을 건드렸나요?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네가 자신을 그린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자 미사보 뒤로 묘한 표정 지어보입니다. 그거에 따라 손도 느려지고. 잠시 침묵했다 입을 엽니다) 기뻐했겠죠. 그림을 그린다는 건 상대를 계속해서 생각했다는 거니까요. 그 사람의 얼굴을 상기하고, 그 사람이 지을 표정과 행동을 계속해서 상상하고... 그 사람은 좋겠네요, 상대가 자기를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대부분 그럴거예요. 저도 그렇고.

 

김청운:아뇨. 딱히 아픈 곳은 아닙니다. 지금에서야 별 감정도 안 남아있고. 신의 선물인 셈 치는 거죠. (말 없이 당신이 하는 말을 가만 듣고 있습니다. 당신의 말이 끝난 후에도 아무 말이 없다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나 봅니다.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네요. 그 사람도 당신처럼 생각하면 좋을 텐데. (...) 비록 마지막으로 만난 건 몇 년 전이지만, 그 사람도 지금은 잘 살고 있겠죠.

 

렌:분명 이렇게 생각할테니 안심해요. 받지 못했어도 만약 봤다면... 교주님의 정성을 알고 있다면 분명하니까요. 근데 그림을 그릴 정도면...... 그 사람이 교주님한테 어떤 사람이었는지 말해줄 수 있어요? 실례가 안 된다면요. 비밀이라면 비밀도 지킬게요. 방금 그 마지막 말로 되게 엄청난 사연이 있는 것 같아서 궁금해졌거든요. 굳이 말해주실 필욘 없어요 전 일개 사용인일 뿐이니까... (잠시 침묵했다가) ...근데 그럼 교주님은 그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었으면 해요?

 

김청운:저한테 어떤 사람이었느냐니, 어려운 걸 물어보네요. 당신도 이 교단의 신자인 이상 신의 대리인이 된 지금은 아무 소용도 없는 것 아시잖습니까. (그 말을 끝으로 침묵합니다.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바닥만 바라보는가 싶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엽니다.) ...행복했으면 좋겠는 사람, 이었을까요. 그 사람이 웃는 게 좋았습니다. 그래서 원하는 건 전부 해줬던 것 같아요. 그 사람 입장에서는 어땠을 런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도, 행복하게 웃으면서 살고 있었으면 좋겠고. (다시 입을 닫고는, 얼마 안가 약하게 헛웃음을 칩니다.) 하, 방금 한 말은 그냥 잊으세요. 허튼 소리를 했군요. 미안합니다. 초상화를 그리는 건 됐으니 이만 돌아가줄래요? 시간도 늦었고. 원하시면 가기 전에 기도라도 해드리죠. 이렇게 단 둘이 남은 것도 신의 인도 아니겠습니까.

 

렌:(네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애꿎은 연필만 꽉 쥡니다. 아, 미사보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구나. 나는...... 미사보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당장이라도 벗고 싶다는 생각이 공존한다. 참자, 조금만 참자.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미사보도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제대로 가려주지 못할테니 작게 심호흡을 하고는 입을 연다) 뭐, 잊으라면 잊어드리죠. 그럼 돌아갈게요. 기도는... (됐다고 말하려다 만약, 손 한 번만 잡아볼 수 있다면...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뒤 돌아 나가려다 다시 돌아와 입을 엽니다) 부탁드릴게요. 교주님한테 기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을테고요.

 

그 말을 들은 청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옵니다.

 

얇은 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칩니다.

 

청운은 두 손으로 당신의 손을 맞잡습니다.

 

김청운:당신이 카르코사로 향하는 여정에 순풍만이 존재하길 바랍니다.

 

청운은 기도가 끝나도 몇 초 정도 당신의 손을 잡고 있습니다.

 

◆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렌:

심리학

기준치:	80/40/16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청운에게서 미미한 위화감을 느낍니다.

 

어째서일까요? 이런 기분이 드는 건.

 

김청운:(당신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청운은 이내 당신의 손을 놓아주고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섭니다.) 이제 가세요. 밤이 늦었습니다.

 

렌:(미사보 뒤의 표정이 들킬까봐 말은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고는 공손하게 인사하고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뜹니다.)

 

당신은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사용인의 방으로 돌아옵니다.

 

간단하게 씻고, 낡고 퀴퀴한 냄새가 밴 이불을 덮으면 슬슬 잠이 몰려오고 얼마 가지 않아 완전히 잠에 빠집니다.

 

사람들의 노래와 북 소리는 날이 밝을 때까지 그치지 않아서, 조금 뒤척였을지도 모르겠네요.

 

─────── DAY 02 ───────축일

 

BGM : 축일

 

얼마나 눈을 붙였을까요,

 

이른 아침부터 사용인 방을 돌아다니며 분주하게 사용인들을 깨우는 이즈렐의 손길과 목소리에 당신 역시 미사보를 뒤집어쓴 채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오늘은 아주 중요한 축일, 바로 그 당일입니다.

 

이 교단이 '선조와 신이 맺어졌다'라고 주장하는 그 날이요.

 

성 밖 마을 사람들에게는 1년 365일 중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하루에게 불과한 날이지만,

 

성 안의 모두는 이 날만을 위해 살아온 것처럼 열렬하게 매달리겠죠.

 

아무튼간에 일은 해야 합니다.

 

일단, 당신은 사용인 신분으로 이곳에 잠입했으니까요.

 

간단하게 씻고 나면 아침 식사가 배급됩니다.

 

구운지 조금 시간이 지난 스콘, 블루베리 잼과 사과 조금, 오렌지 주스 등.

 

사용인의 식사치고는 꽤 괜찮게 나온 편입니다.

 

당신이 아침 식사를 하는 도중, 이즈렐은 당신에게로 와서 메모지 한 장을 두고 갑니다.

 

메모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HANDOUT ··해야 할 일━━━━━━━━━━━━━━━━━─1. 야외 미사 자리의 청소 2. 주방 보조 3. 제사 준비　

 

아무래도 오늘 당신이 배당 받은 일인가 봅니다.

 

나중에 헷갈리지 않게 순서대로 하는 게 좋겠어요.

 

렌:(이런 걸 왜 이렇게 주고 가는 건데...... 아침 식사를 마치고 청소를 위해 야외 미사 자리로 이동해요)

 

청소를 하기 위해 미사 자리로 가보면…

 

세상에나.

 

아주 늦게까지 떠들고 마시고 놀더니,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어디서부터 치워야 할지 감도 안 잡힙니다.

 

쓰레기를 치우고, 물걸레질을 하고, 음식물을 버린 다음에 분실물 정리까지 해야 하네요.

 

팔을 걷고 잠시 막막하게 서 있으면,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몸을 돌리면, 이제 갓 10대에 입성한 듯한 아이입니다.

 

부모는 어디에 갔는지 보이지 않고, 쓰레기를 들고 있습니다.

 

마틸다:이 쓰레기 언니가 버렸죠?

 

·· HANDOUT ··NPC. 마틸다━━━━━━━━━━━━━━━━━─이 종교의 어린 신자 중 한명으로 어린 동생인 조이를 등에 엎고, 항상 이곳 저곳을 돌아다닙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하스투르 교단의 신자인 만큼 그 신앙심이 상당합니다. 아버지, 동생과 같이 살고 있으며 어머니는 어렸을 적 죽었지만 그닥 슬퍼하지는 않습니다. 신의 품으로 돌아갔으니 말이죠.　

 

렌:...응? 난 여기에 있지도 않았어.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급하게 변명을 덧붙입니다...)

 

마틸다:(당신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은 건지 팔짱을 끼고 말합니다.) 흥, 거짓말!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면 카르코사에 못 갈거라고요. 저도 청소를 도울 테니까 여기부터 저어기까지 얼른 청소해요!

 

마틸다는 동생을 등에 업은 채로 쓰레기를 줍기 시작합니다.

 

예상치 못한 의심을 받기는 했지만…

 

역시 한 명이서 하는 것 보다는 두 명이 하는 게 당신에게 있어서 이득 아니겠어요.

 

비록 어린 아이지만.

 

아무튼, 당신도 얼른 청소를 시작합시다.

 

◆ 1D100을 굴려서 청소 기능치를 정해주세요.

 

렌:

rolling 1d100

(

97

)

 

=

97

 

◆ 렌의 청소 기능치가 97로 확정됩니다.

 

　✷　청소 판정　✷　

 

렌:

청소 Roll

기준치:	97/48/19
굴림:	4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엉겹결에 마틸다를 따라서 쓰레기를 주운지 얼마 가지 않아 쓰레기를 다 치웠습니다.

 

그러나 더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렌:(막막하다...)

 

이제 물걸레질을 해야겠어요.

 

마틸다:(뛰어가서 물걸레를 두 개 가져온다.) 자요, 언니. 이제 이걸로 박박 닦으면 돼요! (물걸레를 펴서 바닥에 대다 말고, 문득 고개를 들어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런데요. 언니는 청소도 잘 못하는 것 같은데 나중에 결혼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렌:어... 응. (얼떨결에 물걸레 하나 받고 열심히 닦다가 마틸다가 그런 말을 하자 어색하게 웃습니다) 뭐, 언니는 언니 대신 다 해줄 사람을 만날거라 괜찮아.

 

마틸다:에이, 언니. 요즘 세상에 그런 남자가 어디 있어요? 그래도 만약 그런 남자가 있으면 제가 가질 거니까 눈독 들이지 마세요! (그러고는 물걸레를 팡팡 소리 나도록 펼쳐서 닦기 시작합니다.)

 

　✷　청소 판정　✷　

 

렌:

청소 Roll

기준치:	97/48/19
굴림:	7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물걸레질도 끝내니 바닥이 다시 깨끗해졌습니다!

 

분실물만 조금 정리하면 야외 미사 청소도 끝나겠네요.

 

얼른 끝내고 다른 일을 하러 갑시다!

 

마틸다:(물걸레를 한쪽으로 치우고는 손을 탁탁 텁니다.) 이제 분실물만 정리하면 끝나요! 언니 생각보다 청소를 엄청 못하지는 않네요? 언니 가족들은 좋겠다~. 언니는 얼굴도 예쁠 것 같고, 청소도 나보다는 아니지만 잘하고. 언니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렌:어. 어어. 응. 너도 청소 잘하네. 어려보이는데. (그러다 마틸다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는 말에 응? 하는 소리 냅니다...) 그런게 왜 궁금해? 언니는 언니 대신 다 해주는 사람 좋아하고 있어서 자세히는 못 알려줘. 뺏길 순 없으니까.

 

마틸다:어, 어? 진짜요? 그런 남자가 있어요? 대박이다~. 언니 그런 남자도 좋아하고 완전 능력 있네요! 그런데 그 남자도 언니 좋아하는 건 맞죠? 막 짝사랑, 그런 건 아닌 거죠? (그렇게 말하고는 천진난만하게 웃습니다.) 농담이에요! 꼭 언니랑 그 오빠랑 잘 되길 바랄게요.

 

　✷　청소 판정　✷　

 

렌:

청소 Roll

기준치:	97/48/19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분실물 정리까지 모두 끝냈습니다!

 

돌아본 야외 미사 자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하네요.

 

이제 슬슬 다른 할 일을 하러 가야겠어요.

 

마틸다도 이제 집에 가려는 건지, 당신에게 손을 흔듭니다.

 

마틸다:잘 가요 언니, 그 오빠랑 꼭 잘 되길 바랄게요! 앞으로는 바닥에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도 마시고요! (손을 흔들고는 저 멀리 뛰어 가다가, 다시 뒤돌아서는 한 팔을 붕붕 흔들어 인사하곤 다시 뛰어갑니다.)

 

렌:(귀엽네... 손 흔들어줍니다.) 조심히 들어가~ (조금 큰 목소리로 인사하고는 주방 일을 돕기 위해 자리를 옮깁니다.)

 

야외 미사 자리 정리를 끝마치고 주방에 들어서면 당장 요리 중인 음식들의 열기가 훅 올라옵니다.

 

일손이 부족한 듯 끊임없이 고함과 독촉이 이어집니다.

 

빈손인 당신을 본 누군가가 감자가 가득 담긴 소쿠리를 품에 안겨줍니다.

 

요리사 1:이거 전부 깨끗하게 까서 주방장한테 넘겨!

 

당신은 졸지에 감자 깎는 기계로 전락합니다.

 

감자칼과 작은 의자를 들고 주방 구석에 앉아 소쿠리를 내려다 보면, 어쩐지 감자가 무한할 정도로 많아 보입니다.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는, 감자칼을 한 손에 들고 감자를 깎기 시작합니다.

 

◆ 1D100을 굴려서 감자 깎기 기능치를 정해주세요.

 

렌:

rolling 1d100

(

95

)

 

=

95

 

렌의 감자 깎기 기능치가 95로 확정됩니다.

 

당신은 조용히 감자를 깎습니다.

 

조용히 감자만 깎고 있으니 어쩐지 주위 소리가 더 잘 들리는 기분이네요.

 

아니… 기분 탓이 아니라, 정말 수다스러운 사용인 몇이 당신의 곁에 자리를 잡아서 그런 거였나 봅니다.

 

뜨거운 수증기에 푹푹 익혀지며 감자를 깎으면, 당신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워 듣습니다.

 

사용인 1:축일이 끝나면 페일도 마을 밖으로 나간다네? 순례 때문에.

 

사용인 2:그래? 어제 같이 한 잔 할 땐 그런 얘기 안 했는데?

 

사용인 1:오늘 들었나 봐. 간부님을 통해서 전달 받았대. 감격해서 울더라고.

 

사용인 2:그래? 순례 인원이랑 일정은 대개 간부님께서 관리하시는 것 같네.

 

저들의 대화에 끼어들면 뭐라도 얻을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고 문득 생각합니다.

 

렌, 어떻게 할건가요?

 

렌:(끼기 싫어... 빨리 감자 깎고 나갈래......)

 

그들은 당신은 안중에도 없는 건지 저들끼리 대화를 이어갑니다.

 

사용인 1:아, 나는 언제 순례 나가보나. 빨리 좀 나가면 좋겠는데 말이야. 카르코사, 얼마나 좋아!

 

사용인 2:나는 몇 년 후가 좋겠는데. 내가 홀어머니 모시고 사는 거 알잖아. 내가 없으면 우리 어머니 혼자 살아야 하는데, 그게 잘 되겠어?

 

사용인 1:그래도 아들이 죽... 아니, 순례를 통해 카르코사에 갔다는데 어느 부모가 싫어하겠냐? 영 싫으면 너한테 순례 일정 들어왔을 때 나한테 양보하든가.

 

사용인 2:아니, 그래도 그건 좀...

 

요리사 1:감자는 다 깎고 떠드는 거냐!

 

아차! 주방장 옆에 있던 요리사 한명이 말소리를 들었나 봅니다.

 

불이나케 화를 내면서 서로 대화하던 사용인들에게 무어라 말하네요.

 

이윽고 당신에게 다가오더니, 어느새 다 깎인 감자만 들어있는 소쿠리를 채갑니다.

 

그러곤 안에 들어있는 감자의 상태를 살피네요.

 

　✷　감자 깎기 판정　✷　

 

렌:

감자 깎기 Roll

기준치:	95/47/19
굴림:	8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요리사 1:생각했던 것 보다는 잘 했구만. 좋아, 이제 가도 돼!

 

소쿠리 안에 들어있는 감자를 살피던 요리사는 얼른 나가라는 듯 턱짓으로 주방의 입구를 가리키고, 뒤돌아서 주방장에게로 향합니다.

 

드디어 이 꿉꿉한 주방에서 해방입니다.

 

렌:(살겠다... 푹 한숨 쉬고 일어나 바깥으로 나갑니다. 그러니까... 마지막이 제사 준비였나.)

 

당신은 서둘러 제사 준비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어느덧 주변이 어둑어둑 해집니다.

 

지금부터 중요한 축일 제사가 있습니다.

 

제사를 참관하기 위해 모든 마을 사람들, 즉 신자들이 자리로 와서 앉습니다.

 

어제보다 비교적 가벼운 차림의 교주와 간부들이 천천히 걸어옵니다.

 

교주가 제단에 성화의 불씨를 붙이는 것으로 축일의 번제가 시작됩니다.

 

번제란 제물을 태워 그 향을 올려 보내 신께 바치는 의식입니다.

 

시원한 바람에 헐렁한 소매가 나부끼고, 마른 장작 위로 불길이 치솟습니다.

 

둥, 둥, 둥, 하는 북 소리와 함께 진심으로 즐거운 듯한 사람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제사의 광경을 잠시 바라보던 당신은, 얼른 걸음을 옮겨 제단과 약간 거리가 떨어진 천막 안으로 들어갑니다.

 

축일에는 항상 과일과 여러 종류의 동물을 바치곤 했죠.

 

여기는 사용인들이 모여서 제물을 손질하는 장소입니다.

 

그런데, 테이블 위에는 처음 보는 기물이 올라와 있습니다.

 

그 기물은 얼핏 보면 사람이 죽으면 들어가는 관처럼 생겼습니다.

 

관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첫째로는 관보다 한참 작고, 둘째로는 이 기물에는 총 일곱 칸의 공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여태껏 축일 제사는 몇 번 봤지만, 이건 처음 보는 물건입니다.

 

현재 이 천막 안에서는 송아지와 비둘기, 그리고 양이 각각 암컷과 수컷으로 한 마리씩 도축된 채 손질을 받고 있습니다.

 

가만히 기물과 동물의 수를 헤아린 당신의 머릿속에 의문이 피어릅니다.

 

준비된 제물은 여섯 개인데, 칸은 일곱 개입니다.

 

반사적으로 물러서던 당신의 발치 아래 치이는 것이 있습니다.

 

소쿠리 모양의 요람입니다.

 

BGM : 제물

 

요람 안에 들어간 것을 확인해 보면,

 

익숙한 모양의 강보에 싸인 갓난아기가 이쪽을 멀거니 올려다 보고 있습니다.

 

앞서 청소 시간에 만났던 마틸다가 업고 있던 아기입니다.

 

이름이 조이였나요?

 

섬뜩한 기분이 드는 동시에 이즈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즈렐:곧 함의 뚜껑을 닫고 성화 안에 넣을 예정이니, 칸에 제물을 채워서 가져와.

특히 마지막 제물은 신중하게 다루어라. 반드시 살아있는 상태로 바쳐야 한다고 했으니까.

 

다른 제물들은 전부 손바닥에서 팔뚝 사이의 적당한 사이즈로 손질된 모습입니다.

 

이 천막 아래에 조이를 제외한 '생명체'나 '그에 준하는 존재'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　이성 판정, (0/1)　✷　

 

렌:

SAN Roll

기준치:	85/42/17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섬뜩하고 끔찍한 제사입니다.

 

당신이 아직 성에 있을 때에도 이런 제사는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아기만 얌전히 누워 있습니다.

 

…렌, 지금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아기를 구할 건가요?

 

만약 구한다면 어디에 숨기고, 무엇으로 바꿔치기 할까요?

 

　✷　관찰력 판정　✷　

 

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아기를 숨기거나, 바꿔칠 만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　재판정이 가능합니다. 판정　✷　

 

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 강행 판정이 가능합니다.

 

렌: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20, 82, 46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어려운 성공
-1:	실패
-2:	실패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문득 천막과 멀지 않은 매점에서 노상 식당용 식재료의 포대를 열어둔 채 일하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포대 안에는 희멀건 감자가 있습니다.

 

렌:(요람 안에 감자를 넣어 대강 무게 맞추고 완전히 덮어 감자가 안 보이게 하고 아이는 감자와 바꿔치기하는 동시에 은근 슬쩍 포대에 넣고 안 보이게 입구 접어둡니다.)

 

다행히도 당신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아이를 빼돌리는 데에 성공합니다.

 

당장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저지르긴 했지만, 앞으로의 일이 막막합니다.

 

조이의 가족들은 어디에 있길래 이런 걸 방치하고 있을까요?

 

문득, 이러면 카르코사에 못간다고 그렇게 잔소리를 해대던 마틸다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재생됩니다.

 

어린 아이 치고는 유난히 대단했던 신앙심.

 

그렇다면 그 가족도 마찬가지일 텝니다.

 

만약, 유일한 아이의 보호자도 이 사실을 전부 알고 있었다면?

 

그때, 이즈렐이 당신에게로 옵니다.

 

이즈렐:뭐하고 있어? 얼른 가져오지 않고. 함에 제물은 전부 잘 넣은 거겠지?

 

렌:네. 전부 잘 넣었어요. 금방 갈게요. (감자...... 들키는 거 아냐? 불안하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마무리를 하려는 듯 이동합니다.)

 

그는 어깨를 으쓱이곤 서두르라고 독촉합니다.

 

왼쪽부터 수컷 비둘기, 암컷 비둘기, 수컷 송아지, 암컷 송아지, 수컷 양, 암컷 양,

 

그리고 ■■를 채워 넣은 뒤 뚜껑을 닫아 나르면 됩니다.

 

당신은 잠시 생각에 빠집니다.

 

그러나 사색에 잠길 시간도 없이,

 

번제가 시작됩니다.

 

BGM : 번제

 

둥, 둥, 둥, 둥, 북소리는 차츰차츰 커집니다.

 

찬송가를 부르는 목소리도 쇠를 긁는 것처럼 들릴 지경입니다.

 

그 모든 소음을 뒤로 하고, 최고령의 간부가 나와 축사를 읊습니다.

 

청운은 제물함을 들고 천천히 불길이 치솟는 제단으로 걸어갑니다.

 

아른거리는 불 앞에 선 그 표정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습니다.

 

김청운:오늘은 축일입니다. 우리는 신을 알고, 신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믿음을 담아 이것을 올립니다. 모든 제물은 교리에 따라 준비되었으며, 이 영광스러운 축일을 함께할 우리의 신과 선조에게 미약한 기쁨이 되길 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제물이 담긴 함이 불길 안으로 던져집니다.

 

그 모습을 본 신자들은 입이 찢어질 것처럼 환하게 웃기 시작합니다.

 

그저 미소를 만면에 띤 채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상황이 참을 수 없이 즐겁고 기쁜 듯, 배를 잡고 소리 높여 웃습니다.

 

웃음은 광기가 되어 대기에 맴돕니다.

 

◆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렌:

심리학

기준치:	80/40/16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이들이 진심으로 기뻐서 웃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들은 이미 산 제물에 익숙해졌습니다.

 

누군가의 울음소리나 절규가 들리지 않도록,

 

들리더라도 혹여나 신께 닿지 않도록 제 웃음소리, 그리고 북과 노래로 덮으려는 것입니다.

 

　✷　이성 판정, (0/1)　✷　

 

렌:

SAN Roll

기준치:	85/42/17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주위를 둘러보던 당신은 군중 속에서 한 사람을 찾아냅니다.

 

미사보 아래로 줄줄 떨어질 만큼 눈물을 흘리면서도 억지로 웃는 중년의 남성이 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제 목소리가 닿지 않으면 울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기라도 할까 걱정하는지,

 

그 누구보다 큰 소리로 쥐어 짜듯 웃고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옆에 바짝 붙어 있는 여자 아이는…

 

청소 시간 때처럼 밝은 하늘색의 원피스를 입고 낡은 구두를 신은, 명백한 마틸다입니다.

 

마틸다는 큰 소리로 울지도 못하고 바짝 얼어 붙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습니다.

 

울음 소리를 내려고 하면, 마틸다의 아버지가 아이를 꼬집으며 울지 못하게 하고 있군요.

 

끔찍한 광경입니다.

 

그때, 숨죽여 울고 있던 그가 마틸다를 남겨두고 앞으로 나섭니다.

 

그 모습을 본 청운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표정으로 말합니다.

 

김청운:신도님, 말씀하세요.

 

마틸다의 아버지:교주님, 저는 바보처럼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친자식을 먼저 카르코사로 보내는 것에 일말의 두려움이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선 지금, 저는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자식을 바칠 수 있는 저는 정말 행복한 놈이었군요. 이 기쁨을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슬퍼서 울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반대였던 걸까요?

 

아니면 미쳐버린 걸까요.

 

당신의 옆에서 들릴 듯 말듯, 작은 비웃음 소리가 들립니다.

 

고개를 돌리면, 이즈렐은 언제 웃었냐는 듯이 반듯하게 자세를 고칩니다.

 

청운은 평온하게 대꾸합니다.

 

김청운:바보 같지 않습니다. 이제라도 깨닫게 되어 다행입니다. 모두 떠나보낸 이와, 신도님을 위해 박수 칩시다.

 

그 말에 열렬한 박수와 함성이 쏟아집니다.

 

제사는 후반으로 치닫습니다.

 

김청운:신께 감사하며 옆 자리의 앉은 신도에게 덕담을 나눕시다.

 

검은 미사보를 뒤집어 쓴 옆자리의 신도가 당신을 보며 기쁜 듯한 말을 건넵니다.

 

신도 1:이러한 영광스러운 축일의 제사에 당신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쁩니다.

 

렌:......예, 저도... (끝말은 제대로 들리지 않게 얼버무립니다.)

 

이 시간이 끝날 때까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길이 하늘까지 치솟을 기세로 함을 삼키고 타오릅니다.

 

마지막 축사를 끝으로 다시 먹고 마시는 시간이 시작됩니다.

 

당신은 자연스럽게 무리에서 이탈해 조이를 숨겨둔 곳으로 향합니다.

 

다행히 별 문제는 없었는지 요람 안의 아기가 방긋 웃으며 이쪽을 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이 작은 생명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 생각해보아야겠죠.

 

되도록이면 종교의 손이 닿지 못하도록, 이 지역에서 멀리 벗어나야 할겁니다.

 

하지만 이런 갓난아기가 혼자서 어떻게 이 지역을 벗어나겠어요?

 

당신이 같이 가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만약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 조이를 키워줄 사람은 없습니다.

 

렌, 어떻게 할까요?

 

렌:(흠... 일단 마틸다를 찾아옵니다.)

 

당신은 마틸다를 찾아나섭니다.

 

　✷　관찰력 판정　✷　

 

렌: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 재판정이 가능합니다.

 

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마틸다를 찾아 돌아다닌지 십 분 가량 지났을 즈음,

 

당신은 노상과 천막이 없는 골목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마틸다를 발견합니다.

 

모두가 비슷비슷한 미사보를 쓰고 있기 때문에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렸네요.

 

당신이 다가가자 겁을 잔뜩 먹었는지 경계합니다.

 

마틸다:왜, 왜 그러세요? 저는 잘 웃었어요. 안 울었어요. 울면 제사가 실패한다고, 절대 울지 말라고 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렌:...그게 아니야. (...) 언니 따라올래? 네 동생을 언니가 준비하는 과정에서 빼뒀어.

 

마틸다:(바닥을 쳐다보면서 간신히 울음을 참고 있다가, 당신의 말에 퍼뜩 고개를 들어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미사보 아래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게 보입니다.) 아, 아까 청소할 때 만난 언니에요? 언니가 제 동생 구해준 거예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다가, 두 손을 꽉 쥐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따라, 갈게요. 언니는 착하니까... (말꼬리를 흐립니다.)

 

렌:(미사보 아래로 손 넣어 눈물 닦아주고는 걸고 있던 헬렌의 목걸이를 목에 걸어줍니다. 펜던트 펼쳐 안의 쪽지를 보여주며 조이가 있는 곳으로 갑니다) 쪽지에 있는 주소로 가면 널 도와줄 사람이 있을거야. 언니 이름 알려줄게. 렌. 언니 이름은 렌이야. 이따가 언니가 타고 온 말을 줄게. 말을 타면 언니 집으로 갈테니까... 이 펜던트 준 사람이 그 근처에 살거든? 그 사람한테 가서 언니 이름 대면서 언니가 보내줬다고 해. 알았지?

 

마틸다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당신을 따라 조이에게로 향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조이를 숨겨두었던 매대 앞에 도착합니다.

 

당신이 포대에 숨겨두었던 조이를 보여주자, 마틸다는 꾹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립니다.

 

엉엉 우는가 싶더니, 얼마 가지 않아 떨리는 목소리로 연신 감사하다고 하면서 아이를 껴안습니다.

 

조이는 마틸다의 품에 안겨 바르작거립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축일의 여흥에 젖어 신경 쓰지 않을 테니, 도망친다면 지금이 적기입니다.

 

뒷문은 한층 더 감시가 적을 테고요.

 

그러나, 모든 준비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마틸다는 쉽사리 발을 떼지 못합니다.

 

마틸다:...그, 근데요, 언니. 여기가 저희 집이잖아요... 아빠도 여기 계시는데, 이런 짓을 하고 카르코사에 못 가게 되면 어떡해요? 그럼, 우리 엄마도, 영원히, 못 보는 거... (점점 말소리가 작아집니다.)

 

마틸다는 조이를 껴안고 눈물을 뚝, 뚝 흘립니다.

 

이 모든 걸 책임지기엔 아직 너무 어린 아이입니다.

 

. 당장 재회의 기쁨에 젖었고, 다시 헤어지고 싶지 않으니 얼떨결에 당신을 따라 도망칠 준비를 했더라도,

 

평생 나고 자란 곳을 홀로 떠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렌:...하지만 떠나야지. 카르코사에 가는게 좋으면 아까는 왜 울었어? 동생도 그러면 엄마를 보러 가는 거고, 둘이 행복하게 있을 건데. (잠시 침묵했다가) ......떠나. 떠나서 더 넓은 다른 세상을 보고 시간이 지나서 네가 판단해. 언니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어. 네가 여기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것 뿐이야.

 

당신이 말을 끝내면 마틸다는 울음을 그치고 천천히 말의 등 위로 올라탑니다.

 

불안한 자세로 고삐를 움켜쥐고, 동생을 껴안은 아이는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그리고 가벼운 목례가 이어집니다.

 

마틸다:...저도 왜, 우는지는 모르겠어요. 그, 그런데, 카르코사에 간다고 하더라도, 이제 더 이상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슬퍼서... (...) 언니 말대로 해볼게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잘 있어요 렌 언니.

 

인사가 끝나면 말이 힘차게 땅을 박차고 뛰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몇 겹의 산을 거치고 나서야 마을에 도착할 것입니다.

 

헬렌이 부디 아이들을 따스하게 맞이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알지 못하지만, 당신은 그저 무력하게 타인의 행복을 빌어줄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신 역시 이 종교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신세니까요.

 

얼마 안가 마틸다와 조이가 탄 말이 당신의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당신이 다시 돌아가기 위해 등을 돌리던 그때, 그늘 속에서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사람이 걸어 나옵니다.

 

그 사람은 잠시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다가, 천천히 로브의 후드를 벗습니다.

 

드러나는 얼굴의 정체는… 청운입니다.

 

청운은 뜻 모를 표정으로 당신을 응시합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걸까요?

 

설마, 마틸다와 조이를 도주 시킨 걸 들킨 걸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바스락, 한 걸음마다 바닥에 깔린 낙엽이 부서집니다.

 

김청운:처음부터 이곳의 사람들이랑 다르다고 느끼긴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외부인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청운이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옵니다.

 

김청운:당신은,

 

당신의 어깨가 강하게 밀쳐져 돌담에 짓눌립니다.

 

1차적으로 쿵, 하고 울리는 고통에 등이 아파오고, 담을 타고 억세게 자란 넝쿨의 잎새가 뺨을 간지럽힙니다.

 

미사보 너머로 선명하게 빛나는 청운의 눈동자가 보입니다.

 

김청운:도대체 누구지?

 

의혹, 그리고 의심.

 

어깨를 잡지 않은 손이 검은 미사보의 끄트머리를 움켜쥡니다.

 

흔하디 흔한 검은색 장미 자수가 청운의 손 안에서 구겨집니다.

 

이대로 힘을 주면 미사보가 그대로 미끄러져 떨어질 것 같습니다.

 

청운은 금방이라도 미사보를 벗길 것처럼 붙잡은 채로 당신을 응시합니다.

 

렌:...청운. (그리 말하고는 느리게 제 미사보 벗습니다) 이거면 답이 됐나요?

 

BGM : 당신의 선택

 

거미줄처럼 얇은 실로 짜인 미사보가 머리에서 미끄러져 내립니다.

 

입술, 그리고 콧대와 눈까지.

 

마침내 모든 것을 드러낸 뒤 효력을 잃은 천은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두 사람의 사이에는 침묵만이 도사립니다.

 

김청운:당신이 어떻게,

 

청운은 짚은 어깨에서 손을 떼고 그대로 당신에게서 떨어집니다.

 

지나치게 긴 시간이 지났습니다.

 

너무 많은 것이 변했지만, 우리는 결국 변하지 않은 점에 주목할 것입니다.

 

세월이 스쳐 지나간 얼굴을 마주하다 보면, 이 모든 상황이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재회가 신의 안배라 감사를 표하지 마세요.

 

당신의 손으로 내린 선택입니다.

 

김청운:...하! 당신이 이름을 댔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대체 여기는 왜 다시 온 겁니까?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고 싶어서? (인상을 찌푸리고 말을 이어갑니다.) 그렇게 떠났으면 돌아올 생각을 말았어야지! 이 마을에 다시 발을 붙인 것으로도 부족해서 제사까지 방해하다니. 쫓겨난 몸으로 성역으로 돌아와 땅을 더럽히고, 신성한 축일을 망치고, 이제는 뭘 더 엉망으로 만들 생각입니까? 당장 여기서 떠나세요, 렌.

 

렌:청운. 나를 아직 사랑하죠?

 

김청운:...렌, 유치한 소리 하지 마세요. 제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습니까? 사랑 놀음 할 나이는 지났잖아요.

 

렌:청운. 내가 지금도 행복하게 웃으면서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잖아요.

 

김청운:그건 당신이 이 마을 밖에서 산다는 전제 하에 그렇게 말한 거잖습니까. 렌, 두 번 말하게 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 전에 나가요, 제발.

 

렌:청운. 말을 들어주는 건 5년 전 그게 마지막이라고 했었잖아요. 다 까먹었어요? 조금 실망인데.

 

김청운:지금 하는 건 부탁이 아니라 협박입니다, 렌. 5년 전과는 전혀 다르다고요. 당신도 굳이 험한 꼴 보는 건 싫잖아요. 예? (...) 죽기 싫으면 떠나요. 지금까지는 잘 숨겨왔다고 해도 이젠 위험합니다. 그게 제 마지막 경고예요.

 

렌:그래요? 난 명령이에요. 청운. 나를 사랑해서 그러는 거 다 알아요. 나도 청운을 사랑해서 이러는 거니까, 이제 그만해요.

 

김청운:(입술을 꽉 깨물고, 뒤돌아 섭니다. 크게 한숨을 쉬더니) ...됐습니다! 당신이랑은 말이 안 통해요. 죽든지, 도망가든지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

 

그때 마침 저녁을 알리는 종이 울립니다.

 

청운은 자신이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다고 말하곤 떠납니다.

 

혼자 남겨진 당신에게는 드디어 몸을 추스릴 시간이 주어집니다.

 

당장 이곳을 떠나라고 말하던 김청운이 눈 앞에서 아른거립니다.

 

그의 말대로 이곳을 떠나야 할까요?

 

렌:(바닥에 떨어진 베일 주워 흙먼지 털고 이젠 효력도 없는 베일 다시 쓰더니 이곳에 와서 배정받은 방으로 돌아갑니다. 귀엽게 굴기는...)

 

숙소로 돌아갑니다.

 

온종일 일을 했더니 몸이 너덜너덜해진 기분입니다.

 

옷을 갈아입고 간단하게 씻고 침대 위에 누운 당신은 저도 모르게 눈을 감습니다.

 

다만, 눈을 감으면 번제의 현장으로 돌아간 것처럼 미칠 것 같은 웃음소리가 귀에서 메아리칩니다.

 

검은 천장 위로 치솟던 제단의 불길이 그려집니다.

 

이제는 확신이 가지 않습니다.

 

정말 이러한 제사가 당신에게 처음이었던 걸까요?

 

줄곧 봤으나 모른 척 했던 건 아닌가요?

 

의식이 천천히 흐려집니다.

 

─────── DAY 03 ───────새벽

 

BGM : 새벽

 

끔찍한 악몽이 연속됩니다.

 

침대 캐노피에 매달려 있던 시체가 천장을 기어 다니며 입으로 북 소리와 웃음 소리를 흉내 냅니다.

 

시체의 얼굴은 천천히 당신이 아는 사람들의 얼굴로 변합니다.

 

마지막으로, 시체는 청운의 얼굴로 변해 당신을 내려다 봅니다.

 

그 순간, 당신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악몽에서 깨어납니다.

 

늦은 새벽, 땀으로 흠뻑 젖은 등과 함께 당신은 기상합니다.

 

주변을 잠시 둘러보면 칠흑 같은 어둠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좀처럼 다시 잠들지 못할 것 같습니다.

 

밖으로 나가 바람이라도 쐬는 게 어떨까요?

 

렌:(한숨 내쉬고는 나가기 위해 느리게 일어납니다. 미사보도 이제는 소용이 없겠지만 쓰고 혹시 모르니 단검도 확인하고......)

 

이제 주문의 효력을 잃은 미사보를 체면치레 마냥 고쳐 쓰고,

 

힘겹게 계단을 내려와 밖으로 향하면,

 

불씨가 꺼진 제단이 보입니다.

 

　✷　교육 판정　✷　

 

렌:

교육

기준치:	65/32/13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동물이 불에 타고난 후에 뼈가 남는다는 사실을 기억해냅니다.

 

아이의 뼈가 없는 것을 들키면 조이의 생존을 들키게 되지 않을까요?

 

그럼 추적대가 붙고 이래저래 곤란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죠.

 

렌:(아이의 뼈 대신 탄 감자가 발견되면 안 되겠지... 다른 것도 아니고, 탄 감자. 제단을 싹 정리해도 되는 걸까...)

 

제단을 싹 정리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겠죠.

 

렌, 제단을 정리하나요?

 

렌:(제단을 정리합니다.)

 

　✷　행운 판정　✷　

 

렌:

운

기준치:	45/22/9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제단으로 향합니다.

 

마침 아무도 없는 새벽이라 다행이네요.

 

숨죽여 제단 근처로 향하다보면…

 

아뿔싸!

 

발을 헛디딘 건지, 당신은 그 자리에서 털썩 소리나게 넘어지고 맙니다.

 

크게 다친 곳은 없습니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당신은 제단의 아래의 기묘한 금을 발견합니다.

 

직사각형 모양으로 그어진 금은, 자세히 보면 서랍처럼 잡아당길 수 있게 홈까지 패여 있습니다.

 

착시 현상 때문에 위에서 보면 절대 찾을 수 없는 숨은 공간이네요.

 

렌:(엥... 홈에 손가락 넣어 당겨봅니다.)

 

당신이 이를 열어 내부를 확인하면, 안에서 포대기에 싸인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이건… 아기입니다.

 

그것도 조이랑 똑같이 생긴 아기요!

 

　✷　관찰력 판정　✷　

 

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 재판정이 가능합니다.

 

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이것이 특수한 재료를 원동력으로 움직이는 아주 정교한 인형이라는 사실을 눈치챕니다.

 

작은 부품이 마력의 흐름에 따라 팔 다리를 움직이며 갓난아기의 버둥거리는 동작을 재현합니다.

 

눈을 깜빡이는 것도, 옹알이를 하는 것도, 하다못해 따뜻한 체온이나 부드러운 피부까지 전부 가짜입니다.

 

그런데 이 아기 인형은 왜 여기 있는 거죠?

 

사람들의 반응을 떠올려 보면, 원래 번제에 바쳐지는 건 ‘진짜’가 맞을겁니다.

 

설마 누군가가 ‘진짜’가 바쳐지는 걸 원치 않아서 남들 몰래 ‘가짜’를 바치려고 했던 걸까요?

 

그렇다면 그건 누굴까요?

 

번제 직전에 인형을 바꿔칠 수 있는 사람,

 

마지막으로 함을 만지고 제단과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

 

바로 청운입니다.

 

청운은 처음부터 아기를 바칠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닐까요?

 

비로소 당신은 청운이 어떻게 자신을 바로 찾아내고 따라왔는지 깨닫습니다.

 

이 미친 마을에서 그 누가 아이를 구하기 위해 이런 짓을 저지르겠나요?

 

가짜 인형이 있던 자리에는 서류가 깔려 있습니다.

 

마치 무언가의 계획서처럼, 차근차근 앞으로의 지침이 적혀 있습니다.

 

한 번 읽어볼까요?

 

렌:(서류를 읽어봅니다.)

 

·· HANDOUT ··아사셀의 염소━━━━━━━━━━━━━━━━━─성화는 카르코사와 이어진 통로, 아니, 정확히는 '마지막' 통로이다. 이 성은 대대로 신을 모셔왔기 때문에, 곳곳에 신의 마력이 닿는 물건이나 장소가 있다. 하지만, 총체적으로 긴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많은 것들이 마모되고 부식되었다. 그래서, 나는 성화를 제외한 나머지 통로들을 자력으로 봉쇄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었다. 신도들이 맹목적으로 구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통로에서 흐르는 신의 마력 탓이 가장 크다. 강한 자력에 끌리는 금속처럼, 마력이 적고 힘 없는 사람들은 이것에 저항할 수 없다. 사실상 신이 이 종교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신의 존재, 그리고 마력에 취한 사람들에 의해 벌어지는 것. 나는 신과 종교 사이의 길을 끊어야 한다. 마지막, 성화까지 봉쇄한다면 그들은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성화의 힘은 아주 강력하기 때문에, 신의 힘이 일부 깃든 내가 직접 관여하는 방법 밖에는 남지 않았다. 그림 안에 들어가, 끝 없는 미로에 갇혀 방황하는 것. 나의 마력과 존재, 그리고 생명력으로 성화를 봉인하는 것. 성공할 확률은 현저히 낮지만, 이 방법에 기대보는 수 밖에. 이것은 유서이다. 혹시 나에게 호의적인 누군가 이것을 발견한다면, 부디 불태워 없애주길 바란다.　

 

렌:(...유서?)

 

정신이 팔려 다른 것에 신경을 쓰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당신은 아주 뒤늦게 인기척을 느낍니다.

 

도망치거나 몸을 숨길 겨를도 없었습니다.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 축축한 천이 당신의 코와 입을 틀어 막습니다.

 

냄새를 들이 마신 순간, 의식이 차츰차츰 멀어집니다.

 

정신을 완전히 잃기 전, 당신은 목소리를 듣습니다.

 

???:드디어 찾았다.

 

─────── EVENT ───────지하 감옥

 

BGM : 감옥

 

뚝,

 

하고 떨어지는 물 소리에 당신은 정신을 차립니다.

 

이끼가 가득 낀 돌바닥은 차갑기 그지 없습니다.

 

이곳, 지하 감옥은 편하게 잠들기 적합한 장소가 아니었나 봅니다.

 

어깨를 비롯한 몸 곳곳이 쑤셔옵니다.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걸까요?

 

대략적인 시간조차 알기 힘듭니다.

 

당신이 정신을 차리자, 쇠창살 앞에 서 있던 사람이 기쁜 듯이 말합니다.

 

그는 바로 간부입니다.

 

정말로 기시감이 드는 상황입니다.

 

간부:드디어 깨어나셨군요!

차기 교주가 있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지만, 다른 곳으로 도망이라도 가면 곤란하니까요.

당신을 이곳으로 부른 건 바로 저입니다. 아아, 제 초대를 거절한 줄 알고 심히 낙담했는데, 이렇게 찾아내어 정말 다행입니다! 여태 어떻게 숨어 계셨던 건지, 원.

 

렌:......차기 교주? 그럼 지금 교주는?

 

간부:아아, 그분은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오늘의 후야제를 끝으로 세대 교체가 이루어질 예정이거든요. 청운님도 참, 그런 짓만 하지 않으셨어도 조금 더 오래 교주로서 군림하셨을 것을.

한숨 푹 주무시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끝나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조금 남는군요. 궁금하신 게 있으면 마지막 호의로 설명해드릴 수 있습니다.

 

렌:세대 교체가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미간 찌푸리고) 그럼 지금 교주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아니 어떻게 하려는 거냐고 물었어야 했나? ...또 묻게 만들지 마.

 

간부:하하, 정말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시는군요! 그 이야기를 하려면 조금 더 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니 잠자코 들어주세요. 먼저, 저희는 '진짜 의식'을 준비 중입니다. 그 첫 단계가 이른바 순례라고 불리는 단체 자살이었죠. 그냥 단순한 시체가 아닌, 환희와 사명, 강한 감정을 품은 시체의 피를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에 묻혀 신의 힘을 더욱 강하게 했습니다. 일종의 제물로. 교주의 뜻이라고 대충 포장했더니 다들 잘 따라주더라고요?

그리고 청운님은 후야제에서 이 종교와 함께 자살하려는 의식을 펼칠 생각이었습니다. 설마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걸까요? 저희는 바로 그 사실을 눈치채고, 그 의식을 저희의 '진짜 의식'에 덮어 씌우기로 결심했습니다. 저희는 마지막 제물로 청운님을 바쳐 카르코사로 넘어가 신의 힘을 빼앗을 겁니다.

하지만, 신앙이 끊기면 신의 힘도 약해지거든요. 이 종교는 계속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 제물인 청운님이 죽으면 당신이 저희의 새 교주가 되어주셔야 겠습니다. 그러니까... 당신 질문에 대답해주자면, 지금 교주는 죽겠죠? 빠른 시일 안에.

하하, 청운님도 순진했어요. 몰래 교리와 고문서를 위조해 100번째 축일에 '산 제물'을 바쳐야 한다고 설득하니 그대로 넘어가 버렸죠. 사실, 살아있는 갓난아기야 말로 우리가 준비한 '진짜 의식'의 메인 열쇠였다는 것도 모르고!

그럼, 방해하지 말고 얌전히 계시길.

 

렌:(메인 열쇠. 감자.)

 

제 할말을 마친 간부는 후야제를 지켜보기 위해 자리를 뜹니다.

 

간부가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났을 때, 당신은 스스로의 상태를 살핍니다.

 

당신의 왼쪽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진 채 벽면에 고정되어 있으며, 쇠창살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창살 밖에는 문지기가 둘 있습니다.

 

◆ 지하 감옥 탈출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렌:(한 번... 힘으로 수갑을 끊어...? 뜯...어? 내기 위해 시도해봅니다. 가능할까요?)

 

　✷　근력 판정　✷　

 

렌: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놀랍게도 수갑은 힘없이 끊어집니다.

 

　✷　낡은 수갑이었던 걸까요? 판정　✷　

 

다음은 어떻게 이 철창 문을 여는지 겠네요.

 

렌:(전에 청운의 방에서 가져온 열쇠 꾸러미로 문이 열리는지 시도해봅니다.)

 

　✷　은밀 행동 판정　✷　

 

렌:

은밀행동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철컥.

 

문의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은 숨을 죽이고 쇠창살 문을 열어 밖으로 향합니다.

 

허나 문지기를 속이는 건 역시 무리였을까요?

 

당신이 문을 열기가 무섭게 문지기가 당신에게로 달려듭니다.

 

렌, 어떻게 하나요?

 

렌:(품 안의 단검을 꺼내 문지기를 처리합니다.)

 

　✷　근접 격투(도검) 판정　✷　

 

렌:

근접전(도검)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푹!

 

당신은 그들의 몸에 단검을 박아 넣습니다.

 

분명히 예리한 흉기로 살을 헤집고 베어내는 감각을 느꼈음에도, 찔린 쪽에서는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습니다.

 

칼을 뽑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둥, 둥, 둥.

 

지긋지긋한 북소리가 들려옵니다.

 

후야제가 시작되려 합니다.

 

당장 이 제사를 막아야 합니다.

 

─────── ✷ ───────

 

COC 7th fanmade scenario

 

 

KPC 김청운　PC 렌

 

Written by 청서

 

2022.07.26

 

─────── ✷ ───────

 

자, 어서 갑시다.반역을 위하여.

 

.

 

.

 

.

 

─────── CHAPTER 01 ───────후야제

 

BGM : 후야제

 

당신은 후야제가 진행될 미사실로 향합니다.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달려가지만, 잡념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한 걸음마다 지난 일들이 떠오릅니다.

 

지속적으로 이어지던 단체 투신 자살은 세간에 하스투르 교주의 지시라고 알려졌으나, 이는 간부들이 교주의 뜻이라 꾸며 전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요.

 

두 걸음마다 청운이 흘리듯 던진 말이 떠오릅니다.

 

청운이 '초상화는 필요 없다'라고 말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종교와 함께 자살할 생각이었다면,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해줄 필요도, 후대에 남길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청운은 아사셀의 염소였습니다.

 

세 걸음에는 숨겨진 진실을 찾아냅니다.

 

당신이 아이를 구하지 않았어도 청운이 구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제사를 준비한 것은 간부였으며, 청운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반역을 준비하며 칼을 갈았을 것입니다.

 

네 걸음에서는 잠시 멈춰 섭니다.

 

떠날 것을 종용하던 청운의 날카로움은 당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어요.

 

존재를 들킨 당신이 자신의 다음 교주로 선발되지 않도록, 안전한 곳으로 보내려고 했습니다.

 

아니, 애초에 이 종교와 저주를 없애려고 한 이유도…….

 

청운은 처음부터,

 

줄곧, 언제나, 당신을.

 

당신을 지키기 위해.

 

…간신히 시간 안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후야제는 시작되지 않았는지, 성의 입구에는 미사를 기다리는 신도들로 가득합니다.

 

미사보를 쓰지 않은 당신의 얼굴에서 어떤 익숙함을 엿봤기 때문일까요,

 

당신을 본 신도들이 걸음을 멈추고 당황한 기색을 내비칩니다.

 

설마 탈옥할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는지, 세 명의 간부들은 나직하게 욕을 짓씹습니다.

 

간부 1:계획이 엉망이 됐군.

 

간부 2:어쩔 수 없지, 당장은 의식을 진행하는 게 우선이야.

 

간부 3:다른 교주를 찾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회의를 끝낸 그들은 신도들을 향해 다급하게 손짓합니다.

 

간부 2:저 사람은 외부인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타지인이 후야제를 방해하려고 하니, 저지하세요!

 

간부 3:성스러운 축일의 마지막 행사입니다. 반드시 진행되어야 합니다!

 

간부 1:신을 욕 보여선 안 됩니다!

 

그 말을 들은 신도들은 맹목적으로 돌변합니다.

 

신을 욕 보이는 사람은 그들의 적입니다.

 

신의 명예를 실추 시키는 것은 곧 교리를 어기는 것,

 

교리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카르코사를 약속 받지 못하는 것.

 

존재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 천국을 위해, 그들은 무엇이든 할 것입니다.

 

저 마다 떨어진 돌을 줍고, 나뭇가지를 고쳐 잡습니다.

 

조악한 무기를 쥔 수십, 혹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당신을 향해 달려듭니다.

 

머리에 뒤집어 쓴 미사보들이 흐트러지며 바닥에 떨어집니다.

 

속속히 드러나는 얼굴은 무언가, 강력한 마약성 약물에 취하기라도 한 듯 몽롱한 표정입니다.

 

당신의 움직임이 멈춘 틈을 타서, 간부들은 멋대로 후야제를 시작하려 합니다.

 

아마도 청운이 있을 미사실의 문을 닫고 저들끼리 들어갑니다.

 

어마어마한 광기의 압력에 호응하듯, 보이지 않는 피와 마력을 섭취한 단검이 당신의 손을 잡아 끕니다.

 

당신이 단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먼저 단검이 사람들을 향해 움직입니다.

 

◆ 전투입니다.

 

◆ 2D6을 굴려주세요.

 

렌:

rolling 1d6

(

3

)

 

=

3

rolling 2d6

(

1

+

3

)

 

=

4

 

당신이 지닌 「마법의 제사 단검」의 무기 대미지는 4입니다.

 

◆ 광신도 군체를 하나의 에너미로 취급합니다.

 

◆ 렌-광신도 순서로 진행되며, 1라운드마다 렌이 내는 피해 대미지 만큼의 광신도들이 탈락합니다.

 

　✷　근접전(도검) 판정　✷　

 

렌:

근접전(도검)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1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간부 1:

근접전(격투)

기준치:	80/40/16
굴림:	78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무기 판정　✷　

 

렌:

단검

기준치:	100/50/20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6

 

◆ 신도 무리 중 6명이 탈락합니다.

 

신도 무리:

비무장

기준치:	80/40/16
굴림:	7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

 

렌:

단검

기준치:	100/50/20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8

 

◆ 렌 승리. 신도 무리 중 8명이 탈락합니다.

 

　✷　무기 판정　✷　

 

렌:

단검

기준치:	100/50/20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3

 

◆ 신도 무리 중 3명이 탈락합니다.

 

신도 무리:모든 것은 그 분을 위하여.

비무장

기준치:	80/40/16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렌:

단검

기준치:	100/50/20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8

 

◆ 신도 무리 중 8명이 탈락합니다.

 

신도 무리:아름다운 축일을 위해!

비무장

기준치:	80/40/16
굴림:	7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

 

렌:

단검

기준치:	100/50/20
굴림:	1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6

 

◆ 신도 무리 중 6명이 탈락합니다.

 

얼마 안가 신도들의 기세가 한풀 꺾입니다.

 

대다수가 쓰러져서 그런 걸까요?

 

당신은 헐빈해진 무리를 가로질러 미사실로 향합니다.

 

◆ 약식 추격이 시작됩니다.

 

◆ 5번 내로 민첩 판정의 어려운 성공을 해내야 합니다.

 

　✷　민첩 판정　✷　

 

렌: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77
판정결과:	보통 성공

 

◆ 4회 남았습니다.

 

청운은 문득 고개를 뒤로 돌립니다.

 

김청운:밖이 소란스러운데.

 

간부 하나가 재빠르게 대꾸합니다.

 

간부 1:신도들이 흥분하면 종종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그 때문에 문을 닫고 진행하는 것입니다.

 

대답을 들은 청운은 고개를 끄덕이곤 계단을 올라갑니다.

 

눈 앞에는 거대한 크기의 성화가 있습니다.

 

황금 액자에 담긴 수수한 밀밭 풍경화.

 

청운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모읍니다.

 

　✷　민첩 판정　✷　

 

렌: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단단하게 봉쇄된 미사실에 바람이 붑니다.

 

기도문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올 때마다, 광대한 금빛 밀밭이 찰랑이고, 성화에서 빛이 쏟아져 내립니다.

 

감격한 표정의 간부들이 따라서 두 손을 모읍니다.

 

카르코사, 하스투르 교단의 모든 이들이 꿈꾸는 성지.

 

그것이 지금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 3회 남았습니다.

 

　✷　민첩 판정　✷　

 

렌: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77
판정결과:	보통 성공

 

◆ 2회 남았습니다.

 

◆ 지금부터 강행 판정이 허용됩니다.

 

주문을 외우던 청운이 기침을 뱉습니다.

 

입가에서 떨어진 검은 피가 바닥을 적시고, 청운은 잠시 가슴을 움켜쥐며 괴로워합니다.

 

???:앞으로 조금만 더.

 

그 말을 외친 건 청운였을지, 간부들이었을지, 아니면 당신이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따뜻한 바람과 함께 카르코사의 잎사귀들이 사뿐히 내려 앉습니다.

 

　✷　민첩 판정　✷　

 

렌:

민첩

기준치:	95/47/19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굳게 잠긴 미사실의 문 코 앞에 도착합니다.

 

　✷　그러나 미사실의 문은 자물쇠가 걸려있는지 열리지 않습니다. 판정　✷　

 

어떻게 할까요?

 

렌:(열쇠 꾸러미의 열쇠로 미사실의 문을 열어봅니다.)

 

경첩이 삐걱이고, 당신은 금빛 성화와 따스한 바람으로 가득 찬 미사실에 입성합니다.

 

의식을 방해하는 소리에 경악한 간부들이 문을 향해 돌아봅니다.

 

그들은 황급히 의식을 끝내려는 듯 청운의 양 팔을 포박합니다.

 

그러나, 의식은 계속되지 않습니다.

 

떠났어야 하는 후계자의 귀환, 구출된 제물,

 

교주의 크나큰 동요, 방해된 의식의 마무리.

 

당신이 만들어 낸 수많은 변수들이 하나의 톱니바퀴가 되어 움직이고 작용합니다.

 

삽시간에 곳곳에서 공간의 뒤틀림이 발생합니다.

 

이는 작은 블랙홀들입니다.

 

다른 세계로 향하는 구멍은 입을 벌려 성의 기둥, 벽과 성물, 그리고 간부들까지 빨아들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카르코사'로 향하는 길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끈끈했던 동지의식은 어떻게 했는지, 벽에 달라붙어 다른 간부가 빨려 들어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 간부도 있습니다.

 

신성했던 미사실은 절규로 가득해집니다.

 

지지대의 일부를 먹힌 거대한 성의 일부가 무너져 내립니다.

 

100년, 혹은 그보다 더 아득한 시간 동안 신앙의 토대가 되어온 상징, 사이비의 온상이 허무하게 사라집니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키던 블랙홀이 잠시 멈춥니다.

 

대부분 파괴되었으나, 성화만이 처음의 그 반짝임을 간직한 채 금빛 영광을 작렬합니다.

 

무너진 신전에 홀로 존재하는 우상은 그 존재를 직면한 사람들로 하여금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합니다.

 

당신과 청운은 무너지는 폐허 안, 기둥 아래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앉아 있습니다.

 

당신 앞에 무릎 꿇은 채 앉아 있던 청운이 천천히 고개를 듭니다.

 

그는 당신의 손을 뺨에 가져가 댑니다.

 

그것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이용 당했다는 것도, 당신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크게 다쳐가며 이곳까지 도달했다는 것도.

 

그저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만이 긴 말을 대변합니다.

 

너무 멀고 험한 각자의 길을 돌고 돌아서 두 사람은 다시 이곳, 가장 성스러운 공간에서 멸망을 맞이합니다.

 

김청운:한 번도 이 말을 해주지 못했네요.

 

사랑하는 그대여, 오늘은 당신과 재회한 축일입니다.

 

김청운: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 렌.

 

아, 당신을 정말로 그리워했어요.

 

당신과 청운은 동시에 깨닫습니다.

 

의식을 강제로 중단하지 않으면, 진정으로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곳곳에 생긴 블랙홀을 넘어 강림할 것입니다.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세계의 존립을 위해, 이를 진정 시킬 수 있는 것은 교주, 혹은 교주의 후계자 뿐입니다.

 

두 사람 중 하나는 그림 안으로 들어가 신의 땅, 카르코사와 인간들의 세계를 중재하는 영원한 감옥에 갇혀야 합니다.

 

남겨진 사람은 완전히 무너진 교단, 붕괴한 광신도들, 사라진 간부.

 

더 이상 교주라는 자리에 얽매일 필요 없습니다.

 

누군가는 자유를, 누군가는 구속을 얻어야 합니다.

 

렌:청운, 나의 왕자님. 왕자가 이런 꼴이면 어떻게 해요. (잠시 침묵했다가) 이번에도, 청운이 혼자 다 짊어질 생각이었죠?

 

김청운:...하하, 하, 아직도 그 소리신가요. 공주니 왕자니 질리지도 않으셨나 봅니다... (말 끝을 흐립니다.) ...네.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여전히.

 

렌:질릴리가요. 그 호칭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 청운, 청운은 이번에도 내가 자유롭게 살았으면 해요? 사랑하니까?

 

김청운:...네. 이기적인 건 압니다. (...) 그래도, 그렇지만, 전, 당신이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렌, 전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으로만 남아도 족합니다. 저에겐 당신이 전부니까요.

 

렌:우리 닮았네요. 나돈데. 청운. 나도 청운이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 말하며 네 한 손을 제 양 손으로 잡고) 외로운 건 싫잖아요.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짊어지면 안 될까요? 나한테도 청운이 전부니까.

 

김청운:(순간 놀란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렌, 장난치지 마세요. 안됩니다. 안되는 거 아시잖아요. 당신이 짊어질 필요 없어요. 지금 이 종교의 교주는 저고, 당신에게는 그럴 의무 따위,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쿨럭거리며 심하게 기침합니다. 간신히 진정되었는지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작게 중얼거립니다.) ...없는 거 알잖아요...

 

렌, 당신이 그림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더라도 청운은 당신을 막지 못할 겁니다.

 

몸 곳곳에 생긴 성흔 때문에 옷 하나도 혼자서 못 입는 사람이잖아요.

 

렌:청운. 나는 청운을 사랑해요. 나한테 거창한 이유는 없어요. 사람들이 죽어도 상관 없고, 이곳이 어떻게 무너지든...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청운. 나는 청운을 구하고 싶어요. 단지 그거 하나 뿐인데. 의무가 필요할까요? 굳이 이유를 붙이자면 청운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의무예요. (잡은 손 제 입가로 끌고 와 가볍게 손등에 입 맞추고) 나도 이기적인 거 알아요. 하지만, 딱 한 번만 내 말을 들어줄래요, 왕자님?

 

김청운:...안아달라고 하면, 해주실 건가요?

 

렌:(아무 말 없이 네 손을 놓고 팔을 뻗어 너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며 꽉 껴안습니다) 사랑해요, 청운. 청운을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사랑해요. 영원히.

 

김청운:...저도,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오직 당신만을 사랑할게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당신을 따라 꽉 끌어안으며 작게 말합니다.) ...난, 당신의 왕자니까.

 

당신은 천천히 성화 앞으로 나아갑니다.

 

하지만,

 

성화 앞으로 나아가던 당신의 머리 위로 거대한 파편이 떨어집니다.

 

피할 틈도 없이 큰 충격을 입은 그 순간, 당신의 눈 앞이 하얗게 점멸합니다.

 

깜빡, 깜빡.

 

눈 앞에는 황금빛 들판이 펼쳐져 있습니다.

 

당신은 밑도 끝도 없이 그 들판을 가로질러 걸어갑니다.

 

따스한 향기와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운 바람, 평생을 이곳에서 머물러도 좋을 만큼 달콤한 평화에 사로잡힙니다.

 

감각이 마취 된 것 마냥 편안하고 두려움이 없습니다.

 

신을 진정을 믿고 온전히 몸을 맡긴다면 이런 감각일까요.

 

그런 상태로 하염 없이 걷던 당신은 작은 오두막을 발견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적당한 사이즈의 안락의자가 있습니다.

 

쉴 새 없이 달려와 지친 몸을 앉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을 위해 만들어진 의자인 것처럼, 앉으면 몸에 꼭 맞습니다.

 

당신의 반대편에는 누군가가 앉아 있습니다.

 

작은 오브젝트를 만지작거리던 그 사람의 얼굴은 이상하게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그의 나직한 목소리만 들을 수 있습니다.

 

???:난 항상 그게 원하지 않는 희생이었다고 변명하고 싶었어. 용서를 구하고 싶었어. 다시 만나고 싶었어.

하지만, 진실을 알았을 때에는 돌이킬 수 없었지. 그게 내 인생의 지울 수 없는 슬픔이었어.

어째서, 나는 그 사람의 마지막조차 지켜주지 못했을까. 왜 나는 그 사람을 대신하지 못했을까.

마땅히 나의 것이었어야 하는 고통인데.

 

테이블 위로 달각, 하고 작은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를 이곳으로 불러줘서 고마워. 이제야 내 역할을 다할 수 있겠구나.

 

분명히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인데,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듯한 기분입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습니다.

 

몸이 붕 뜨고 부유하는 듯한 감각에 괴롭습니다.

 

당신은 누군가의 영문을 알 수 없는 슬픔에 공명합니다.

 

뺨을 타고 눈물이 흐릅니다.

 

다시 시간과 공간이 움직입니다.

 

당신은 현재로 돌아옵니다.

 

피가 흐르는 시야 너머로 관문 아티팩트를 든 누군가가 서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옅은 분홍빛의 긴 머리카락,

 

회색 눈동자,

 

새하얀 피부에, 얼굴을 반쯤 가리는 로브,

 

그는 당신이 불러주었기 때문에 시간을 넘어 이곳에 왔습니다.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닌 두 사람을 위해 스스로 그림 안에 들어갑니다.

 

BGM : 종의 반역

 

황금빛 성화는 사람을 삼키고 원래의 모습을 되찾습니다.

 

금빛 물결과 영광으로 가득한 밀밭을 그저 묵묵히 걷는 사람의 뒷모습이 있습니다.

 

쓸쓸하고도 결연한 분위기의 그림은 그것으로 완성되어 희미한 물감향을 퍼뜨립니다.

 

그 앞에서 눈을 감았다 뜨면, 당신은 밀밭 한 가운데 있습니다.

 

그림 속이 아닌, 현실 어딘가의 밀밭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거대한 금빛 물결을 하염없이 응시하면, 당신의 손을 잡는 사람이 있습니다.

 

청운입니다.

 

약간 떨어진 거리에 기이할 정도로 키가 큰 자가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채 등지고 앉아 있습니다.

 

어깨에는 반짝이는 황금 브로치가 달려 있습니다.

 

그는 두 사람을 바라보지 않은 채 질문합니다.

 

???:그대들에게 묻는다.

희생은 사랑인가?

타인의 의사를 무시한 희생은 사랑인가?

상대를 위해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것 역시 사랑인가?

그럼에도 사랑이라 주장한다면 그것은 그릇된 감정인가?

 

렌:사랑이라 한다면, 사랑이겠지요. 둘 다 그것을 진심으로 사랑이라 한다면...

 

당신이 대답하자, 로브를 쓴 자는 낮게 읊조리며 일어납니다.

 

???:그래, 그런가.

그것이 사랑이었다면,

혹은 그것이 사랑이 아니었다면,

나는 너를 용서한다. 너의 후예를 용서한다.

 

배경이 바뀝니다.

 

밟고 선 땅이 도로 황량해졌다 싹을 틔우고 황금빛 밀밭을 이룹니다.

 

아침, 낮, 밤, 새벽이 지나 다시 아침이 옵니다.

 

천지가 뒤바뀌고, 당신과 청운은 거꾸로 뒤집힌 채 하늘에서 땅으로 추락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잡은 손을 놓지 않습니다. 머

 

머리카락이 사정 없이 뺨을 때리고, 치렁치렁한 옷이 뒤집힙니다.

 

당신의 손과 맞닿은 청운의 손끝부터 시작해, 팔, 어깨, 목가에서 뺨까지, 썩어 들어 울긋불긋하던 자국들이 하나씩 사라져갑니다.

 

청운의 투명한 눈에 당신이 고스란히 담깁니다.

 

노란 옷의 왕이 저주를 거두어갑니다.

 

마구잡이로 뒤집히던 세상이 멈추고, 두 사람은 다시 폐허가 된 성터 앞에 서있습니다.

 

청운은 당신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당신의 손등에 입 맞춥니다.

 

김청운:...감히 나의 이기심이 용서받았다면,

조금 더 살아도 된다고 허락받았다면,

남은 생은 제가 사랑을 증명하는 데 쓰게 해주세요.

사랑합니다, 렌.

 

이곳은 카르코사가 아닙니다.

 

그저 괴롭고 혹독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앞으로의 우리는 사랑, 그리고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운명의 시작이 신의 몫이라 하더라도 끝을 정하는 건 오로지 우리의 몫입니다.

 

시작은 곧 끝, 과거는 곧 미래.

 

미래를 꿈꾸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초이자 최고의 기원인 것입니다.

 

오늘은 우리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아득한 주와 종의 기원을 알고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이 기억이 당신의 삶을 증명하는 수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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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운 생환　렌 생환

 

2022.07.26

 

─────── ENDING 03 ───────주의 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