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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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7th fanmade scenario

 

 

KPC 김청운　PC 렌

 

Written by 청서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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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어느 외진 마을, 사이비 종교의 후계자가 될 후보들이 하나씩 죽어갑니다.당신은 살아남은 마지막 후계자입니다. '아마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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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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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Y 1 ───────도입

 

검은 성에 빛이 들면 깨어날 시간입니다.

 

유독 무거운 눈을 뜨도록 두드리는 건 차가운 물방울입니다.

 

물방울의 두드림에 잘 뜨이지 않는 눈을 떠보면,

 

글쎄요. 이걸 물방울이라고 할 수 있나요?

 

핏방울입니다.

 

어딘가에서부터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핏방울이 떨어지는 근원지를 찾으려 눈을 돌려보면,

 

침대 캐노피를 타고 늘어진 시체가 눈을 부릅 뜬 채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게 보입니다.

 

이리저리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피부 끝을 간지럽힙니다.

 

날카로운 칼에 의해 목이 반쯤 잘려 덜렁거리고,

 

끈적한 피가 이마 위로 후두둑, 다시 한 번 쏟아지면

 

뒤늦게 소름이 쭉 끼칩니다.

 

비명이 나오지 않는 목구멍 너머로 가느다란 신음이 쏟아집니다.

 

그러나 어딘가 이상합니다.

 

이 시체, 분명 당신이 아는 사람입니다.

 

제 4후계자인 이본 아니던가요.

 

바로 전날까지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었는데….

 

자고 일어나자마자 지인의 시체와 눈이 마주친 렌,

 

　✷　이성 판정, (1/1d3)　✷　

 

렌:

SAN Roll

기준치:	85/42/17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렌의 이성이 1만큼 감소합니다.

 

　✷　관찰력 판정　✷　

 

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아까부터 계속 당신을 향해 떨어지는 핏방울 때문일까요.

 

눈이 흐릿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핏방울을 지우려고 잠시 손을 들어올리던 찰나,

 

당신은 목덜미 부근의 머리카락 사이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걸 발견합니다.

 

렌:(조금 인상 찌푸리고 시체 바라봤다가... 확인하기 위해 일어나 시체 가까이 다가가 반짝이는 것 살펴요)

 

당신은 그 사이에서 작은 보석알을 발견합니다.

 

이게 무엇인지 잠시 고민하고 있던 그때,

 

밖에서 하녀장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침식사를 준비해온 걸까요?

 

당신이 체 상황을 설명하기도 전에 방의 문은 열리고 맙니다.

 

시체와 마주친 하녀장과 하인들은 귀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질러집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온 성 안이 시끄럽겠네요.

 

.

 

.

 

.

 

하녀장:이게 어찌된 일이래요.

 

아까의 비명 소리와 달리 상황은 어이없을 정도로 금방 수습됩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뺨을 짚은 하녀장은 제 4후계자의 시체가 제 5후계자의 침대 캐노피 위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소문나지 않도록 입단속을 단단히 하지만,

 

그렇게 쉽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종들의 입은 쉴틈없이 움직이며 말을 옮기니까요.

 

하녀장:작은 사제님, 시체가 수습될 동안 잠시 방에서 나가계시겠어요? 금방 끝날테니 너무 멀리 가있지는 마시고요. (주변에 있던 당신의 외투를 양손으로 든 채 공손한 어투로 말합니다)

 

렌:(보석, 궁금한데... 슬쩍 시체로 시선을 돌렸다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참혹한 현장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천이 얇은 잠옷 위에 하녀장이 준 외투를 걸치면,

 

선선한 가을 바람에 흔들린 앙상한 나무가 힘없이 창문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딱, 딱,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마른 가지가 유리창에 기대올 때마다 긴 그림자가 집니다.

 

당신은 긴 복도를 걷습니다.

 

이것으로 네 번째입니다.

 

살아남은 후계자는 당신 밖에 없습니다.

 

'작은 사제' 연쇄 살인 사건

 

왕의 입김이 닿지 않는 구석진 마을인 이곳은 고성에 군림하는 작은 종교에 의해 다스려지고 있습니다.

 

일족은 대대로 교주를 연임하며 명맥이 끊기지 않도록 그들의 후계자를 키웁니다.

 

후계자는 교주의 미사를 도우며 '작은 사제'라고 불립니다.

 

이번 대의 후계자는 총 다섯.

 

그리고 당신도 그들 중 한명입니다.

 

물론 그 중에서도 당신은 교주의 직계 자식임에도 5순위로 후계 순위가 밀려 교주가 될 일이 요원해보였지만요.

 

네 명의 후계자들이 전부 살해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창백한 시체가 당신에게 고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도망칠 곳은 없다고.

 

김청운:작은 사제님.

 

소리의 근원은 바람이 아니었나 봅니다.

 

언제 나무를 타고 올라왔는지, 마른 가지에 걸터앉은 사람이 당신과 가까운 창문에 대고 노크합니다.

 

목가가 조금 닳은 시종복에 스치듯 닿는 붉은 머리카락에 시선이 머물었다 떠나갑니다.

 

좋든 나쁘든, 여전히 타인의 이목을 끄는 외양입니다.

 

안 들려요? 입가를 벙긋인 그는 귀를 가리키는 제스쳐를 취합니다.

 

이윽고 창문을 열어달라는 것 같은 제스쳐를 하네요.

 

렌:(고개 끄덕이곤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어줍니다.)

 

김청운:(당신이 창문을 열어주자, 실내로 발을 밀어넣습니다. 한 손에는 맛있는 냄새가 나는 피크닉 바구니를 들고 있습니다.) 소식은 들었습니다. 이본 작은 사제님이 돌아가셨다면서요? (그리 말하면서 피크닉 바구니 안에 들어있던 사과 파이를 꺼내어 당신에게 건넵니다.)

 

바스락, 파이를 꺼내자 파이의 겉껍질 부스러기가 카페트 위로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캐노피 위의 시체 이야기는 하녀장의 입단속에도 불구하고

 

결국 말단 중의 말단인 청운의 귀에까지 들어갔나봅니다.

 

렌:(네가 건넨 파이 받아들곤 작게 웃습니다) 맛있겠다. (먹을까 말까 잠시 고민했다가 네 말에 대답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는지 느릿느릿 입을 엽니다) 응. 죽었어. 하녀장의 입단속은 단단히 실패했나보네.

 

김청운:(바구니 안에서 사과 파이를 꺼내고는 제 입으로 가져가서 한 입 베어뭅니다. 느릿느릿하게 씹으면서 당신이 하는 말을 듣고 있다가 넘기고는) ...듣는 귀가 많잖아요. 입도 많고. 어떻게 하녀장님 혼자서 그 많은 사람들이 듣고 말하는 걸 일일이 다 단속하겠어요? (아) 잠시만요. (제 바지 주머니에 손을 가져가더니 손수건에 싸여진 무언가를 꺼냅니다. 손수건은 반쯤 산딸기 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아까 정원에서 주웠어요. 혹시 사건이랑 관련이 있을까 해서 챙겼는데 딱히 줄 사람이 없어서. (그리 말하면서 손수건에 싸여진 무언가를 당신에게 건넵니다.)

 

렌:(자신의 말을 끝내고는 네 말을 듣기나 하는건지 파이에 온 신경 쏟고 조금씩 뜯어 먹다가 네가 무언가를 건네자 눈동자 도르륵 굴려 너와 네가 건넨 물건 번갈아가며 봅니다) ...뭐야? 풀어서 보여주면, 안 돼?

 

김청운:(당신의 말에 어깨를 살짝 으쓱이다가 제 사과 파이를 입에 문 채로 손수건을 엽니다)

 

김청운이 손수건을 열면, 당신은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손수건에 돌돌말린 무언가는 손잡이 부분에 화려하게 보석이 박힌 단검입니다.

 

예리한 날에는 척봐도 혈액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또한 손잡이 부분에 알이 한 군데 빠져있습니다.

 

틀림 없습니다.

 

흉기입니다.

 

 

그리고… 이 단검은 당신에게도 익숙합니다.

 

온갖 진귀한 보석을 박아넣고 예리하게 제련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사용 단검입니다.

 

예술과 아름다움을 미덕으로 여기는 이 성에서도 손 꼽히게 중요하게 여기는 물건인 만큼, 복제품일 리가 없습니다.

 

흉기를 지닌 시점에서 김청운도 충분히 의심을 살만한 상황입니다.

 

김청운:(입에 물고 있던 사과 파이를 한 손으로 잡은 채 입 안에 넣어버리고 전부 씹어 삼킨 후에 입을 엽니다.) 장미 덤불 아래에 버려져 있었어요. 저는 그걸 지나가다가 발견한 거고... 아마 제가 맨 처음 발견한 사람이지 않을까요? 날이 피범벅인 채로 덤불 아래에 방치되어 있었거든요. 손수건에 묻은 피도 여기 묻어있던 피를 지운 흔적이고.

 

렌:(한 손으론 계속 파이를 들고 조금씩 뜯어먹으며 한 손을 네게 내밉니다. 마치 단검을 달라는 듯...) 줘. (입에 조금 남은 파이를 채 삼키지도 않고 그 한 마디만 내뱉습니다. 그러곤 파이를 꿀꺽 삼키고 다시 입을 엽니다) 계속 들고 있으면, 의심, 받을지도 몰라. (다시 파이를 조금씩 뜯어먹으며 말했습니다)

 

김청운:...작은 사제님이 가지고 계시면 사제님도 의심받을 지도 몰라요. 저는 이본 작은 사제님을 죽일 이유가 없지만 렌 작은 사제님은 명분이 충분하잖아요. 교주가 되고 싶어서 다른 후계자들을 살해한 거 아니냐, 같은. (잠시 고민하는 듯 눈동자를 굴리다가) 어딘가에 은폐해두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요? 성은 넓고 복잡하니까 작정하고 숨기면 아무도 못 찾을 거예요.

 

청운의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다른 후계자들이 죽어서 이득을 보는 사람은 이 성에 당신밖에 없으니까요.

 

아니, 교주가 되는 걸 이득이라고 볼 수 있으려나요.

 

아무튼 자칫 잘못했다가는 사람들에게 의심을 받을 겁니다.

 

청운의 말대로 이 흉기를 은폐해서 당장의 위기는 모면하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요?

 

렌:그런가? (별 생각 없는 것 같은 맹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합니다. 계속 먹는데도 조금씩 뜯어 먹어 절반정도 남은 파이 조각 입 크게 벌려 베어물곤 말도 하지 않고 우물우물 씹다 눈 꾹 감으며 삼키곤 입을 엽니다) 그냥 던져버리자. 수풀로, 휙. 귀찮잖아. 바로 자리 뜨고 입을 맞추면 던져진 걸 봤어도 우리인 건 모를 걸. (그리 말하곤 다시 파이 크게 베어뭅니다)

 

김청운:(가만히 당신의 말을 듣고 있다가 잠시 고민합니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고개를 약하게 끄덕이고는, 피크닉 바구니를 바닥에 잠시 놓아두고 단검을 손수건에 돌돌싸맵니다. 뒤 돌아서 창문 너머를 잠시 바라보다가 당신이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단검을 창문 너머 정원의 수풀 사이로 던져버립니다. 단검이 수풀 사이로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는) ...제가 나무를 타고 올라와서 작은 사제님과 만나는 걸 누군가가 봤다고 해도 우리는 얼마 안 가 복도를 따라서 서재로 갔다고 입을 맞추면 될거예요. (손을 탁탁 털고는 바닥에 두었던 바구니를 듭니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작은 사제님. 사실 심부름 때문에 여기까지 온거거든요.

 

렌:(네가 하는 짓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을 맞추는 내용을 듣곤 고개를 끄덕입니다) 좋아. (그리고 이어진 네 말은 가본다는 말엔 묘하게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얼마 남지 않은 파이 입에 넣으며 입 벌리지 않고 응. 하는 소리를 냅니다. 그러곤 숨길 생각도 없는지 대놓고 뾰루퉁한 표정 지어보이고... 입 안 가득 파이를 넣고 우물거리면서도 삐쭉 튀어나온 입... 너 제대로 보지도 않고 제 손이나 탁탁 털고 있습니다.)

 

김청운:...작은 사제님, 삐졌어요? (당신을 지나쳐서 심부름을 하러 가려다가 삐죽 튀어나온 입과 뾰루퉁한 표정을 보고는 발걸음을 멈춰세웁니다. 허리를 조금 굽힌 채로 당신을 마주 바라보다가 곤란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왼쪽으로 조금 기울입니다. 무어라 말을 할지 잠시 생각하다가) 하녀장님이 시키신 일인 걸요. 하녀장님이 작은 사제님한테는 몰라도 저같은 하인들한테는 엄격하신 거 아시잖아요.

 

렌:(네 말에 대답하지 않고, 너 바라보지도 않은 채로 바닥만 보며 제 옷자락만 꽉 잡습니다. 땡깡부려도 자신이 원하는 건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에서 오는 짜증에 괜히 죄 없는 바닥만 발로 팡팡 쳤고... 나는 나 찾아온 줄 알았는데. 일부러 여기까지 온 줄 알았는데. 말하지 않고 불만 많은 표정으로 너 바라보며 생각만 합니다.) 됐어. 가, 그냥. (전혀 후련하지 않은 표정... 더 짜증났다면 더 짜증난, 불만이 어째 더 생긴 것 같은 표정으로 괜히 화풀이라도 하는 듯 말했습니다)

 

김청운:(당신의 반응에 조금 당황한 얼굴로 오른손을 들어서 제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립니다. 어떻게 해야하지, 고민하다가 말고 작게 한숨을 내쉽니다. 무언가를 하려는 듯 허리를 조금 더 굽히려다가 말고, 조금 더 다가가서 제 머리카락 끝을 매만지던 손으로 당신의 앞머리를 옆으로 살짝 치웁니다. 그러고는 당신의 이마에 입을 약하게 맞춥니다. 얼마 안 가 이마에서 입을 떼고는 허리를 펴고 당신을 내려다 보다가) 나중에 시간 나면 다시 찾아올게요.

 

렌:(네가 제 이마에 입 맞추자 이내 표정 풀리고... 흐트러진 제 앞머리 만지작댑니다. 그 뒤에 이어진 나중에 다시 온다는 말까지 해서, 기분은 어느정도 풀렸는지 나름 편안해보이는 표정이고. 그대로 멈춰서서 잠시 고민했다가 네가 어딘가로 가기 전에 네 양 손목 확 잡고는 까치발 해 어느정도 높이를 맞추고 네 입에 가볍게 입 맞춥니다) 얼버무릴거면, 확실하게 해줘. (그리 말하곤 작게 미소 띄우더니 오늘 내로 다시 와. 하며 소곤소곤 덧붙입니다)

 

김청운:(당신이 나름 편안해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는 걸 보자 어느정도 안심이 되었는지 약하게 고개를 떨굽니다. 나중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끝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당신이 저를 붙잡고 입을 맞추자 눈을 조금 크게 뜹니다. 당신이 떨어지자 약하게 상기된 볼에 손등을 댄 채로) ...그래야죠. 제가 실수했네요. 다음에 또 얼버무릴 일이 있으면 확실하게 해둘게요. (오늘 내로 다시 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손을 약하게 흔듭니다.) 나중에 봐요. (그 말을 끝으로 복도를 따라서 걸어갑니다.)

 

김청운은 복도를 지나 하녀장이 시킨 잔심부름을 하러 갑니다.

 

청운의 뒷모습을 본 당신은 미약한 위화감을 느낍니다.

 

시트를 적시는 혈액처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 DAY 1 ───────점심 식사

 

점심 식사는 여러 부분에서 평소와는 달랐습니다.

 

테이블에 감도는 무겁고 음울한 분위기는 가실 줄을 모르고, 교주와 가장 가까운 자리는 네 자리나 비어있습니다.

 

자리에 앉은 당신의 아버지, 교주 라인홀트는 잔을 들어 낮은 목소리로 장례사를 읊습니다.

 

라인홀트:우리 곁을 떠난 이본은 충실한 작은 사제로, 신의 사랑을 받아 신과 인간의 다리를 잇는 중개자가 될 수 있는 자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여러 간부들이 낮은 목소리로 슬퍼하며 동조합니다.

 

당신은 제 몫의 접시를 물끄러미 살펴봅니다.

 

먹음직스러운 빵과 스프, 그리고 큼직하게 썰은 고기는 서서히 식어갑니다.

 

허기가 심해질 무렵에서야 장례사가 끝납니다.

 

일제히 식기를 놀리는 그때, 당신의 손을 누군가가 제지합니다.

 

하녀장입니다.

 

하녀장:작은 사제님, 식탁으로 나르는 과정에서 은식기로도 감별하기 어려운 독이 사용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청운에게 기미 시키겠습니다.

 

그런 하녀장의 뒤로 검은 재킷을 걸친 김청운이 보입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까닥입니다.

 

라인홀트:아니.

 

그러나, 하녀장의 시도는 한 사람에 의해 제지당합니다.

 

바로 라인홀트입니다.

 

당신과 김청운이 있는 자리에 시선을 둔 그는 진중한 미소를 지으며 김청운 옆에 선 다른 견습 하인에게 시선을 둡니다.

 

라인홀트:청운은 제 식사를, 렌의 식사는 이즈렐이 기미하도록 하죠.

 

아무도 내색하지 않았지만, 잠시 공기가 얼어붙습니다.

 

여태까지 교주가 위협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누가 봐도 김청운을 걱정하고 아끼는 듯한 태도는 그를 둘러싼 이상한 소문에 힘을 실어줄 뿐이고, 그 또한 그걸 알고 있을 텐데…….

 

라인홀트는 속을 읽기 어려운 표정으로 김청운에게 손짓합니다.

 

당신의 어깨 뒤까지 와있던 김청운은 머뭇거리다 라인홀트의 곁으로 갑니다.

 

당신의 수저 안으로 이즈렐의 얼굴이 일그러진 채 비칩니다.

 

결과적으로 음식에 독은 없었습니다.

 

다만, 식사가 어떤 맛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 DAY 1 ───────탐문 수사

 

식사가 끝나면, 당신의 앞으로 하녀장이 다시 한 번 찾아옵니다.

 

연쇄 살인 사건에 관해 마을의 자위대와 성내에서 자체적으로 조사 중이며, 당신은 중요한 참고인이므로 간부들에 의해 호출 받았다는군요.

 

간부들은 지하실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렌:(지하실로 향합니다)

 

지하실은 지하 감옥과 창고를 비롯해 당신이 올 일이 적은 용도로만 사용되어 그닥 익숙치 않습니다.

 

햇볕이 들지 않는 탓에 괜스레 오한이 듭니다.

 

지하층의 두 번째 나무 문을 열면,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긴 탁자가 보입니다.

 

검은 면사포를 쓴 간부 넷과 몇몇 조사원, 그리고 라인홀트가 당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라인홀트: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주겠니?

 

긴 탁자의 끝에 앉은 당신의 앞에 따뜻한 차가 한 잔 놓입니다.

 

◆ 당신이 눈을 뜨고 목격한 상황을 설명해주세요.

 

◆ 이곳에서 당신은 역으로 조사원들에게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렌:(찻잔 조심히 들어 홀짝입니다. 찻잔의 온기도 조금 느껴보고... 그러며 생각을 정리하곤, 입을 엽니다) 캐노피에 걸려 있었어요, 그러니까... 이본의 시체가. 눈도 감지 못했더라고요. (덤덤하게 말하곤 다시 차 조금 마시더니...) 근데 시체가 왜 제 방에 있었는진... 모르겠네요. 그렇게 방들의 경비가 허술한가요?

 

조사원:(당신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젓습니다.) 아니요, 최근에는 경비도 두 배로 늘린 상태였는데다가 살해당하신 후계자 분들의 방은 전부 잠겨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본님의 경우에는 호위까지 붙어있었고요. 다만... 이본 작은 사제님의 방을 조사해보니 창문이 열려있는 걸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래서 살인자는 창문을 통해 드나들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 중이죠. 뭔가 더 생각나는 건 없으신가요?

 

렌:더 생각나는 거... (잠시 고민했다가) 목이 반 정도 잘려있었어요. 이본의 시체에서 무언가가 나오지 않던가요? 저는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보석같은 거요. 목 언저리에서. (할 말은 다 끝났다는 듯 보지도 않고 차만 마십니다.)

 

조사원:시체에서요? (잠시 고민하다가) 이본 작은 사제님의 시체에서 보석같은 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시체를 수습하던 하인 중 한 명이 챙겼거나 유실된 것 같네요. 그건 저희가 직접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노트에 무언가를 적어내립니다.)

 

그 뒤로 당신은 꽤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런저런 대화가 끝나면 당신은 물러나도 좋다는 허락을 받습니다.

 

라인홀트의 한숨을 등지고 계단을 올라갑니다.

 

군데군데 이끼가 자라난 돌계단을 짓밟고 복도를 거닐다 보면 문득 창밖으로 시선이 꽂힙니다.

 

창밖으로는 커다란 정원 가위를 든 청운이 정원 일을 돕고 있는게 보입니다.

 

분위기가 꽤 좋습니다.

 

또래의 하인이 농담을 던지면, 청운이 약하게 웃음을 터뜨립니다.

 

문득, 청운은 인기척을 느낀듯 창문 쪽으로 몸을 돌립니다.

 

당신과 시선이 마주치면 청운이 인사합니다

 

잠깐 양해를 구하고 창문 쪽으로 가까이 걸어오기까지 하네요.

 

김청운:작은 사제님, 잠깐 괜찮으세요? 실은 제가 아까 이상한 걸 봐서……. (당신의 귀에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렌:(네가 작게 말하자 자신도 입을 열지 않고,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슬 기울이기만 합니다)

 

김청운:그게, 살인 사건의 증거를 잡은 것 같거든요. 조사원들에게는 말을 해봤자 하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들어주지도 않고. 작은 사제님이 직접 보고 말하시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요. 지금은 일을 하는 중이라 빠져나오기 어려우니 나중에 소등이 끝난 후에 현장으로 안내할게요. 작은 사제님 방 앞에서 만날까요? (속삭이듯이 말합니다.)

 

렌:(살인 사건의 증거라는 말에 눈 동그랗게 뜨고 네 말을 듣습니다. 말했다간 다른 사람이 듣고 오해라도 할까봐 제 입으론 그러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네 말이 끝나자 작게 입을 열어 답합니다.) 좋아, 알았어. (너 따라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헀습니다)

 

김청운:(약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럼, 소등 후에 다시 만나요.

 

당신과 약속한 김청운은 짧게 인사한 후 다시 정원으로 향합니다.

 

─────── DAY 1 ───────야간 조사

 

어찌됐든, 당신은 청운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램프를 들고 방을 빠져나옵니다.

 

아주 늦은 시각입니다.

 

청운은 당신보다 조금 일찍 나왔는지 벽에 등을 기대 앉아 무언가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인기척을 느낀건지 종이를 적당히 구겨 주머니에 넣습니다.

 

김청운:작은 사제님, 일찍 나오셨네요.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상했던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라,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작은 사제님이 정해주실래요? 제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장소는 이본 사제님의 방, 서재, 뒤뜰 이 세군데예요.

 

렌:(네가 인사하자 고개 살짝 끄덕이며 인사 받아주고) 그럼 이본의 방부터 가자.

 

김청운:좋아요. 이본 사제님의 방은 이 근처니까... 금방 갈 수 있을 거예요. (잡으라는 듯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렌:응. (밤에 데이트 하는 것 같네. 네가 내민 손 가볍게 잡고 고개 끄덕여요)

 

◈ 이본의 방

 

청운의 말대로 이본의 방은 이 근처입니다.

 

두 명이 작은 램프 하나에 의지해서 복도를 따라 쭉 걸어가다보면 익숙한 방이 하나 나옵니다.

 

이본의 방입니다.

 

동시에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이기도 하죠.

 

역시 조사원과 자위대가 전부 다녀갔는지 상태가 어지럽지만, 접근을 금하는 끈을 제외하곤 특별히 막혀있지도 않습니다.

 

조심조심해서 돌아다닌다면 당신과 청운이 다녀간 걸 알아차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접근을 금하는 끈을 지나쳐 방 안으로 들어가보면 ◇문가에서부터 ◇발코니까지 길게 핏자국이 이어져 있습니다.

 

렌:(아, 피... 밟지 않게 조심히 발걸음을 옮기고... 방 둘러보다 뒤 돌아 문가 확인해봅니다)

 

당신이 뒤를 돌아보던 찰나, 청운이 문가에 유독 크게 남은 핏자국을 가리킵니다.

 

　✷　지능 판정　✷　

 

렌: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문득 무언가 생각나려 했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당신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동안 청운이 입을 엽니다.

 

김청운:이거, 어쩌면 이본 작은 사제님이 살인자에게 직접 문을 열어준 거 아닐까요? 문가에 이렇게 큰 핏자국이 남은 걸 보면 여기서 칼로 찔렀다는 것 같은데... 창문으로 침입했으면 굳이 문가까지 와서 죽일 리가 없잖아요. 문고리에는 딱히 억지로 연 흔적도 안 보이고. 앞선 다른 작은 사제님들의 살인 사건으로 경계심이 있는 상태에서도 문을 열어준 걸 보면 어느정도 친밀한 사람이었을 것 같아요. (어깨을 으쓱입니다.)

 

렌:똑똑하네, 청운은. (얼굴에 미소 띄우곤 작은 목소리로 칭찬하듯 말합니다) 그러면 범인은 여기 안에 있다는 거구나. (차분한 투로 조곤조곤 말하곤 발 소리가 나지 않게 살짝 까치발하고 발코니로 걸어가요)

 

발코니의 난간에 깊게 패인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　지능 판정　✷　

 

렌: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별다른 건 발견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옮기던 때 청운이 당신을 붙잡습니다.

 

김청운:작은 사제님, 저기 패인 자국 말이예요. 밧줄같은 튼튼한 끈 때문에 생긴 것 같지 않아요? 성을 돌아다니다가 조사원들이 말하는 걸 얼핏 들었는데... 창문을 통해서 시체를 옮겼다고 보더라고요. 이미 아시겠지만. 아무튼 끈을 이용해서 시체를 옮긴 것 같아요. 굳이 왜 시체를 작은 사제님 방으로 옮겼는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순전히 괴롭히려는 의도... 일 수도 있겠고.

 

렌:(네 말 가만히 듣다 까치발 조금 더 높이 들곤 머리 가볍게 쓰다듬고서는) 그런 것도 생각할 줄 알아? 대단하네. 네 말이 맞다면 너는 절대 범인이 아닐거야. 그렇지? (전적으로 당신을 믿는다는 듯, 평소와 같은 어조로 널 빤히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김청운:(당신이 머리 쓰다듬기 쉽도록 살짝 허리 굽혀줍니다. 이어진 말에 고개만 약하게 끄덕이고는) ...그렇죠. 여기서 볼만한 건 전부 다 본 것 같은데 이만 다른 장소로 가볼까요?

 

렌:좋아. 서재랑 뒤뜰이었나? 실내를 다 둘러보고 밖으로 나가자. (다시 손을 잡아달라는 듯 손 내밀며 말했습니다)

 

김청운:네, 그럼 서재로 가요. (당신이 내민 손을 잡습니다.)

 

◈ 서재

 

이본의 방에서 나와 얼마 가지 않아 서재에 도착합니다.

 

서재는 사방이 책으로 빼곡하게 채워져있습니다.

 

깐깐한 절차를 통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기에 드나드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청운은 그 까다로운 허가를 자주 받아내서 대부분의 쉬는 시간을 서재에서 보낸다고 하지만요.

 

책이 너무 많아 하나씩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만, ◇분실 서적 목록과 ◇개인 대여 목록은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렌:(분실 서적 목록 살펴봐요)

 

대부분의 분실은 책을 무단으로 대여했다 반납하지 않는 사람들의 만행입니다.

 

아래로 이름들이 쭉 이어집니다.

 

《지구는 돌지 않는다》,《잭 더 리퍼의 살인 기록》 ,《꿈 결정화 이론》 ,《알하즈레드의 램프》 ,《뱀 인간과 지배의 혈청》 ,《관문 상자》 …… .

 

전부 분실 서적이라 아무것도 읽을 수 없지만, 표지 이미지만은 볼 수 있습니다.

 

순서대로 검은 지구, 회색 나이프, 노란 빛의 거대한 알, 금으로 된 램프, 산딸기색 약병, 은색 태엽으로 된 상자가 그려져 있습니다.

 

◆ 오컬트 판정이 가능합니다.

 

렌:

오컬트

기준치:	5/2/1
굴림:	38
판정결과:	실패

 

표지 이미지를 계속 들여다 봐도 떠오르는 건 딱히 없습니다.

 

렌:(분실 서적 목록에서 시선 휙 돌려버리고... 개인 대여 목록을 훑어봐요)

 

개인 대여 목록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은 ◇청운의 대여 기록과 ◇교주의 대여 기록입니다.

 

렌:(앗. 하고 작은 소리를 내며 교주의 대여 기록엔 시선도 안 주고 바로 청운의 대여 기록 읽어봐요)

 

신실한 신자답게 종교 서적과 신을 찬양하는 책을 빌렸습니다.

 

그 외에도 데생을 비롯한 회화에 관심이 있는 듯 다양한 미술 서적을 대여했네요.

 

렌:(미술... 나중에 나 그려달라고 해볼까. 어떤 포즈를 취하지. 표정은? 옷은 어떻게 할까... 한참 그런 고민을 하다 교주의 대여 기록도 설렁설렁 확인해봐요)

 

생뚱맞게도 애벌레의 우화 과정을 기록한 서적을 대여했다가, 최근에 반납했습니다.

 

...어딘가 이상합니다.

 

렌:(애벌레의 우화 과정? 찾아볼까.....)

 

한 종교 단체의 교주가 이런 서적을 대여해갈 이유가 없잖아요.

 

이런 서적을 본다고 해도 교주의 권위니 뭐니 하면서 비밀리에 가져올 게 뻔한데 이런 걸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빌린다고요?

 

문득 이 책을 찾아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렌:(책을 찾으러 서재 이곳저곳을 둘러봐요)

 

당신은 서재의 책장 한켠에서 교주가 빌렸던 책을 발견합니다.

 

렌:(책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펼쳐봐요)

 

책을 열어보면 안에는 ◇밀봉된 서류가 들어있습니다.

 

렌:(서류? 조심히 서류 뜯어 내용물을 확인해요)

 

안에 들어간 서류를 찬찬히 눈으로 읽어봅니다.

 

위에는 별 내용이 없습니다.

 

형식적인 도장과 이 서류는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경고 문구 정도.

 

그걸 제치고 눈을 아래로 옮겨보면…

 

순간, 당신은 저도 모르게 눈이 커집니다.

 

실수로 손에서 서류를 놓쳤을 지도 모르죠.

 

그럼에도 마음을 다잡고 글자 하나하나를 눈에 새깁니다.

 

이건 놀랄 수밖에 없어요.

 

그야… 그 서류의 내용은 ‘김청운이 교주의 친자’라는 내용이었거든요.

 

김청운, 교주, 친자.

 

세 가지 단어가 당신의 안에서 혼란스럽게 맴돕니다.

 

김청운은 다른 책에 빠져 당신이 뭘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렌:(얼레...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서류 다시 처음처럼...이라기엔 찢었지만. 책 사이에 넣고 책을 제자리에 넣어요)

 

김청운:(당신이 책을 제자리에 두는 소리를 들은 건지 뒤돌아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작은 사제님, 전부 둘러보셨어요?

 

렌:(고개 작게 끄덕이곤 입을 열어요) 응. 다른 곳으로 갈까.

 

김청운:좋아요. 그럼 남은 장소는 뒤뜰 하나네요. 얼른 가죠. (그리 말하면서 당신의 손을 약하게 붙잡고는 걸음을 옮깁니다.)

 

◈ 뒤뜰

 

성의 뒤뜰은 정원 중에서 유일하게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곳입니다.

 

여기저기 엉킨 덤불이 자칫 잘못했다가는 생채기를 입힐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청운은 엉킨 덤불을 대충 제치며 안으로 들어갑니다.

 

두 사람은 울퉁불퉁한 지면 앞에 도착합니다.

 

등불에 의지해 아래를 살펴보면, 삽으로 땅을 팠다가 덮은 듯한 흔적을 발견합니다.

 

이 근처에 삽이 있던가요?

 

여기를 파헤쳐 보려면 삽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렌:청운. 삽을 가져와줘. (바닥 가만히 바라보다 네게 시선을 돌리고 말했습니다)

 

당신의 말을 들은 청운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다른 장소로 향합니다.

 

그리 멀리 가지는 않았던 건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삽을 든 채 돌아오네요.

 

김청운:삽은 가져왔어요. 여기를 파내려고 하시는 거면... 작은 사제님이 하는 것 보다는 제가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제가 할까요? (당신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렌:응. (애초부터 그렇게 할 생각이었는지 고민하는 시간도 없이 바로 대답해요)

 

당신의 대답을 들은 청운은 삽을 들고 땅을 파냅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삽으로 땅을 파내기 시작한지 얼마 가지 않아 삽이 무언가에 걸립니다.

 

삽으로 위의 흙을 대강 털어낸 청운은 땅 속에서 ◇자물쇠로 잠긴 트렁크 가방을 꺼냅니다.

 

김청운:이게 왜 여기있는지 모르겠네요. 수상하기는 해도 범인의 증거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일단 저희 둘만 아는 장소에 숨겨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자물쇠가 걸려있어서 열어보지도 못할 것 같고. (트렁크 가방을 쳐다보면서 말합니다.)

 

렌:네가 그렇다면야... (이러니까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네.. 신발의 앞코로 가방 톡톡 쳐보고... 고개 끄덕이며 말하고는 어디에? 하고 작게 덧붙입니다.)

 

김청운:글쎄요. 작은 사제님이랑 저만 아는 장소라고 하면... 제 방이나 작은 사제님의 방이 좋지 않을까요? (고개를 슬 기울이며 말합니다.)

 

렌:그럼 내 방에 두자. (네가 들어. 덧붙이며 고개를 까딱입니다)

 

김청운:좋아요. 작은 사제님의 방이라면 아무나 함부로 뒤지지는 못할 테니까... (트렁크 가방을 한 손에 듭니다.) 그럼 작은 사제님 방으로 갈까요?

 

렌:(슬슬 피곤해... 네 말에 별다른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합니다)

 

그렇게 뒤뜰을 전부 둘러보고 다시 밖으로 향하던 도중 당신의 신발이 벗겨집니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어 더듬거리고 있으면,

 

근처에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던 청운이 몇 발자국 뒤의 덤불 아래서 당신의 신발을 주워옵니다.

 

청운은 반듯하게 선 당신 앞에 주저앉고, 꼭 맞는 신발을 신겨줍니다.

 

김청운:...이러니까 꼭 신데렐라 같네요. 신데렐라가 재투성이였다는 거만 제외하면 정말 공주 같아요. 작은 사제님은. (작게 중얼거립니다.)

 

렌:(네가 공주 같다고 말하자 작게 소리내어 웃더니) 그럼 청운이 왕자겠네. 청운이 아니면 누가 내 옆에 서겠어? (잠시 침묵했다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나의 왕자님. 하고 작게 부릅니다)

 

김청운:(당신의 말에 작게 웃습니다.) 제가 정말 왕자였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작은 사제님 옆에 당당하게 설 수 있었을 텐데. 너무 꿈나라 얘기 같지만요. (신발을 신겨주다가 말고 고개를 들어서 당신을 올려다 봅니다.)

 

렌:그럼 꿈나라로 가면 되겠네. 그게 뭐가 어렵다고. (네가 고개 들어 올려다보자 쭈그려 앉아 너와 눈높이 맞추고 입을 맞춰옵니다. 네 어깨에 팔을 올리고 눈을 감고... 조금은 길게, 하지만 짧은 시간동안 입을 맞췄다가 잠시 떼고 이마를 맞댑니다) 지금 여기엔 우리 뿐이야. 우리가 여기가 어디라고 하든, 서로를 뭐라고 하든... 뭘 어떻게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 그렇지?

 

김청운:(당신이 입을 맞춰오자 익숙한 것처럼 가만히 있습니다. 이어서 이마를 맞대자 입꼬리를 살짝 올려서 작게 웃으며 당신을 바라보고) ...그렇죠. 여긴 작은 사제님과 저 밖에 없으니까. 우리 둘만 있는 세상에 갇힌 것 같아요. (...) 그럼 제가 여기서 작은 사제님을 이름으로 불러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겠네요? 물론, 작은 사제님이 싫다고 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렌:이름으로 불러도 좋아. 난 상관 없고, 애초에 우리 둘 뿐이니까......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뭘 하든 상관 없다는 점에서 꿈과 비슷하지만 꿈을 꾼다고는 생각하지 말자. 꿈은 쉽게 잊혀지고 혼자만의 기억이 되는 거잖아. 난 네가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의 기억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도 잊지 않을 거고... 이름만 빌려오자, 우린 지금 꿈에 있는 거라고...... 네가 있는 꿈이라면 영원히 깨지 못해도 좋아.

 

김청운:제가 어떻게 작은 사제님, 아니, 렌과 함께한 기억을 잊겠어요. 아마... 평생토록 잊지 못하는 유일한 기억들이 될거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 저도, 렌이 있는 꿈이라면 영원히 깨지 못해도 좋아요. 오히려 꿈에서 깨어났을 때가 너무 아쉬울 것 같은데. (그리 말하다가 당신의 신발에서 손을 거둡니다.) ...이제 그만 갈까요?

 

렌:좋아. 이제 슬슬 들어가자. 다음에도 종종, 이름으로 불러줘. 청운한테 그렇게 딱딱한 호칭으로만 불리고 싶진 않으니까.

 

─────── EVENT ───────야습

 

어느 정도 돌아다녔을까요, 문득 뒤를 돈 당신은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청운은 어디로 간 거죠?

 

순간, 들고 다니던 램프의 불이 순식간에 사그라듭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공포가 엄습합니다.

 

누군가의 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낯선 사람이 당신을 거칠게 밀고, 당신은 바닥에 나동그라집니다.

 

　✷　정신력, 민첩 복합 판정　✷　

 

렌:

정신

기준치:	85/42/17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나동그라진지 얼마 가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와 동시에 위에서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을 공격한 괴한이 자리를 벗어나는 소리 역시 들립니다.

 

당신의 눈이 간신히 어둠에 익숙해질 무렵, 성의 여러 곳에서 동시에 불이 켜지기 시작합니다.

 

소리의 출처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몇 층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가장 높은 층, 그러니까…….

 

◈교주의 방입니다.

 

렌:(램프 주울 생각도 하지 않고 제 치맛자락 붙잡곤 뛰어 올라가요)

 

◈ 교주의 방

 

교주의 방은 사용인들이 잔뜩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들을 밀치고 들어간 당신은 믿을 수 없는 광경과 마주합니다.

 

가장 넓고 호화로운 라인홀트의 방, 금과 은과 보석으로 치장된 영광과 명예의 방은 피투성이입니다.

 

그 가운데, 잠든 것처럼 죽어 있는 사람은 분명히 당신의 아버지, 교주 라인홀트입니다.

 

　✷　이성 판정, (1d3/1d5)　✷　

 

렌:

SAN Roll

기준치:	84/42/16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렌의 이성이 2 감소합니다.

 

당신이 시체를 붙잡고 울든,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든, 교주의 시체는 조사원들에 의해 수습됩니다.

 

실려나가는 시체의 팔이 힘없이 밑으로 추락하고, 절명한 순간이 담긴 얼굴이 흰 천 아래로 가려집니다.

 

모든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만,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은…

 

아버지의 가슴께에 박힌 칼이 바로 몇 시간 전 당신과 청운이 실랑이를 벌였던 그 보석이 박힌 칼이라는 사실입니다.

 

당신이 그 칼을 어디에 보관했던, 후계자를 죽인 칼은 어김없이 다시 나타나 교주를 찔렀습니다.

 

아버지와 교주를 잃은 사실에 혼란, 비탄, 혹은 슬픔에 빠진 당신의 뒤로 뒤늦게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사라졌던 청운입니다.

 

청운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당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청운 역시 머리가 산발이며 왼쪽 팔의 소매가 붉게 젖어있습니다.

 

김청운:(당신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갑니다.) 작은 사제님, 교주님께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나요?

 

렌:(네 말에 현실로 돌아온 것 마냥 정신 차리고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살해, 당했어요.

 

김청운:...교주님, 께서요? 지금까지 교주님이 위협당하신 적은 단 한번도 없지 않았나요?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고는 말합니다.) 작은 사제님은 괜찮으세요?

 

렌:괜찮아요, 괜찮아... (...) 했어요, 진정... (제 손 모으고 떨릴 정도로 힘 준 채로...) 근데 청운, 왼쪽 팔은 왜 그런건가요? 방금 어디에 갔었어요?

 

김청운:(당신의 말에 순간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그게, 작은 사제님을 따라서 걸어가다가 이상한 사람들에게 공격 받았어요. 가방은 여기로 오기 전에 작은 사제님의 방에 숨겨두었고요. 교주님의 방에는 방금 막 도착한 거예요.

 

렌:(네 말 가만히 듣고 잠시 생각하나 싶더니) 알았어요/ 나는, 청운을 믿어요. (이내 네 손 꽉 붙잡고) 다른 사람들이, 누가 뭐라고 해도 청운을 믿을게요. (마치 결연한 것 처럼 확고한 표정이지만 착잡한 눈으로 말했습니다. 아주 잠깐이라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거짓말일까요? 거짓말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그렇게까지 말을 해보았자 주변에서는 김청운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속출합니다.

 

그들은 김청운에게 어디 있다 지금 등장하는지, 여태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 묻습니다.

 

김청운이 저 단검을 들고 다니는 걸 본 적이 있다는 증언까지 나옵니다.

 

그러던 그때, 당신과 김청운의 양팔을 잡아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간부들입니다.

 

면사포 아래로 입들이 벙긋거립니다.

 

간부:교주 자리를 공석으로 둘 수는 없습니다.

당장 교주님의 장례식이 끝나면 계승식을 치러야만 합니다.

여태까지 비밀로 해왔지만, 더는 숨길 수 없네요.

남은 후계자 후보는 사실 두 사람입니다.

 

하나는 당신입니다.

 

다른 하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당신과 함께 잡힌 사람에게 꽂힙니다.

 

청운의 표정이 삽시간에 창백해집니다.

 

거대한 톱니바퀴가 엇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느덧 자정입니다.

 

간부:청운님은 렌님보다 후계자 서열이 높습니다.

 

귀에서부터 이명이 들립니다.

 

간부:그러니, 다음 교주는…….

 

재투성이 신데렐라는 유리 구두를 신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요?

 

의혹과 의심이 쌓이다 못해 폭주한 순간, 어쩌면 유령일 수도 있는 자의 목소리가 귓가를 타고 한바퀴 돕니다.

 

하지만 살인자가 신의 대리인이 될 수 있나요?

 

간부들이 김청운의 양팔을 잡고 데려갑니다.

 

당신은 웅성이는 사람들 사이에 남겨집니다.

 

모든 것이 엉망입니다.

 

혹은 모든 것이 순리대로 돌아가고 있거나.

 

─────── DAY 2 ───────장례식

 

좋든 싫든 다음 날은 옵니다.

 

당신은 짙은 피로에 잠겨 한참동안 깨어나지 못합니다.

 

간신히 눈을 뜨면, 부릅 뜬 두 눈과 마주칩니다.

 

시체가 침대 캐노피에 매달려서 당신을 응시하고, 그 얼굴은 서서히 아버지의 얼굴로 변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범인이 누구인지 묻습니다.

 

아버지의 얼굴을 한 시체는 팔을 들어 검지 손가락으로 옆을 가리킵니다.

 

그곳에는…….

 

렌:김청운.

 

당신은 그 사람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깨어납니다.

 

밤새 당신은 이러한 내용의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침대에서 느긋하게 쉴 여유도 없이 일어나야 합니다.

 

오늘은 당신의 아버지를 포함한 총 다섯 명의 살인사건 피해자들의 합동 장례식을 겸한 미사가 있습니다.

 

청운의 살인 의혹과 갑작스러운 후계자 등극에 관해서는 이른 시간 성에 벽보가 붙었습니다.

 

·· HANDOUT ··벽보━━━━━━━━━━━━━━━━━─「청운님이 살인을 저질렀음을 입증할 증거가 없으며, 애초에 신의 사랑을 받는 교주는 태생적으로 고결하므로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다. 청운님은 선택 받아 신이 깃들었기 때문에 특별한 외형을 하고 있다. 라인홀트님께서는 청운님을 인간계의 시련을 전부 겪은 뒤 신의 뜻을 전하는 대리자로 삼기 위해 먼 지역에 여행 보냈다 사용인의 신분으로 데려온 것이다. 이는 2년 후 공표될 예정이었으나, 예정보다 이르게 됐다.」　

 

믿든, 믿지 않든 변하는 건 없습니다.

 

교주가 사라진 지금 성의 실세는 네 명의 간부들이니까요.

 

하지만 성내 사람들은 굉장히 술렁입니다.

 

분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청운을 무시하고 싫어하던 사람들이 많기도 했고,

 

살인 용의자 혐의가 있는 사람을 교주로 추대하는 건 상상도 못해본 일이니까요.

 

성내 소동과는 별개로, 당신은 라인홀트의 하나뿐인 자식으로서 장례 전 마지막 모습을 보고 작별의 기도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장례식의 착장과 준비를 마치고, 당신은 흰 국화와 백합을 들고 남들보다 이른 시각 미사실로 갑니다.

 

그곳에선 간부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주가 서는 교단에는 검은 관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네 명의 간부가 손을 뻗어 묵직한 관뚜껑을 치웁니다.

 

드러나는 라인홀트의 얼굴은 어제보단 평온해보입니다.

 

　✷　관찰력 판정　✷　

 

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이렇게 죽은 아버지와 마주하는 건 꿈에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일입니다.

 

안 그런가요, 렌?

 

당신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간부들은 관뚜겅을 닫아버립니다.

 

곧이어 사람들이 하나 둘씩 들어와 미사실을 채웁니다.

 

성내 모든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미사실이 꽉 찹니다.

 

하지만 김청운은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도 개의치 않는 것처럼, 미사를 여는 익숙한 첫 문구가 울려 퍼집니다.

 

「아주 먼 예전, 인간이 감히 신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인간은 오로지 신만을 영원히 사랑하고 숭배하다 죽었습니다.

 

그 후손은 신의 대리인이 되어 지금도 신과 우리를 이어주고 있습니다…….」

 

30분 남짓 지났을 무렵, 간부가 당신을 불러 교단 앞에 세웁니다.

 

추모사를 읊으라고 하는군요.

 

그와 동시에 당신의 손에 추모사가 적힌 종이를 쥐어줍니다.

 

그대로 따라 읽으면 되는 거겠죠.

 

물론 당신의 마음대로 추모사를 읊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 HANDOUT ··추모사━━━━━━━━━━━━━━━━━─우리가 우리의 끝을 정할 수 있다고 해도 운명의 시작은 오로지 신의 몫입니다. 그러나, 신도로서의 삶의 시작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초이자 최고의 기원인 것입니다. 아버지는 신실하게 신의 대리자로서 수많은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이끌었고, 그 날이 바로 우리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신과 사랑의 종입니다. 종의 기원을 기억하세요. 그 기억이 고인의 삶을 증명하는 수단이 될 것입니다.　

 

렌:(추모사 적힌 종이 받아들곤 눈으로 한 번 쭉 읽어내립니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작게 심호흡하고, 바싹 마른 입술은 어떻게 하지도 못한 채로 천천히 입을 엽니다) ...우리가, 우리의 끝을 정할 수 있다고 해도. 운명의 시작은 오로지 신의 몫입니다. (...) 그러나, 신도로서의 삶의 시작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초이자 최고의 기원인 것입니다... 아버지는, 신실하게 신의 대리자로서 수많은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이끌었고, 그 날이 바로, 우리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신과 사랑의 종입니다. 종의 기원을 기억하세요. 그 기억이 고인의 삶을 증명하는 수간이 될 것입니다...... (실수 없이 건네준 추모사를 따라 읽고, 추모사가 적힌 종이 내려놓곤 적당히 가만히 있으면 간부가 내려줄 돌아가라는 신호를 기다립니다...)

 

당신이 추모사를 읊자 간부는 내려오라며 손짓합니다.

 

그 뒤 절차는 별게 없었습니다.

 

간부의 말이 이어지고, 사람들의 통곡 소리는 배가 되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장례식은 끝납니다.

 

장례식을 겸한 미사가 끝나고, 방으로 돌아가려던 당신을 누군가가 막아세우는군요.

 

검은 미사보를 쓴 간부입니다.

 

그는 당신의 손을 붙잡고 무언가를 건넵니다.

 

그것은 ◇열쇠 꾸러미입니다.

 

검은 미사보의 간부:청운님은 계속 교주가 되길 거부하셔서 고해성사실에 갇혀 있습니다. 한 번 만나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제가 이걸 당신님께 넘겼다는 사실은 다른 간부들에게 비밀로 해주세요.

 

렌:(열쇠 꾸러미 받아들곤 간부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어요) ......비밀로는 할게요. 그런데... 이걸 왜 주는 건가요?

 

김청운:두 분의 사이는 각별하지 않으십니까? 한 번 정도는 만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입을 엽니다.)

 

검은 미사보의 간부:두 분의 사이는 각별하지 않으십니까? 한 번 정도는 만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입을 엽니다.)

 

렌:(열쇠 꾸러미 만지작거리다가 대충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럼 가볼게요, 고마워요.

 

검은 미사보를 쓴 간부는 멀어지는 당신의 등에 대고 이렇게 말합니다.

 

검은 미사보의 간부:저는 진정한 신의 대리인이자 저희의 주인은 당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DAY 2 ───────고해성사실

 

고해성사실은 인적이 드문 성 꼭대기에 있습니다.

 

아까 받은 열쇠로 잠긴 문을 열면, 지친 표정의 청운이 무릎을 꿇은 채 주저앉아 있습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그는 당신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지난 번처럼 무언가를 종이 위에 적고 있던 것 같은데, 당신이 보기 전에 바로 주머니에 넣어버립니다.

 

김청운:...작은 사제님, 전 정말 몰랐어요. 제가 교주님의 자식이라니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고개를 돌려서 당신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해요.

 

렌:(가만히 너 바라보다가...) 청운, 난 청운을 믿어요. (주저 앉은 너와 눈높이 맞추기 위해 자신도 쭈그려 앉고서) ...청운, 청운은 신을 믿죠?

 

김청운:...그럼요. 그건 작은 사제님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보냐는 듯 의아해보이는 표정을 하고서는 말합니다.)

 

렌:...그렇죠. 그럼 사람의 죽음은, 그런 운명은 사람이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인간은 인간이 결정했다고 생각하지만, 전부 신이 정해준 운명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 난 그래서, 지금 청운이 그러는 것도 전부 신이 정해준 플롯을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청운이 교주의 자식인지 아닌진 상관 없어요... 난 청운을 만나서까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중얼중얼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할 투로 묘하게 횡설수설하는 듯 네게 말했고... 네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말로 끝을 맺었지만 널 믿지 않거나, 정말로 네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한 말이 아닌... 널 믿기에 그 상황에 대한 변명을 듣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말했습니다)

 

김청운:(당신의 말을 가만 듣고 있습니다. 상황에 대한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아한다는 걸 눈치챘는지 당신의 말이 끝나고 얼마 가지 않아서 먼저 입을 엽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저희는 신이 정해준 운명을 따라가고 있는 것 뿐이겠죠. 저나, 작은 사제님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고. (당신에게만 간신히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립니다.) 저는, 정말 아무도 죽이지 않았으니까요. (끝으로 작게 읊조립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작은 사제님, 제가 여기 갇혀있으면서 알아낸 게 있어요. 저기 벽 보이시죠? (한 손을 들어서 한 쪽 벽을 가리킵니다.) 잘 보면 저기에 잠긴 문이 있어요. 안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해성사실에 저런 게 있다니 이상해서요.

 

청운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겨보면 그곳에는 정말로 잠긴 문이 있습니다.

 

감쪽같이 숨겨져 있어서 청운이 없었다면 미처 알아보지 못했을 겁니다.

 

고해성사실에 숨겨진 문이라니… 어딘가 수상하긴 하네요.

 

당신이 받은 열쇠 꾸러미에 저 문에 맞는 열쇠가 하나 쯤은 있지 않을까요?

 

렌:(네가 다시 변명을 말하자 듣기 싫다고 했잖아요. 하고 평소보다 조금 더 크고 빠른 목소리로 내뱉었고... 이어지는 네 말 가만히 듣다가 열쇠 꾸러미의 존재를 기억해냅니다. 제 손에 있던 열쇠 꾸러미 네게 내밀며 입을 엽니다) 한 번 시도해봐요.

 

김청운:...네. (당신이 내민 열쇠 꾸러미를 받아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벽면으로 다가갑니다. 정확히 어떤 열쇠가 이 문을 열쇠인지는 알 수 없으니 문에 열쇠를 하나 하나 넣고 돌려봅니다.)

 

청운이 네 번째 열쇠를 문에 넣고 돌렸을 때, 철컥이는 소리와 함께 문의 잠금이 풀립니다.

 

비밀문은 바로 얼마 전에도 누군가 드나든 것처럼 부드럽게 열리네요.

 

당신과 청운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동시에 눈치챕니다.

 

저곳은 교주와 간부들만 들어올 수 있는 성역이라는 사실을요.

 

청운은 들어가 보자는 듯 당신에게 눈짓합니다.

 

렌:(네가 눈짓하자 고개 끄덕이곤 먼저 들어가보라는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김청운:(잠시 멈칫해있다가, 안으로 먼저 들어갑니다.)

 

렌:(네 뒤 따라 안으로 들어갑니다)

 

안에 들어가 보면 내부는 꽤 작습니다.

 

작은 기도실처럼 꾸며둔 이곳에는 무릎 꿇고 기도할 수 있는 ◇제단과 벽에 걸린 ◇초상화가 있네요.

 

렌:(안 둘러보다가 제단에 가까이 다가가요)

 

◈ 제단

 

제단 위에는 성서가 놓여 있고, 정면에는 황금빛 물감으로 그려낸 신의 그림이 있습니다.

 

교주만이 착용할 수 있는 금빛 관과 홀, 그리고 망토가 주인을 잃은 채 장식되어 있습니다.

 

수필로 적힌 성서는 여러 교리를 비롯한 가르침이 적혀 있습니다.

 

　✷　자료조사 판정　✷　

 

렌:

자료조사

기준치:	75/37/15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교주가 되면 신의 사랑을 받아 영광스러운 성흔이 생긴다」 라는 문구를 발견합니다.

 

당신은 문득, 성서 속의 삽화에 시선이 꽂힙니다.

 

황금 브로치를 착용한 신과 춤을 추는 인간의 모습, 네 장 모두 익숙한 그림입니다.

 

그러나 제단 위의 성서에는 다섯 번째 그림이 있습니다.

 

마지막 그림의 인간은 다른 자와 춤을 추고 있습니다.

 

렌:(흠... 이내 흥미를 잃고 초상화로 눈을 돌려요)

 

◈ 초상화

 

역대 교주들의 초상화가 걸려있습니다.

 

초상화에서 뿜어져나오는 기묘한 분위기가 당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　지능 판정　✷　

 

렌: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하지만 초상화를 아무리 바라보아도 무언가 떠오르는 건 없습니다.

 

그렇게 당신이 초상화를 바라보고 있던 찰나, 김청운이 입을 엽니다.

 

김청운:작은 사제님, 계속 생각해봤지만 역시 뭔가 이상해요. 갑자기 저 보고 교주가 되라니 어딘가 잘못된 거겠죠. 간부님들을 만나서 얘기라도 해봐야겠어요. (...) 같이 가실래요?

 

렌:(네 말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민했다가...) 그래요. 한 번 가볼까요.

 

그렇게 청운과 당신은 함께 고해성사실에서 나옵니다. 날은 어느덧 완전히 저물었습니다.

 

─────── EVENT ───────물증

 

두 사람이 고해성사실을 빠져나가 성 아래로 내려가면, 한 무리의 사람들과 마주합니다.

 

어둑해진 어둠을 여러 개의 등불이 밝히고 있습니다.

 

횃불을 든 사용인 하나가 청운을 가리키며 외칩니다.

 

사용인 1:살인마가 나왔다!

 

사용인 2:교주가 되긴 무슨, 간부님들을 어떻게 속여 넘긴 거야?

 

청운이 변명하든, 당신이 이를 막아주든, 앞장 선 사용인 하나가 무언가 집어듭니다.

 

저건… 틀림 없습니다.

 

청운의 붉은 머리카락입니다.

 

길이도 비슷해 보이고, 무엇보다 이 지역 전체에서 저런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은 오직 김청운 단 한 명 뿐입니다.

 

그 어떤 변호조차 해줄 수 없는 확실한 '물증'입니다.

 

사용인 2:당장 감옥으로 보내!

 

사용인 1:이럴 줄 알았지. 어디서 굴러먹다 온 지도 모를 녀석이 감히 신의 대리인을 자처해?

 

청운은 근처에 있던 사용인과 조사원들에게 제압당합니다.

 

당신 역시 '보호'의 명목으로 청운에게서 떼어내집니다.

 

◆ 당신은 마지막으로 청운을 몰아가거나, 변호할 수 있습니다.

 

렌:자, 잠깐. 잠깐!! (여지껏 내본 적 없는 큰 목소리로 외치곤... 무어라 말하려 하지만 너무 확실한 물증에 순간 휘둘리기라도 한건지 잠시 머뭇거립니다. 생각을 정리하기라도 하려는지 눈 꽉 감았다 뜨고선...) 청운은, 청운은... (처음 외친 목소리완 다르게 점점 죽어가는 소리로...) 청운이, 범인일 리 없잖아. (이내 고개 푹 숙이고 거의 중얼거리는 듯...) 청운은 범인이 아냐.........

 

당신의 변호에 분노하기라도 한 걸까요.

 

군중 속 사용인 하나가 당신을 향해서 소리칩니다.

 

사용인 2:이런 분명한 증거를 두고 어떻게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당신님, 당신은 하나뿐인 아버지를 잃었다고요!

 

격양된 목소리가 오고 갑니다.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김청운을 구할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마지막 목소리를 뒤로 한 채, 김청운은 사용인들에 의해 끌려갑니다.

 

뒤늦게 내려온 간부들이 아차 싶은 표정을 짓지만,

 

이렇게까지 몰린 상황에서 다시 김청운을 옹호하며 '교주'로 옹립하기엔 어려운듯 싶습니다.

 

결국 당신은 반쯤 강제로 김청운과 떨어져 방에 갇히고 맙니다.

 

슬플수도, 절망스러울 수도, 비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어요?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는 걸요.

 

어찌되었건, 지친 몸을 침대에 눕히면 바로 죽은 듯한 잠에 빠져듭니다.

 

─────── DAY 3 ───────새벽

 

눈을 뜨면, 부릅 뜬 두 눈과 마주칩니다.

 

시체가 침대 캐노피에 매달려서 당신을 응시하고, 그 얼굴은 서서히 아버지의 얼굴로 변합니다.

 

어느덧 익숙해진 기분의 당신은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합니다.

 

범인이 잡혔음에도 그는 여전히 원통한 걸까요.

 

문득, 시체의 입이 더듬더듬 움직입니다.

 

뺨의 근육이 음푹 패였다 부풀며 어떤 단어를 외치는 듯 합니다.

 

당신은 그 모습을 가만히 봅니다.

 

전 교주가 반복적으로 읊습니다.

 

아니, 그는 당신의 아버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범인에게 살해당한 원령들입니다.

 

원통하고, 또 원통한 자들이 검은 입을 벌립니다.

 

눈을 깜빡이면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그가 간절하게 던지는 그 말은,

 

렌:가방.

 

.

 

.

 

.

 

이번에도 당신은 깊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악몽에서 깨어난 당신은 가방을 보관한 위치와 제 손에 들어온 열쇠 꾸러미를 생각해냅니다.

 

잘하면 열쇠 꾸러미로 그 가방을 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렌:(청운이 내 방에 둔 가방...... 어디 있는지 안 물어봤는데. 침대에서 일어나 가방 찾아봐요)

 

가방을 찾는 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가방은 당신의 침대 밑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었거든요.

 

청소라도 하다가 발견되면 어찌 되었을까 싶지만, 깊숙하게 숨겨둬서 그럴 일은 없을 듯 합니다.

 

렌:(팔 쭉 뻗어 꺼내보려 하지만 부족하고... 주위 둘러보다 양산 꺼내 툭툭 건드려봐요... 옆으로 옆으로... 톡톡 밀어 벽을 타고 쭉... 이게 무슨 꼴인지...... 가방 꺼내 열쇠 하나하나 넣어봐요)

 

수십 개의 열쇠들 중 제일 작고 낡은 열쇠를 끼워 맞추면, 철컥 소리와 함께 트렁크가 열립니다.

 

당신은 그 가방에서 ◇단검, ◇피가 잔뜩 묻은 외투와 ◇이상한 장치를 발견합니다.

 

렌:(...가방 열자 미간 팍 찌푸렸고... 단검부터 조심히 꺼내 살펴요)

 

◇ 단검

 

손잡이가 보석으로 장식된 단검은 흉기로 사용된 그 칼이 맞습니다.

 

하지만, 엄중한 감시를 통해 보관되고 있을 칼이 상자 안에 들어간 채 땅에 묻혀있을 리가 없죠.

 

　✷　관찰력 판정　✷　

 

렌: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단검을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별다르게 나오는 건 없습니다.

 

렌:(단검은 가방 밖에 내려두고 외투 손가락 끝으로 조심히 들어 일어나 펼쳐봐요)

 

◇ 피가 잔뜩 묻은 외투

 

혈액에 관해서는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척봐도 살인자가 사용한 듯한 외투입니다.

 

연고 하나 없는 김청운이 입기엔 고급스럽기도 하고, 이 외투의 사이즈는 김청운의 체격보다 약간 큽니다.

 

이것은 김청운이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할 증거가 될 것입니다.

 

적어도 재수사에 착수할 만큼의 동기는 되겠죠.

 

렌:(이거라면... 희망을 찾은 것 마냥 눈 빛냈고, 외투도 고이 접어 단검 옆에 둡니다. 마지막으로 이상한 장치를 꺼내 살펴봐요)

 

◇ 이상한 장치

 

손바닥만한 소품은 어쩐지 낯이 익습니다.

 

은색 태엽이 빽빽하게 자리를 잡은 형태는 오르골처럼, 혹은 나침반처럼 생기기도 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던 당신은, 이것이 서재에서 본 분실 서적 리스트 표지의 '관문 상자'와 똑같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복잡한 태엽은 당신의 힘으로 돌릴 수 없지만, 수십 개의 초침의 끝은 각자 어떤 숫자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　지능 판정　✷　

 

렌: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문득 진범이 자신의 가방이 열렸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김청운을 자살로 꾸며 살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당신에게는 열쇠 꾸러미가 있습니다.

 

이 중에는 분명히 감옥의 열쇠도 있을 것입니다.

 

청운에게 가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렌:(가방에서 꺼내둔 것들 그대로 둔 채로 열쇠만 들고 감옥으로 뛰어가요)

 

─────── DAY 3 ───────지하 감옥

 

당신은 지하의 감옥까지 황급히 달려갑니다.

 

열쇠로 막고 있는 문을 전부 열고, 청운이 있는 감옥까지 도달합니다.

 

청운은 오른쪽 손목에 벽과 사슬로 연결된 수갑을 찬 채로 힘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그 사이에, 습관처럼 꺼내든 왼손은 지난 번처럼 종이를 구겨쥐고 있습니다.

 

떨어질락말락 잡혀 있던 종이는 미끄러져 쇠사슬 너머 당신의 발치까지 날아옵니다.

 

무의식적으로 집어들은 당신의 시선이 잔뜩 구겨진 종이에 그대로 꽂힙니다.

 

그건 당신의 초상화입니다.

 

수 차례 수정하고 또 수정한듯 잔 선이 잔뜩 남아있는 초상화의 당신은 교주의 관과 망토를 착용하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구속당한 지금까지도 묶이지 않은 왼손으로 먼지나 돌가루를 이용해서 고친 것입니다.

 

넋을 놓고 종이를 보던 그때, 누군가가 당신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당깁니다.

 

저항해볼 틈도 없이 무력하게 제압 당합니다.

 

들고 있던 열쇠 꾸러미 역시 추락합니다.

 

당신의 뺨이 바닥으로 짓눌리고, 억센 손길로 양손이 묶이자 패닉으로 숨이 거칠어집니다.

 

검은 미사보의 간부:여기까지 허락하진 않았습니다, 작은 사제님.

 

당신에게 열쇠를 준 검은 미사보의 간부입니다.

 

각도로 인해 천천히 머리에서부터 미사보가 미끄러집니다.

 

간부들의 미사보는 얼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가벼운 마법이 걸려있습니다.

 

하지만, 그 얼굴이 서서히 드러나자 당신은,

 

…순간 숨이 멎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가요?

 

검은 미사보의 간부는 얼굴의 반절이 흉측하게 썩어 문드러져 있었습니다.

 

얼굴이 그 지경이 되기 전의 눈동자 색은 무엇이었는지, 피부의 색은 무엇이었는지…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그를 마주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렌, 당신은 당혹스럽고 두려운 감정을 겉으로 내비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야 멀쩡하게 남아있는 남은 반절의 얼굴이 너무나도 익숙했으니까요.

 

이 지역 근방에서는 보기 힘든 붉은 머리카락,

 

붉은 머리카락과 마찬가지의 색을 띄는 눈동자,

 

새하얀 피부, 얼굴 여기저기에 불규칙적으로 박혀있는 작은 점들,

 

…김청운입니다.

 

얼굴의 절반이 썩어있고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보이는 김청운이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니,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건가요?

 

　✷　이성 판정, (1d3/1d5)　✷　

 

렌:

SAN Roll

기준치:	82/41/16
굴림:	81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렌의 이성이 3 감소합니다.

 

그 소란에 깬 듯, 쇠창살 너머로 신음 소리가 들립니다.

 

마찬가지로 경악에 찬 김청운이 당신을 부릅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빨리 알아차릴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예상 외네요.

 

그리 중얼거리는, 간부, 아니... 김청운의 말만이 당신의 뇌리를 돕니다.

 

간부는 당신의 방에서 가져온 듯한 복잡한 장치와 칼을 챙겨 들고, 당신을 질질 끌어냅니다.

 

감옥에 갇힌 김청운은 대충 그 손 놓으라느니 이게 무슨 짓이냐느니 당신 뭐냐느니 외쳐댑니다.

 

간부는 시끄럽다는 듯 한 번 혀를 차곤, 당신의 머리채를 잡아 목가에 칼을 가져다 댑니다.

 

김청운:구구절절 설명하는 건 내 취향 아닌데, 모처럼 삼자대면이 된 김에 오래 묵은 진실이나 풀어볼까요. 더 시끄럽게 하면 당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작은 사제님의 목을 따버리겠습니다.

 

그의 말에 김청운은 입을 꾹 닫습니다.

 

김청운:렌, 당신은 아마 이 종교의 교주 일족이 신의 사랑을 받는다고 배워왔을 겁니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예요. 신의 사랑이 아니라 저주를 받고 있죠. (당신의 목에 칼을 더 가까이 대면서 말을 이어갑니다.) 교주의 몸에 새겨진 성흔같은 걸 본 적이 있나요? 영광스러운 성흔이니 뭐니 하지만... 썩어들어가는 겁니다, 몸이. 그리고 나는 속아서 당신 대신 교주가 된 후로 지금까지 죽어가고 있죠. 내가 있는 시대의 당신 일가는 도망쳤고, 난 교주가 된 후로는 절대 성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간부 하나를 죽여서 자리를 꿰찬 후에 당신을 나 대신 교주로 만드려고. 몸이 썩어들어가는 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지 않아요 렌?

 

렌:(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작게 떨고만 있습니다. 그동안 알고 있던 사실이 부정당하고... 미래의 일을 다른 이도 아닌 사랑하는 사람에게 듣고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자신이 아는 청운과 너무 달라서......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온갖 감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려 감옥 안의 청운을 바라보기만 합니다)

 

김청운:(눈동자를 돌려 당신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봅니다. 시선이 향하는 곳이 감옥 안의 자신이라는 걸 깨닫고는 조소하고는) 하! 아직도 그딴 사랑 타령이나 하시렵니까? 저도 저 감옥 안에 갇힌 사람과 같은 사람인데 좀 봐주시지 그래요. 내가 뭣하러 미래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잠시 침묵합니다.)

 

이어 검은 미사보의 간부, 아니, 또 다른 김청운은 그가 그린 당신의 초상화를 짓밟습니다.

 

그러고는 감옥 안의 김청운을 바라보면서 말합니다.

 

김청운:당신은 그냥 이용당한 것 뿐이에요. 당신을 주워서 키운 일가 전체뿐만 아니라, 미래에서 온 당신 스스로한테까지.

 

그는 미사보를 고쳐쓰곤 쇠창살 틈으로 칼을 던져줍니다.

 

김청운:지금이라도 자살하지 그래요?

 

쨍그랑, 요란한 소리와 함께 쇠바닥 위로 화려한 보석 칼이 떨어집니다.

 

김청운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할 뿐입니다.

 

김청운:자, 우리는 이만 갑시다, 작은 사제님. 계승식을 시작해야죠?

 

그는 당신의 머리채를 잡은 상태로 미사실까지 올라갑니다.

 

저항하려고 해봤자 도저히 몸이 말을 듣지를 않습니다.

 

제압 당한 채로 꼼짝도 하지 못합니다.

 

그는 올라가는 그 순간까지 입을 멈추지 않습니다.

 

김청운이 교주가 될 수 없도록 범죄자로 몰리게 꾸미고, 당신을 괴롭히며 교주가 되게끔 이끈 것, 전부 그가 벌인 짓입니다.

 

김청운과 관련된 증거가 남았던 것도 당연합니다.

 

그야 동일인물이니까요.

 

─────── DAY 3 ───────클라이막스

 

그 넓은 미사실에는 성의 모든 사람들이 객석에 잠든 채 앉아있으며, 의식의 준비는 끝났습니다.

 

당신은 교단 위로 내동댕이쳐집니다.

 

곳곳에 켜진 촛불이 음산하게 주변을 밝힙니다.

 

죽어간 수많은 이들을 추모하는 흰국화와 백합들이 촛불의 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납니다.

 

이내, 간부는 왕좌처럼 화려한 의자에 당신을 앉히고 밧줄로 몸을 고정합니다.

 

교주만이 착용할 수 있는 화려한 관과 홀, 그리고 망토가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눈을 감고 앉은 채 이곳을 응시하는 몇 백명의 사람들은 밀랍인형처럼 창백합니다.

 

간부 넷 중 한 명 밖에 제정신이 아니지만, 하나뿐인 간부는 전직 교주인 만큼 계승식을 그 누구보다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계승식의 시작, 미사를 여는 첫 대사가 빈 홀에 울려 퍼집니다.

 

김청운:아주 먼 예전, 인간이 감히 신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인간은 오로지 신만을 영원히 사랑하고 숭배하다 죽었습니다.

후손은 신의 대리인이 되어 지금도 신과 우리를 이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으로 생전 처음 듣는 글줄이 이어집니다.

 

김청운:한 순간의 잘못으로 금빛 신의에 눈물을 떨구게 하였으니, 그 무게 만큼의 삶을 헌납합니다.

부디 대리인의 미약한 생명과 육체로 신의 용서를 구할 수 있게 하십시오…….

 

밑에서부터 근원적인 떨림이 느껴집니다.

 

어디선가 까마귀가 우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성의 벽면과 바닥을 타고 황금빛 뿌리가 기어오릅니다.

 

그 뿌리는 가지가 되고 순식간에 금을 빚어 만든 듯한 수백 송이의 꽃을 피워냅니다.

 

꽃은 만개하며 새로운 생명을 삼킬 수 있음에 환희에 찬 비명을 내지릅니다.

 

　✷　이성 판정, (1d3/1d5)　✷　

 

렌:

SAN Roll

기준치:	79/39/15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 렌의 이성이 4 감소합니다.

 

그때, 미사실의 문이 쾅! 하는 거센 소리를 내며 열립니다.

 

주문을 외우던 이의 시선도, 넋을 놓고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당신의 시선도 정면을 향해 꽂힙니다.

 

문을 발로 걷어찬 건 김청운입니다.

 

김청운의 얼굴이 무척 창백합니다.

 

그는 어째서인지 비틀거리면서 걷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시선을 아래로 흘린 당신은 김청운이 지나칠 정도로 피를 많이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오른쪽 손목 아래부터 아무것도 없습니다.

 

새하얗던 옷은 원래 색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얼룩덜룩하게 젖었습니다.

 

너덜너덜한 소매는 대충 묶여 있지만, 지혈의 효과는 미미합니다.

 

끔찍한 부상을 정면에서 목도한 렌,

 

　✷　이성 판정, (0/1)　✷　

 

렌: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김청운은 감옥을 벗어날 수 있게 되자, 망설임 없이 손목을 자르고 당신이 떨어뜨린 열쇠를 주워 탈출했습니다.

 

하지만, 그 상태로 여기까지 도달한 것도 기적입니다.

 

간신히 걸음걸이를 이어나가던 김청운이 앞으로 고꾸라집니다.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교단 위를 올려다보는 표정은 황홀해보이기도, 한없이 슬퍼보이기도 합니다.

 

갓 떨어진 붉은 피가 중앙 통로의 양옆을 장식한 국화와 백합을 적십니다.

 

그는 이 넓은 홀과 영광스러운 계승식의 마지막 참관객입니다.

 

김청운:작은 사제님을, 놓아 주세요...

 

끊어질 것 같은 생명의 목소리는 교단 위의 미사에 닿지 않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전부 제가 대신 할 테니까,

 

김청운:그게 무엇이든, 전부 제가 대신 할 테니까,

 

기도석과 벽을 짚고 기어가듯 교단 위에 도달한 김청운은 당신의 발치 앞에 고개를 떨굽니다.

 

김청운:저로는 안 될까요.

 

제발.

 

화려하게 치장된 채 자리에 앉은 당신과 꿇어 앉은 김청운 사이에는 처절한 적막이 흐릅니다.

 

김청운은 숨을 헐떡이다 마침내 고개를 듭니다.

 

벌겋게 물든 눈에 온전히 당신의 모습이 담깁니다.

 

그 말을 끝으로 김청운은 마지막 힘을 다해 들고 있던 단검으로 당신을 내리칩니다.

 

아니, 당신을 묶고 있던 밧줄을요.

 

당신은 김청운에게서 단검을 넘겨 받습니다.

 

계승식이 일시 중지됩니다.

 

◆ 자리에서 일어난 당신은 단 한 번의 일격을 할 수 있습니다.

 

◆ 근접전(도검) 판정이 가능합니다.

 

렌:

근접전(도검)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칼은 심장부, 성흔의 중심에 꽂힙니다.

 

미사보가 흘러내리고, 절반뿐인 김청운의 얼굴이 괴로워하며 검은 피를 토해냅니다.

 

비틀거리던 이가 주저앉으면 교단 위로 검고 붉은 피들이 번져나갑니다.

 

그는 몸을 숙인 채 당신을 응시합니다.

 

김청운:우리는 이미 신의 미움을 받았어요. 이런다고 미래가 달라지지 않을 텐데도, 바보 같이…….

 

잠시 정적이 이어집니다.

 

그가 무어라 중얼거린 것 같기도 합니다.

 

　✷　듣기 판정　✷　

 

렌: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김청운:그때, 왜 제 곁에는 있어주지 않았던 겁니까? 난, 난… 당신만 있었다면...

 

따위의 말이 당신의 귀를 스치고 지나간 것 같기도 합니다.

 

주문을 외우려던 입에서 몇 번 더 울컥, 하고 응어리 진 피를 토해낸 끝에 그가 포기하고 중얼거립니다.

 

김청운:……의식은 이미 진행되었어요, 작은 사제님. 더는 무를 수 없습니다. 어서 다음 교주를 정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신이 이 성에 있는 모든 신도들의 목숨을 거둬갈 겁니다.

 

당신은 선택해야만 합니다.

 

교주가 되면 반드시 신의 저주를 받으며, 영원히 고통스러워 하다 단명합니다.

 

하지만, 교주가 되지 않으려면 상대를 희생시켜야 합니다.

 

계승식은 어느덧 끝을 바라보는 상태,

 

한껏 만개한 황금빛 꽃들은 파먹을 삶과 생명력을 기다리며 한껏 아가리를 벌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김청운을 돌아봅니다.

 

김청운은 라인홀트의 관에 의지해 주저앉아 있다가, 마찬가지로 당신을 올려다 봅니다.

 

두 사람을 제외한 전원이 잠든 미사실은 한없이 고요합니다.

 

김청운:...작은 사제님, 제가, 제가 할게요. 작은 사제님은 하실 필요 없습니다. (당신을 가만 올려다보면서 말을 이어갑니다.)

 

렌:...청운, 우리 그냥 도망갈까요?

 

김청운:...도망간다고 해서, 신이 저희를 찾지 못하리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작은 사제님, 저는 이대로 두면 출혈때문에 죽을 지도 모르지만... 만약 교주가 된다면 살 수도 있을 거예요. 기껏 만든 교주를 쉽게 죽게 두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뒷말은 미처 이어가지 못합니다.)

 

렌:청운은 구원이 뭐라고 생각해요? 사실을 알기 전이었다면 우리 둘 중 누군가가 교주가 되는 것을 구원이라고 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은 아녜요...... 청운, 가끔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모습의 구원이 찾아올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있어요.

 

김청운:(당신의 말을 가만 듣고 있다가) 하지만, 작은 사제님, 지금은 방법이 없잖아요... 구원이라는 게 원할 때마다 알아서 와주는 게 아니잖아요. 저희 둘 중 하나는 어떻게 해서든 교주가 되어야 해요. (...) 그리고, 전 그게 저였으면 좋겠어요. 도망가도, 결국 어떻게든 대가를 치르게 되고... 누가 교주가 되든 평생을 떨어져 지내야만 한다면... 둘 다 죽을 수는 없잖아요. 살아야죠. 네? 전, 렌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 말하고는 다시 침묵합니다.)

 

렌:청운, 우리는 죽는게 아녜요. 우리는 어디든 갈 수 있어요.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김청운:...그렇지만, 렌. 죽는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잖아요. 죽으면 아무것도 못 느끼고, 서로를 바라볼 수도 없고... 전, 그런 건... 렌이 그렇게 되는 건, 도저히... (말을 하다가 말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습니다.)

 

렌:청운. 죽는게 아니라고 했잖아요. 우리는 떠나는 거죠. 우리 둘 뿐이고, 날 이름으로 불러주네요. 나의 왕자님, 우리 함께 떠나요. 나는 꿈에서 깨어나지 못해도 좋아요.

 

김청운:(당신의 말에 한참을 침묵합니다. 고개를 떨구고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서 당신을 바라보고는) 죽는 게 아니라면, 떠나면, 어디로 가시게요... 렌, 렌과 함께하는 꿈이라면 저도 깨어나지 못해도 좋아요. 하지만... (...) 제가 렌의 왕자님이 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렌:청운, 나의 왕자님. 기억나지 않아요? 우리 이야기를 했잖아요. 그런 건 꿈나라 이야기라면서요. 청운, 그럼 꿈나라에 가면 돼요. 올라갈까요, 높이 높이... 하늘을 날아봐요, 우리 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어요.

 

김청운:...렌, 그럼, 마지막으로 물어볼게요. (당신에게 조금 더 다가가더니 남아있는 한 손으로 당신의 손을 꽉 붙잡습니다.) 정말 계승식을 끝내고... 이 마을에서 영원히 떠날 생각은, 없는 거죠? (어딘가 절박해 보이는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면서 입을 엽니다.)

 

렌:(그러는 너 가만히 바라보다 웃는 낯으로 가볍게 이마에 입 맞추고...) 함께 가요. 왕자님.

 

김청운:(당신을 가만 바라보고 있다가 슬픈 표정을 하고는 입을 엽니다.) ...네, 갈게요. 그게 어디든... 같이, 갈게요.

 

두 사람은 함께 성의 최상층으로 향합니다.

 

가는 길목마다, 오르는 계단마다 황금빛 꽃들이 당신의 선택을 기다리는 듯 화사하게 만개하고 있습니다.

 

비틀거리는 김청운을 부축해주며 계단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다 보면,

 

두 사람은 어느새 성의 최상층에 다다릅니다.

 

마찬가지로 화려하게 피어있는 황금빛 꽃들이 당신을 반겨줍니다.

 

당신은 천천히 테라스로 걸어가서 테라스의 난간에 걸터 앉습니다.

 

바람은 당신의 뒤에서부터 강하게 불어옵니다.

 

만개한 황금 꽃들이 당신과 청운을 막으려 스멀스멀 피어오르지만 지금이 순간, 누가 감히 당신을 막겠나요.

 

테라스의 난간에 걸터 앉은 당신의 눈에는 오직 김청운만이 보일 뿐입니다.

 

청운은 난간에 걸터 앉아있는 당신에게로 다가갑니다.

 

두 사람의 거리가 한 주먹도 되지 않을 만큼 줄어들었을 무렵, 김청운은 천천히 입을 엽니다.

 

김청운:(...) 이게, 마지막은 아니겠지만요. 렌의 말대로 우리는 죽는 게 아니고... 우리는 떠날 뿐이겠죠. 그런데 지금이 아니면 할 기회가 없을 것 같은 기분이 아까 전부터 계속해서 드는 거 있죠. (잠시 고민하다가) ...렌, 사랑했어요. 지금도 그렇고, 예전부터 쭈욱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거예요. 저는, 렌의 왕자님이니까. (그리 말하다가 눈을 감고는 당신의 입에 입을 맞춥니다.)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미적지근한 액체같은 것이 청운의 볼을 타고 흐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게 무엇이든 상관은 없을 테지요.

 

청운이 당신의 허리를 한 손으로 붙잡고, 그와 동시에 무게가 점점 뒤로 쏠리는 게 느껴집니다.

 

이대로 떨어지는 걸까요.

 

아니, 렌. 당신은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 올라갈까요.

 

하늘을 날아볼까요.

 

높이, 높이…

 

당신과 청운이 함께 한다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거예요.

 

눈을 꼭 감읍시다.

 

바람이 당신과 청운을 타고 강하게 스치는 게 느껴집니다.

 

이 끝에는 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게 무엇이 되었든 하나만큼은 확실합니다.

 

우리는, 어디가 되었든, 언제가 되었든, 서로를 사랑할 거라는 사실이요.

 

─────── ENDING 3 ───────종의 종말

 

김청운 사망　렌 사망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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